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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상한 취업준비생들, "정말 미치겠어요"
속상한 취업준비생들, "정말 미치겠어요"
  • 좌보람 기자
  • 승인 2009.02.03 08:26
  • 댓글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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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취재]고용한파, 취업준비생들의 '우울한 이야기'

새해들어 고용시장에는 불안감이 감돌면서 제주 구직자들의 긴장감도 더해지고 있다. 세계적 경제위기 속에서 우리나라의 전반적인 고용시장은 크게 얼어붙었다.

취업준비생들에게 있어 요즘은 '최악의 한파'다. 고용혹한기, 취업을 하기위해 고군분투하는 취업준비생들. 그러나 그들의 '취업전쟁'은 언제 끝이 날지 기약이 없어 보인다.

겨울 방학을 맞은 제주지역 취업준비생을 만나 보지만, 하나같이 같은 목소리를 내고 있다. 열심히 하는 만큼 기회도 많아졌으면 좋겠다는 그들의 목소리에는 걱정과 불안함이 역력하다.

# “공기업에 원서낼 기회조차 없으니 미치죠...”

제주시내 도서관마다 밤 늦게까지 불이 환히 켜진다. 제주대 중앙도서관도 매일 취업준비생들로 북적인다. 취업준비 열기는 여느 때보다 뜨겁지만, 고용시장은 그리 녹록치 않다. 

이곳에서 만난 최근 공기업 입사를 위해 1년 넘게 준비하고 있다는 제주대 전기공학과 졸업생 최모(30)씨. 그는 졸업한지 3년째다.

대학 졸업 후 회사에 바로 입사했지만 자신의 전공을 살리기 위해 한국전력공사 입사를 결심하고 6개월만에 과감히 사표를 냈다.

"당시만 하더라도 공기업 정규직 채용은 매달 있었고, 원서를 넣을 수 있는 공기업도 1년에 30여 군데나 됐어요. '스펙’만 갖춘다면 공기업의 취업문을 뚫을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입사시험 준비를 시작했는데...‘스펙’을 갖춰 놓으니 이젠 원서를 낼 기회가 없네요."

그는 “지금 서울에 있는 공기업 준비 학원은 1년간 신규채용공고가 나지 않아 초토화된 상태예요”라며 쓴웃음을 지었다.

몇 개월 전까지만 해도 서울에서 공기업 준비학원을 다녔다.

“처음 학원을 다닐 때만해도 한 반에 100~200명의 수강생으로 꽉 찼었는데 지금은 수강생이 10∼20명 정도일 거예요. 대부분의 공기업 준비생들이 입사를 포기하고 고향으로 내려가거나 도피차원에서 대학원에 진학하려고 준비 중이죠."

기업들의 자격조건은 자꾸 높아지고 경쟁률은 경쟁률대로 점점 치열해져 간다며 막막하다는 입장이다.

그 전에 다니던 회사를 그만둔데 후회는 없냐는 기자의 질문에 “당연히 후회할 때도 많죠. ‘공기업 입사’라는 목표 하나로 큰 결정을 내린거였는데 그 전보다 상황이 더 안 좋아졌으니...”라며 한숨을 쉬었다.

현재 생활비도 걱정이다.

“예전에 모아둔 돈은 서울에서 공부하면서 다 쓰고, 지금은 부모님한테 용돈을 타서 쓰는 실정이예요. 이번 설에는 새배 드리러 가지도 않았어요..죽을 맛이에요."

최씨와 같은 처지로 취업준비를 하고 있다는 그의 친구 역시 “저도 설날에 새배드리러 안가고 집에 있었어요...아니 안간게 아니라 못갔죠”라며 씁쓸한 말을 한다.

매일 아침 8시부터 새벽 1시까지 공부를 한다는 그들. 취업문을 뚫을 수 있다는 자신감보다는 걱정이 앞서 보인다.

#“스튜어디스 100명 뽑는데 만명 넘는 지원자 몰렸어요"

스튜어디스 지망생이라고 밝힌 제주대학교 강모씨(25,여)는 항공사 입사를 준비하기 위해 서울로 올라갈 예정이다.

제주시 탐라도서관에서 만난 그는 망연자실 한 듯 심정을 털어놨다.

"지난해 하반기에 항공사에 지원해 서류심사를 통과했어요. 기쁜 마음으로 면접을 치르러 갔었는데 결과는 좋지 않았죠. 100여명의 스튜어디스를 뽑는데 1만8000명의 지원자가 몰렸어요. 경쟁률도 경쟁률이었지만, 제주도라는 지역적 한계를 뼈저리게 느끼고 돌아왔죠. 정말 속상해요."

이어지는 그의 얘기는 '전국 경쟁'에서 느낀 점을 또박또박 얘기했다.

 “대부분의 지원자들이 수도권지역에서 왔는데 저와는 달랐어요. 대부분이 승무원 준비 스터디그룹을 하고 있었고 알고보니 스터디그룹을 통해 면접노하우, 채용정보, 기업이 원하는 인재상 등 모든 정보를 꿰뚫고 있더라고요."

그는 “솔직히 학원비, 생활비 등 경제적인 부담을 생각하면 제주도에서 준비하고 싶지만 여기서는 힘들 것 같아요”라며 “현실은 냉혹해요. 정보와 실전연습에서 뒤쳐지면 취업 가능성도 희박할 거예요"라고 한숨을 쉬었다.

