최종편집 2024-04-28 17:02 (일)
"안티 카페요? 그냥 재미로 하는거죠"
"안티 카페요? 그냥 재미로 하는거죠"
  • 김두영 기자
  • 승인 2009.05.15 09: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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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교사 안티 카페'가 등장한 사회

옛 말에 군사부일체(君師父一體)라는 말이 있다.

임금과 선생과 아버지는 하나라는 뜻으로 정확한 유례는 알려져 있지 않지만 조선시대 유교학자인 이이 선생이 '임금과 스승과 부모는 일체이니 정성껏 받들어야 하며, 자기 생각대로 스승을 비난하는 것과 같은 행동은 좋지 못하다'고 말했다는 기록은 남아있다.

하지만 이런 글귀는 그야말로 옛말이 돼버린지 오래다. 인터넷상의 '교사 안티카페'가 성행하는 것이 이를 잘 말해준다. 인터넷상에서 대놓고 교사들을 비난하는 일도 빈번하다.

몇년 전 학생들 사이에서 교사들에 대한 온라인 안티 카페가 유행하면서 사회적인 문제가 됐다. 하지만 이 교사들에 대한 안티카페는 지금도 사라지지 않고 지속되고 있다.

이런 안티카페의 문제는 제주도 역시 비켜가지는 못했다.

얼마 전 저녁시간대 제주시청 인근을 지나가던 중학생들에게 교사 안티카페에 대해 알고 있는지 물어봤다.

대부분의 학생들은 잘 모르고 있었고 관심이 없다고 말했지만 그 중 한명이 교사 안티 카페에 대해 자세히 알고 있었다.

현재 제주시내 모 중학교를 다니고 있는 A군(14)은 초등학교를 다닐 때 교사 안티 카페에 가입을 한 적이 있다고 밝혔다.

"처음에는 그냥 호기심이었어요. 그냥 주변에서 아이들이 하는 말을 듣고 재미있을 것 같아서 가입했었어요. 카페 맴버 중에는 진짜로 선생님에 대해 많은 불만을 가진 아이들도 있었지만 대부분이 저처럼 재미로 가입한 애들이었어요. 그냥 같이 선생님 욕도 하고 재미있는 사진도 올리고 그렇게 노는 거죠."

이 학생은 교사에 대한 안티카페에서 자신을 가르치는 교사를 놀리거나 욕을하고 우스꽝스러운 사진을 올리는 등 교사를 웃음거리로 만들면서 논다고 했다. 교사가 존경의 대상이 아닌 단순한 놀림감이 되어 버린 것이다.

이 후 다양한 학생들을 상대로 한 인터뷰에서 대부분의 학생들은 교사에 대한 안티카페에 대해 잘 모르고 있었으나 간간히 안티카페에 대해 알고 있는 학생들을 만날 수 있었고 직접 가입한 적이 있는 학생도 볼 수 있었다.

안티카페에 가입을 한 적이 있는 학생들은 대부분 호기심, 혹은 재미로 가입을 했다고 대답했다.

이와 관련해 현직에서 교편을 잡고 있는 교사에게 직접 안티카페에 대해 물어보았다.

현재 초등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다는 이 교사는 안티카페에 대해 전혀 몰랐다며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지금 학교에서 학생과 교사와의 관계는 제가 학교를 다닐 때와는 하늘과 땅 차이예요. 예전에 제가 가르치는 한 아이가 혼자말로 저에 대해 욕하는 것을 들은 적이 있어요. 순간적으로 정말 울컥했지만 어쩔수 없잖아요 그냥 참는 수 밖에요. 저희가 아무리 교육적인 목적을 가지고 아이들을 대한다고는 하지만 아이들은 감정적으로 대응하게 되니까요."

그는 학생들이 안티카페를 만드는 것을 교육에서 받은 스트레스를 풀기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아이들이 교사들의 안티카페를 만들고 하는 것은 공부를 하면서 받은 스트레스를 풀 곳이 없으니까 안티 카페 등을 만드는 것 같아요. 부모를 제외하고 가장 많이 보는 것이 교사들이니까요. 연예인의 안티를 만드는 것처럼 교사들은 다수의 아이들이 가장 자주 만나고 밀접한 관계에 있는 사람이니까요."

그는 이런 안티카페가 만들어지는 현 사회의 모습이 슬프다고 말하며 안티카페에서 스트레스를 풀고 있는 아이들이 오히려 측은하다고 말했다.

"아이들이 교사에 대한 존경심 없이 이런 안티카페를 만들어야 하는 사회가 슬프네요. 교사와의 진짜 관계를 만들지 못하고 결국 단순한 스트레스를 풀기 위한 수단으로 생각하는 아이들이 측은하기도 하고요."

일부 학생들의 이야기이기는 하지만, 스승의 그림자도 밟지 않는다는 예전의 사제간의 관계와, 오늘날의 사제관계. '안티 교사카페'의 등장은 허물없는 인터넷사회의 새로운 패러다임의 하나일 뿐일까. <미디어제주>

<김두영 기자 / 저작권자 ⓒ 미디어제주 무단전재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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