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4-28 00:55 (일)
고사리 꺽으러 가는길
고사리 꺽으러 가는길
  • 고봉심
  • 승인 2009.04.21 15: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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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고봉심 제주동부경찰서 구좌파출소 순경

야간근무를 마치고 오랬만에 어머니와 어머니 친구분들을 모시고 고사리를 꺽으러 가는중이였다.

어머니와 친구분들이 나누는 대화를 들어보니 처녀적 고사리를 꺽어 팔아 용돈으로 썼다는 이야기, 어느 지역에는 가면 고사리가 많다는 이야기, 누구랑 같이 고사리를 꺽으러 갔었는데 같은 시간을 꺽어도 다른 사람보다 훨씬 많이 꺽는 사람이 있다는 이야기...

고사리 하나 하나 허리를 숙여 따서 몇일을 말린 후에야 음식을 할 수가 있는데 그 정성을 모르고 고사리를 젓가락으로 한 움쿰 집어 먹는 사람이 염치없어 보인다는 등 서로 옛 추억을 떠올리며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마치 초등학교때 소풍 가는 아이처럼 들떠 보이기도 했다.

화창한 날씨에 오랬만에 나들이로 집에서만 고생하는 농촌 부모님들은 오랬 만에 외출 자체가 즐거워 보였다.

그 중 나를 미소 짓게 만드는 이야기를 들었다. 고사리 철이 되어 고사리를 한두번 꺽다 집에 가면 환상이 보인다는 것이었다. 그 환상은 방안 천장에서 ‘나를 꺽어 주세요’ 하고 천장에서 고사리가 하나하나 아른아른 거린다는 것이다. 당구를 배울 때 집 천장에서 당구 공들이 굴러 다니는 것처럼..

그렇게 30분쯤 이동을 한 후 목적지에 도착하여 장비를 갖추고 고사리가 숨어있는 숲으로 들어가기 전, 직업적으로 나는 어머니와 친구분들께 이야기를 하였다. ‘숲에서 길을 잃으면 저기 보이는 남쪽의 산을 보고 방향을 찾고, 혹시 길을 잃어도 산 반대편을 보고 내려오면 길이 있습니다,

그리고 태양이 있는 쪽을 보고 동쪽을 확인하고 꼭 2명이상 같이 다니세요’ 이렇게 말한 후 나도 같이 고사리를 꺽으러 숲으로 들어갔다. 숨어있는 고사리를 차근차근 따며 3시간이나 흘렀을까 일행들은 모두 고사리의 유혹으로 다들 각각 떨어져 있었고 나 또한 방향을 찾을 수 없었다.

똑같아 보이는 지형, 넓은 벌판에서 방향을 찾기는 예상보다도 훨씬 어려웠다.. 남쪽에 높게 솟아있던 산은 수풀에 가려 보이지 않고 동쪽에 있던 해는 비스듬이 있었으나 동쪽인지 서쪽인지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그렇게 숲을 헤메는 중 순찰차의 사이렌 소리를 들었고 그 소리로 길을 찾을수가 있었다.

이런 이야기들을 한 이유는 최근 증가하는 고사리 채취객 조난을 방지하기 위하여 몇가지 당부하고 싶은말이 있어서다.

첫째, 고사리 채취객의 조난방지를 위하여 구좌파출소에서는 산간지역 지속적으로 사이렌을 키며 순찰을 하고 있으며 구좌읍사무소에서는 산불감시차량이 예방방송을 하므로 숲속에서 사이렌 소리를 듣고 그때마다 도로의 방향을 확인하고,

둘째, 고사리 채취 진입로 입구 13개 지역에 ‘조난방지 안내현수막’을 설치 하였으므로 현수막 번호를 꼭 기억하여 길을 잃었을시 현수막 번호를 경찰 및 119에 알려주면 보다 신속하게 위치를 파악 구조할 수 있으며

셋째, 구좌파출소에서는 범죄예방용 호루라기를 배치하여 찾아오는 민원인들에게 배부하여 실종시 호루라기를 불어 위치를 알릴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넷째, 채취객 혼자 떨어져서 너무 깊은 숲으로 무리하게 가지 말아야 하며 2인이상 함께 이동하여야한다.
위의 몇 가지만 주의한다면 고사리 채취 나들이가 더욱 즐거워 질 것이다.<미디어제주>

<고봉심 제주동부경찰서 구좌파출소 순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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