그러면서 "솔직히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려고 서울로 가기로 결정했지만 요즘 취업난을 생각하면 자꾸 불안해지고 걱정이 돼요"라고 말했다.

#“당장 취직해야 하지만, 그게 어디 쉽나요?"

역시 탐라도서관에서 만난 제주대 졸업예정자인 윤모씨(25. 여). 대학원을 준비하면서 아르바이트도 해야한다는 그는 통역대학원 진학 준비를 위해 서울로 가기로 마음 먹었다. 그러나 생활비와 학원비가 가장 큰 걱정이다.

“처음에 경제적인 문제로 부모님이 반대했어요. 결국 합의를 본 것이 학원비는 부모님이 지원해주고 생활비는 아르바이트를 해서 충당하는 거예요."

그는 “맘 놓고 공부만 할 수 있는 여건도 아니고, 그렇다고 제주도에서 준비하기에는 불안하고...”라며 “통역 대학원인 경우는 수도권 지역에만 몇 유명한 학원이 있어요. 그곳은 체계적으로 대학원 준비생들을 가르치고 진학률도 높아서 어쩔 수 없이 서울로 가기로 했어요”라고 말했다.

“당장 취직을 하는 것이 가장 최선의 길이지만, 그게 어디 쉽나요?”라며 고충을 털어 놓는 그의 모습은 다소 무거워 보였다.

#공무원을 준비하고 있는 학생들도 불안하기는 마찬가지이다.

1년 넘게 경찰직 공무원 시험 준비를 하고 있는 박모(25, 여)씨.

그는 미디어제주와의 전화인터뷰에서 “취업문은 점점 좁아지고, 공무원을 준비하는 사람들의 실력은 비슷해져만 가는데...그 치열한 경쟁 속에서 살아남기가 힘들다”라며 말문을 열었다.

먼저 불만의 목소리부터 높였다. “올해 여자경찰 공채는 전국적으로 총 80여명으로 발표가 났어요. 여자 경찰은 거의 뽑지를 않는다는 말이죠."

서울 노량진에서 1여년 동안 고시학원을 다녔다.

“경찰 공무원학원은 한 반에 600명이 수업을 받아요. 아침 5시에 학원문이 열리는데 4시부터 학생들은 줄을 서서 기다리죠. 매일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공부를 하면서도 항상 마음은 불안했어요."

#"'스펙' 갖춰도 우선은 인턴부터 지원해야 겠죠"

졸업을 한 학기 남겨두고 있는 제주대학교 관광경영학과 4학년 고모(26)씨는 토익점수를 올리기 위해 겨울방학동안 학원을 다니면서 공부를 하고 있다.

그는 자신의 ‘스펙’을 만들기 위해 토익 공부와 함께 영어회화, 스터디그룹 활동 등 취업준비로 바쁜 겨울방학을 보내고 있고 있지만 정작 졸업 후에는 ‘기업인턴’에 먼저 지원할 생각이다.

“솔직히 한번에 정규직으로 채용된다면 좋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잖아요. 지금은 나름대로 저만의 스펙을 갖추기 위해 준비하고 있지만 매일 들려오는 ‘취업난’ 소식에 걱정이 크죠."

#취업준비생, 그들이 진정 원하는 것은...

한편, 최근 경기침체와 더불어 5년 만에 최저의 고용지표를 기록하고 있다. 또 올해 2∼3월에는 상황이 더욱 심각해질 것으로 분석됨에 따라 학생들의 ‘취업전쟁’은 더욱 치열해 질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제주지역 취업준비생들에게는 타격이 클 것으로 보인다. 

제주 중소기업인 단체에서는 인원감축이나 정리해고 보다는 근로자들이 임금을 조금씩 덜 받더라도 다같이 일할 수 있도록 하자는 '일자리 나누기(Job sharing)'를 하자는 제안까지 나오고 있다. 제주특별자치도는 이 얼어붙은 고용시장을 정면 돌파하기 위해 올해 5000개 일자리 창출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취업준비생들에게 있어 이 잡쉐어링이나 일자리 5000개 창출이란 말은 피부로 와닿지 않는 모습이다. 그들이 진정 원하는 것은, 취업실적이 아니다. 직장다운 직장, 누구나 원하고 동경하는 직장. 그런 직장에 제대로 한번 응시해보는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공기업에 원서 낼 기회조차 없다고 불만을 털어놓는 이유도 바로 그 때문이다. <미디어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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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OO 2009-02-08 10:11:37
저 역시도 취업 준비생이에요.
작년 한 해를 서울에서 공부를 하다 내려와서 올해 보건직 공무원시험을 보려고 했는데
올해에는 제주도에서 보건직 공무원 티오가 한명도 없어서 또 한번 좌절하게 됐어요
IMF때 만큼이나 취직이 어려운게 지금의 현실이에요
너무 마음 아프고 힘이 드네요,,
그치만 취업준비생 여러분들 우리 모두 힘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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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2-05 06:20:15
요즘 대학생들의 고뇌가 정말 크겠군요.
위로와 격려를 보냅니다.
그리고 기자님도 수고 많으셨습니다. 생생한 그들의 목소리...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오랜만에 보는 즐거움 2009-02-04 14:37:27
현장취재 활성화된것 같아 좋습니다
잘 읽었슴다
미됴 화이팅

도민 2009-02-04 08:55:37
마음에 와 닽는 현실성 있는 보도내용입니다. 이러한 보도가 많이 나왔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