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4-28 00:55 (일)
"일 끝나고 임금 받을 때가 가장 행복해요"
"일 끝나고 임금 받을 때가 가장 행복해요"
  • 박소정 기자
  • 승인 2009.05.01 12:52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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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잡초제거 구슬땀 일용직 노동자의 '근로자의 날'

근로자의 날인 5월1일 오전 8시.  아침 출근길 차들이 속도에 속도를 대며 쌩쌩 달리고 있는 제주시 연북로에 '패랭이 모자'를 눌러 쓴 7명의 아주머니들이 차를 살피며 중앙분리대안으로 뛰어들어갔다.

그러더니, 중앙분리대 한켠에 어깨에 맨 가방을 내려놓고는 뭔가를 꺼내기 시작했다. 포대를 허리에 두르며 호미를 꺼내 든 아주머니들은 "자! 오늘도 시작해볼까"라고 말하며 쪼그려앉아 잡초를 뽑기 시작했다.

"잡초를 제거하지 않으면 잔디가 제대로 자라날 수 없어요. 잔디 사이로 솟아오른 잡초들을 제거해 잔디가 잘 자라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우리의 일이에요."

이들은 연북로 중앙분리대의 잡초를 제거하는 일용직노동자들이다. 도로사이에 덩그러니 놓여있는 중앙분리대가 이들의 일터다. 제주시는 3억7000만원을 들여 KCTV제주방송 사거리에서 영지학교 사거리까지 연북로 중앙분리대 4.8㎞에 가로수와 다양한 식물을 심어 도시숲 조성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들은 대부분 60~70세의 아주머니 혹은 할머니들이다. 대개 3~4년, 많으면 10년동안 이 일을 꾸준히 해온 베테랑 잡초제거 일용직노동자들이다.이들은 오전8시부터 오후5시까지 일을 하고 있다. 

지난 3월부터 KCTV제주방송 사거리에서 영지학교 사거리까지 작업을 하고 있다는 이들은 이번이 2번째 작업이라고 했다. 또 다시 KCTV제주방송 사거리를 시작으로 현재 3분의 1정도 작업을 한 상태다.

오랫동안 일을 해왔지만, 쌩쌩달리는 도로 한 가운데서 일을 한다는 것은 쉽지만은 않다. 차가 지나갈 때마다 내뿜어져 나오는 매연과 시끄러운 소음, 그리고 잡초를 뽑는 과정에서 흩날리는 먼지는 이들에게 고통이다.

잡초제거 작업을 하다 갑자기 쌩쌩달려오는 차를 바라보던 강모씨(67.여)는 "안 무섭다는 것이 이상하죠. 말도 못하게 무서워요"라고 고개를 흔들었다.

강 씨 옆에서 작업을 하던 고모씨(64.여)는 "중앙분리대에서 작업하는 데, 담배꽁초나 쓰레기를 버리는 사람들이 있어요. 그것도 우리가 다 처리해요"라고 토로했다.

이러한 악조건 속에서도 이들이 이 일을 하는 이유는 일자리를 구하기 어려운 요즘, 특히 노인의 경우 일자리를 구하기가 더욱더 어려운 시점에서 일자리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다행이라고 생각해 하고 있는 한편, 이들은 소박한 뿌듯함이 마음 속에서 피어올라 오랫동안 이 일을 하고 있다고 했다.

강씨는 "돈이 없어서 이 일을 하고 있다기 보다는 내 스스로 벌어서 내가 갖고 싶은 것도 사고 우리 손주들한테도 맛있는 것도 사주고...그럴려고 일을 하는거에요"라며 미소를 머금었다.

고씨는 "하루 일 끝나고 임금을 받을 때가 가장 행복하죠"라며 "내가 스스로 번 돈으로 손자들한테 교복도 사줬어요. 내가 번 돈이니깐 내가 맘대로 쓸수 있어서 기분이 좋죠"라고 웃으며 좋아했다.

고씨는 잡초제거를 해 깨끗해진 중앙분리대를 보면 뿌듯하다고 했다. 그는 "내 작은 손길로 잡초를 제거하고 꽃도 심어 중앙분리대를 깨끗하게 만들면 마음이 뿌듯해요"라며 "다른 사람들에게 기쁨이 될 수 있다는 게 참 좋다"고 말했다.

근로자의 날인 오늘도 차가 쌩쌩달리는 도로 한 가운데의 중앙분리대에서 반복적이며 지루한 호미질을 하며 묵묵히 도심숲을 만들고 있는 7명의 노동자들. 고통을 말로 다 표현하지는 못하지만, 이들은 나름 각자의 소박한 뿌듯함으로 이일을 계속 하고 있다.

비록 남들에게 크게 주목받지는 못하는 일이지만, 각자의 위치에서 땀방울을 흘리며 묵묵히 일을 하고 있는 이들의 모습이 노동력의 가치를 보여주고 있는 건 아닐까. 도심숲을 만들고 있는 이들을 향해 쓰레기를 버리며 지나가는 일부 시민들의 모습은 그저 무심하기만 하다. <미디어제주>

<박소정 기자 / 저작권자 ⓒ 미디어제주 무단전재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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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인 2009-05-01 14:41:34
그들의 땀내나는 노동절은 언제쯤 누릴 수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