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의 경제위기 상황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서민경제 현장의 목소리를 제대로 전달하고, 즉각적으로 정책에 반영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돼 눈길을 끈다.
11일 오후 4시 제주특별자치도의회 의원회관 대강당에서 열린 정책토론회 '제주지역 서민경제 어떻게 살릴 것인가'에서 현윤식 제주특별자치도 중소상인협의회 사무국장은 주제발표를 통해 이같은 의견을 제시했다.
이날 정책토론회는 제주도의회 의원연구모임인 제주미래전략산업연구회(대표의원 하민철, 간사의원 오영훈)과 제주도내 재래시장, 골목상권, 상점가, 지역상인회 등이 참여한 제주특별자치도 중소상인협의회(공동대표 양승석, 홍오성) 공동주최로 마련됐다.
현윤식 국장은 '제주지역 중소상인 현황과 경쟁력 제고방안'이란 제목의 주제발표에서 먼저 전국과 제주지역의 경제현황을 비교하면서, "지역별 체감경기 지수만 보더라도 지금의 경제한파는 1997년 당시와 유사하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다"며 어려운 서민경제 현실을 설명했다.
그는 "1월 체감지수에서 제주지역의 경우 다른 지방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높은 수치를 보였으나, 이는 제조업 기반이 취약한 제주산업 구조의 특성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경제위기의 골이 깊어짐에 따라 최근 내수 등의 두드러진 감소가 보고되고 있는 바, 제주지역 역시 다른 시.도 못지 않은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측된다"고 말했다.
#"당국 정책에 'NO'라고 할 수 있는 TF팀 구성 필요"
그러면서 그는 지역상권의 경쟁력 제고를 위한 방안으로, 우선 '서민경제회생 TF팀' 구성을 제안했다.
그러나 현 국장은 이 TF팀 구성에 있어 단순하고 요식적 팀 구성이 아니라, 지금의 경제위기 상황에 대처하기 위해 현장의 목소리를 제대로 전달하고, 즉각적으로 정책에 반영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할 것을 주문했다.
당국의 정책에 'NO'라고 할 수 있는 단체를 포괄하는 광범위한 민.관 합동의 TF팀을 구성하고, 월례회 또는 정기적인 회의를 개최하자는 것이다.
이같은 현 국장의 제안은 현재 제주특별자치도 당국의 경제정책이 말로는 '민생현장'을 외치고 있으나 실제적으로는 우호적이고 도정에 협조적인 경제단체 중심으로만 대화 파트너를 가져가는 현실을 우회적으로 비판한 것으로도 보인다.
이러한 현 국장의 제안에 대해 제주도당국이 어떻게 받아들일지가 주목된다.
#"'대단지 물류센터 건립용역 의뢰...재래상권 유통현대화 지원도 필요"
현 국장은 이와함께 '대단지 물류센터' 건립을 위한 용역 추진을 제안했다. 단순히 규모만 큰 물류센터가 아니라 재래시장, 골목상권, 상점가 등에서 공동으로 이용할 수 있는 물류시스템을 말하는 것으로, 이를 위한 용역을 하자는 제안이다.
현 국장은 "섬의 특성상 과도한 물류비라는 불이익을 당해 왔는데, 대단지 물류센터는 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소비활동을 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많은 돈을 들여 물류센터를 만들기 보다는 활용률이 낮은 창고를 활용하는 방법으로 가야한다는 방안을 제시했다.
또 이를 위해 컨테이너 전용부두 개설, 대단위 창고단지 지원 등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세번째로는, 재래상권의 유통현대화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부분에 있어 현 국장은 "재래시장 등의 예외없는 카드활용 도입, 간판이나 내부 인테리어 등의 시설 현대화 지원, 시설 개선을 민간에서 자율적.효율적으로 시행할 수 있도록 하고 당국이 지원해 주는 형태를 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밖에 서민경제 회복을 위한 경제 대토론회를 활성화해 다양한 경제회생방안을 고민하고, 중소상인교육 시스템을 다시 구축할 필요성도 제기했다.
#원종문 원장 "'대기업형 슈퍼마켓' 무조건 규제하면 안돼"
이어서 원종문 동아시아유통정보센터 원장의 '대기업형 슈퍼마켓(SSM)출점과 지역상권'이라는 주제발표가 이어졌다.
원 원장은 중소유통업계가 살아남기 위해선 '대기업형 슈퍼마켓'을 무조건 규제할 것이 아니라 중소유통상권들과 연합해 근린상권에 대한 영향력을 지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원 원장은 제주지역의 현 경제 상황에 대해 "제주지역의 유통시장 개방과 신유통업태 지원정책, 그리고 급속한 경제성장으로 인해 대형마트가 빠르게 성장했다"고 말한 뒤 "이로 인해 지역 부의 역외 유출로 인한 지역경제 위축, 주변상권 몰락으로 인한 지역평균 물가의 상승, 중소유통 종사자의 실업으로 인한 제주지역의 실업율 등이 증가했다"고 밝혔다.
또 "대형마트가 포화상태로 변하자 더이상 광역상권으로 이익을 보기 힘들자 SSM이란 새로운 업태로 근린상권까지 진입해 중소유통상권을 더욱 잠식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를 막기 위해 무작정 규제할 것이 아닌 중소유통상권이 연합해 역시 SSM을 만들어 근린상권을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중소유통상권이 SSM을 출점하기 위해선 중소유통이 가지고 있는 경쟁력인 가격, 점포의 매력도, 다양한 상품구성을 가지고 이것을 강화하기 위해 소사장 제도와 점포당 독립채산제를 도입해야 한다"며 "점장에게 운영의 자율권과 책임을 부여함과 동시에 운영팀에 대한 적극적인 성과급을 채택해 좀 더 지역시장 변화에 탄력적으로 대응하는 지역밀착형 점포로 전환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또 제주도내 재래시장 상인 등으로 구성된 실질적 중소상인협의기구인 제주특별자치도 중소상인협의회가 서민경제 회생을 위한 실질적인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사무실 공간 확보와 최소 인력 운영을 위한 지원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진희종 방송인이 좌장을 맡아 진행된 이날 정책토론회에서는 원종문 동아시아유통정보센터 원장이 '대기업형 슈퍼마켓 출점과 지역상권'이란 주제발표도 있었다.
토론에는 오영훈 의원을 비롯해 하재은 신한경영법인 대표이사, 신정익 제주일보 기자, 양승석 제주도 중소상인협의회 공동대표, 조병선 제주도 슈퍼마켓협동조합 이사장, 강승수 제주도 경제정책과장 등이 참여해 열띤 토론을 벌였다. <미디어제주>
<김두영 기자 / 저작권자 ⓒ 미디어제주 무단전재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