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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배추 매취사업, 그 '아름다운 도전'의 결실
양배추 매취사업, 그 '아름다운 도전'의 결실
  • 윤철수 기자
  • 승인 2009.03.03 15:26
  •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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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논단] 양배추 매취사업의 의미와 반향

과잉생산으로 극심한 판로난이 우려됐던 제주산 양배추 소비운동이 이제 절정을 넘어 후반부로 넘어서고 있다. 양배추의 경우 빠르면 3월부터, 보통 4월에서 5월사이 꽃대가 올라오기 때문에 그 이전에 처리를 못하면 애써 가꾼 작물을 내다 버릴 수밖에 없다.

범도민적 소비운동을 뛰어넘어, 출향도민, 명예도민, 그리고 군부대에서까지 동참하며 양배추를 하루빨리 소비시키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라 할 수 있다.

이번 제주산 양배추 소비운동의 핵심 키워드는 단연 '매취사업'이다. 농산물이 과다 생산돼 가격이 하락했을 때 농협 자체 비용으로 농가들로부터 농산물을 적정가격에 구입한 뒤, 시장에서 요구하는 만큼만 공급해 가격을 유지하는 방식을 말한다. 농가에는 안정된 소득을 미리 보장해주는 장점이 있지만 사업 주체는 손해를 모두 책임을 져야 하는 부담이 있다.

이러한 위험부담 때문에 그동안 매취사업이 실제 제대로 이뤄진 적은 거의 없었다고 한다. 그래서 이번 제주에서의 '매취사업'은 전국 최초의 시도이자 획기적인 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 매취사업을 과감히 결단내린 주체는 다름아닌 한림농협(조합장 신인준)이다. 지난해 12월 결정된 이번 매취사업에서는 당초 5개 농협이 참가할 것으로 예상됐었다. 그러나 한림농협을 제외한 4개 농협의 경우 이사회에서 리스크가 너무 많다는 이유로 포기했다.

결국 한림농협만 이 사업을 추진하게 된 것이다. 당시 신인준 조합장은 "매취사업은 농민을 위하는 일이고 농협이 해야 할 일을 행정이 도와주고 있는데 못할 이유가 없다"면서 농협 이사회에서 이사들을 적극 설득했다고 한다. 사업실패 시 돌아올 책임에 대해서도 '분명하게 책임지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이러한 그의 남다른 각오와 의지가 있었기에 이번 양배추 매취사업은 이뤄질 수 있었다.

한림농협은 매취사업을 추진키로 결정한 후, 곧바로 제주양배추유통사업단을 발족해 제주산 양배추 재배면적 1659ha(9만9500톤)의 77%인 1285ha(7만7000톤)를 3.3㎡당 2500원에 농가로부터 수매하는 매취사업에 들어갔다. 이 가격은 농가 입장에서도 결코 '섭섭한' 수준은 아니다. 만약, 매취사업이 추진되지 않았다면 지금쯤 양배추 값은 폭락했을 것이 자명하기 때문이다.

한림농협의 이같은 결단에 범도민적인 양배추 소비운동이 전개되기 시작했다. 공직사회는 물론이고 군부대, 명예도민, 출향도민들까지 양배추 사주기에 동참했다. 여기에 '과학카페'와 '생로병사의 비밀' 등의 TV프로에서는 양배추의 효능에 대한 분석결과가 제시되면서 소비는 한층 촉진됐다.

그 결과 3월2일 현재 도매시장과 수출, 군납, 소비촉진운동, 특판 등으로 처리된 양배추는 2만7821톤에 이른다. 비상품으로 격리되는 물량 2만3000톤을 제외한 계획된 5만4000톤 중 51.5%의 처리실적을 보이고 있다. 이제 겨우 절반가량을 판매한 셈이다.

대대적인 소비운동 때문일까. 해보고자 하는 사람에게 운이 따랐다고 할까. 가격은 3월2일 기준으로 8kg들이 한 망에 상품은 5000원대, 중품은 4400원대에 경락됐다. 우려했던 최악의 가격폭락은 없었다.

