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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늦게 알려진, 27살 청년의 '의로운 죽음'
뒤늦게 알려진, 27살 청년의 '의로운 죽음'
  • 원성심 기자
  • 승인 2009.03.11 09:28
  • 댓글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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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동료선원 구하려다 숨진 故 양석원씨의 뒷얘기

제주 출신의 양석원씨(27. 제주시 애월읍 수산리)가 지난달 28일 물에 빠진 동료선원을 구조하기 위해 해상으로 뛰어내렸다가 숨진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경남 통영해양경찰서에 따르면 양씨가 승선하고 있던 근해유자망 어선 대양호(24톤)는 지난달 28일 오전 6시께 통영 동호항에서 조업차 출항해, 같은 날 오후 4시40분께 통영시 소재 욕지도 남동쪽 약 35마일 해상에서 유자망 어구 투망 조업을 하던 중, 선원 정영진씨(48)가 갑판에서 그물에 발이 걸려 해상에 추락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정씨가 물에 빠지자 당시 9명이 승선하고 있었는데, 이중 양석원씨가 곧바로 바다로 뛰어내려 정씨를 구조하기 위해 안간힘을 썼으나, 결국 정씨는 실종되고 양씨는 배 위로 옮겨졌으나 숨졌다.

양씨의 시신은 고향인 제주로 옮겨져 지난 3월6일 장례가 치러졌다.

사고를 당한 양씨는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오랫동안 자원봉사활동에 매진해 오다가 지난달 19일가족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남들이 기피하는 일을 한번 해보면서 경험을 쌓아보겠다"면서 어선의 선원으로 일을 하기 시작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선원 일을 시작한지 정확히 9일 만에 불의의 사고를 당한 것이다.

2남2녀 중 장남인 그는 제주시 애월읍 수산리 출신으로 물메교와 귀일중, 제주상고(현 제주중앙고)를 졸업한 후, 많은 자원봉사활동을 해왔다.

2005년 한국자원봉사센터 협회 소속의 1365중앙구조단의 핵심멤버로 활동하면서 수많은 봉사활동을 해 왔다. 2006년 전라북도 정읍에 폭설이 내렸을 때 그는 봉사단원들과 함께 현장에 뛰어들어 재난구조활동을 벌인 바 있다.

이 정읍 폭설 재난방재 공로로 받은 위로금 30만원을 어려운 이웃을 돕는데 써달라며 내놓아 당시 자원봉사단 내에서는 귀감이 되기도 했다.

당시 세계일보 2006년 1월 2일자 기사에서는 전북 정읍 폭설피해보도를 하면서, "제주도에서 농민들의 아픔을 나누겠다며 달려온 양석원(25)씨도 지난 1일부터 이틀째 정읍시 덕천면에서 무너진 비닐하우스를 치우느라 비지땀을 흘리고 있다"고 양씨의 선행을 소개하는 보도를 했다.

민영통신사 뉴시스도 2006년 1월1일자 관련 보도에서 "심각한 피해 상황을 방송을 통해 접한 후 가만히 있을 수 없어 찾아왔다는 양석원씨(30)는 제주도에서 이날 아침 배편을 이용해 정읍시에 도착, 김씨와 함께 붕괴된 축사에서 구슬땀을 흘렸다"고 보도했다.

뿐만 아니라 해외 재난현장에 함께하지 못하는 것을 아쉬워하며 10만원을 건네는 등 평소 남달리 의협심이 강해 봉사자 리더로서의 역할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7월 방재안전관리사 자격을 취득하고, 연세대 방재안전관리연구센터(센터장 조원철 교수) 자원봉사자로 등록해 활동을 시작했다. 최근에는 응급구조사 자격증을 비롯해, 남을 도울 수 있는 기술들인 수영, 응급처치, 스킨스쿠버, 운전 등 다양한 기술을 익히며 자원봉사 현장에서 구슬땀을 흘렸다.

연세대학교 방재안전관리연구센터 홈페이지에는 그의 죽음을 안타까워하는 추모의 글이 이어졌다.

방재안전관리센터의 센터장인 조원철 교수와 봉사자들은 9일 인터넷에 올린 글을 통해 "남달리 의협심이 강했던 봉사자 리더 양석원 님의 안타까운 소식을 들으며 방재안전관리사로 의롭게 죽은 뜻을 기립니다.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라며 추모했다.

이들은 또 "재난당한 이웃을 보면 그냥 지나치지 못하였던 그였기에 우리는 허탈한 마음을 더 갖게 된다"며 "이제 고향인 제주도 애월읍에 편히 잠든 그를 보내며, 우리 자원봉사자의 안전을 위한 노력과 의사자로 상신하기 위한 정책적 제도적 장치가 하루 속히 있어야 함을 느낀다"고 안타까워 했다.

조 교수 등은 "방재안전관리사였던 그였기에 우리 3400명의 방재안전관리사를 대신해 그의 가족에게 위로와 평안을 보냅니다"라며 명복을 빌었다.

양씨의 이번 죽음에 자원봉사단은 물론, 그의 가족들도 크나큰 실의에 빠졌다. 동생 호근씨(25)는 "저희 형님은 평소 저와 여동생 둘에게 돈보다 사람이 중요하며, 항상 베풀면서 살라고 조언을 해 왔다"며 "때문에 저는 이 소식을 처음 접했을 때에도 형은 분명 사람을 구조하다가 돌아가셨을 것이라고 짐작했다"고 말했다.

그는 "형을 아는 모든 주변사람들도 형이라면 분명 자신의 몸을 사리지 않고 물에 뛰어들었을 것임이 분명하다고 입을 모았다"고 말한 후, "저희 부모님은 장남을 잃은 충격이 아직도 가시지 않았다. 평소 할머니를 잘 챙겨드리던 형이기에 할머니의 상심은 더욱 크다. 손자를 먼저 보낸 할머니는 장례식장에도 오지 않으셨다"며 눈시울을 적셨다.

호근씨는 "하지만 형이 의로운 일을 하다 돌아가셨다는 이야기를 듣고 할머니와 부모형제 모두 형이 좋은 곳으로 갔을 것이라고 믿고 있다"며 "아무쪼록 형이 가신 길이 헛되지 않도록 그 뜻이 잘 전달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 연세대학교 방재안전관리연구센터 홈페이지 등에는 양석원씨의 명복을 기리는 글이 쇄도함은 물론 양씨를 '의사자'로 등록해야 한다는 청원 글들이 잇따르고 있다.  <미디어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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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 2009-03-23 14:27:03
아름다운 청년인데... 안타깝네요.

언제나 2009-03-16 23:27:03
항상 우리 마음 속에 살아있다는거 알아...
단지 육신만 없을 뿐 영혼은 우리 곁에서 웃으며 지켜보고 있어...
우리를 더 가까이에서 지켜줘서 정말 고마워.. 고마워..

지구의 아버지 2009-03-15 16:20:18
살신성인의 참 모습을 보여주셨군요...
극락왕생 하시길...

고마츠 나나 2009-03-13 22:54:51
가슴이 너무 아픕니다.
영원히 우리들 가슴안에 남길 바라면서...
사랑합니다.

아름답습니다 2009-03-13 22:02:16
이 세상에 이렇게 의로운분이있다니..그것도 저와 이렇게 가까이 있었다니..
세상을참 뒤돌아보게되네요..
저또한 고 양석원의 뒤를이어 열심히 살아보려합니다..
봉사활동을 가리지않고 모든일에 먼저 손발벗고뛰어드는 정신..
가시는길마져 저에게 많은걸 가르쳐준 멋진..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