이제 남은 것은 아직 처리되지 않은 2만여톤의 물량을 어떻게 처리하느냐 하는 것이다. 현재 제주특별자치도 문화정책과 등의 적극적인 판촉활동 등으로 군부대에 1363톤이 군납될 예정에 있다. 또 대형마트에서도 추가적인 주문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신학기를 맞아 각급 학교에서 급식재료로 사용하기 위한 주문량도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런데, 한가지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 있다. 그것은 한림농협의 매취사업 추진 결단을 높이 평가해야 한다는 것이다. 양배추 사주기 운동이 후반부로 접어들면서, 일각에서는 이번 매취사업은 최종적으로 성공한 것인가, 그렇지 않은가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만약, 이번 매취사업이 성공적이었다는 평가가 나온다면 앞으로 감귤 등 다른 작물에도 큰 파급을 줄 것으로 보인다.

이 부분에 대해 임상필 제주특별자치도 원예특작담당사무관은 "전국에서 처음하는 사업이고, 성공을 시켜야 다른데서 파급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위험부담이 컸던 양배추 매취사업은 농가를 먼저 생각하는 마음이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라며 "그렇기에 한림농협의 매취사업을 추진하겠다는 결연한 의지, 그리고 이 매취사업을 중심으로 해 온 도민이 함께 마음을 모아 양배추 사주기에 나섰던 도민역량, 이것만으로도 이번 사업의 의미는 매우 크다"고 말했다.

임 사무관의 이러한 평가와 더불어, 매취사업의 진전된 파급을 기대하는 분위기도 많다. 박영부 서귀포시장이 얼마전 간부회의에서 이 매취사업의 의미를 강조하며, "이번 양배추 매취사업이 성공한다면 감귤도 매취사업으로 전량 수매된다면 농가소득에도 도움이 될수 있다"고 강조한 것도 이와 맥락을 같이한다.

어쨌든 양배추 매취사업은 최종적으로 적자냐, 흑자냐를 떠나 그 시도 자체에 의미를 갖게 한다. 현상과 결과만 놓고 보면, 적자냐 흑자냐가 중요할 수도 있지만, 그 과정을 살펴보면 이번 매취사업은 제주농업에 있어 상당한 의미를 갖고 있다.

설령 마지막 정산에서 끝내 '적자'를 면치 못했다고 나오더라도, '아름다운 실패'로서 그 의미를 부여받을 수 있다. 실패란 것은 어떤 행동을 시도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았다면 '실패'란 단어 자체가 나올 수 없는 것이다.

따라서 한림농협의 이번 매취사업은 실패가 두려워 사업을 포기하는 주변 분위기 속에서, 농민의 어려움을 덜어주기 위해 내린 결단이기에, 설령 실패한다 하더라도 그 실패는 아름다울 수밖에 없다. 남은 기간, 유종의 미를 통해 '아름다운 도전'의 결실을 기대해본다. <윤철수 대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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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도전 2009-03-05 21:43:14
농민을 위해 이런 결단 내리신분이 환히 웃을수 있기를 ...

하영환 2009-03-03 17:40:53
여러 농협에서 특히 양배추 주산지나 다름 없는 애월농협까지도 포기한 양배추 매취사업을
시행한 한림농협 조합장을 비롯한 임직원 여러분의 결단에 힘찬 박수를 보내는 바입니다.
물론 농협에서 해야할 일이었다 하더라도 전국 최초의 매취사업 이었고 실패의 우려도 많은 사업이기에 결단을 내려준 조합장님과 임직원 여러분들에게 진심으로 감사의 뜻을 전하는 바입니다. 부디 힘내시고 아름다운 결말을 맺으시가 바랍니다.

당신멋쪄 2009-03-03 17:01:21
당신은 진정한 멋장이셔 앞으로 더욱더 농민을 위해 힘써주시기 바랍니다.
그러면 당신은 더욱더 진가가 발휘되어 다음. 다음 선거까지 선거 표 생각 마시고 이보다 더욱 농민을 위해 힘써 주시기 바랍니다. 제주상의 선거를 보면서 참 한심하다는 생각이 드는 이유는 한수 가르쳐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