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4-28 17:02 (일)
"어렵지만 그래도 설은 준비해야죠!"
"어렵지만 그래도 설은 준비해야죠!"
  • 박소정 기자
  • 승인 2009.01.23 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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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설 앞둔 '제주시 민속오일시장' 속의 민심

설 연휴가 성큼 다가온 22일 오후 4시. 제주시 민속오일재래시장에는 과일, 생선 등 설 제수용품을 사러나온 시민들로 북적거렸다.

경기침체 여파와 물가 상승으로 분위기가 예전 같지는 않지만, 그래도 오랜만에 북적거리는 손님들로 인해 상인들의 얼굴에는 미소가 번지고, 그들의 손길도 분주하다.

"사과가 10개에 1000원! 언니 하나 사고 가세요~(상인)"

"사과 하나 더 붙여주세요~ 그러면 안 살래요~(손님)"

"참, 알았어요. 손님 얼굴이 이쁘니깐 하나 더 붙여드립니다~(상인)"

시장에는 여전히 곳곳에서 정겨운 흥정이 벌어졌다. 더 내릴 가격도 없는 데 가격을 깍아달라고 떼를 쓰는 손님, 물건 하나 더 붙여달라는 손님들...상인들은 오랜만에 손님과 벌이는 가격 흥정에 신이 난 모습이었다.

상인들 뿐만아니라 오랜 만에 가족, 연인, 친구들의 손을 잡고 나온 사람들 역시 주머니에서 돈을 꺼내 물건을 사는 등 설 분위기가 이곳저곳에서 연출됐다. 하지만 경기침체로 지갑을 여는 사람이 많지 않았다.

설 대목으로 얼굴에 피어올랐던 미소도 잠시, 상인들은 금세 근심어린 눈으로 바뀌었다.

14년 동안 어물전 장사를 한 주모(41)씨는 "사람들이 지갑을 열려고 하지 않아요. 경제불황이라는 말이 새삼 느껴지는 하루예요"라고 토로했다.

그는 "14년 동안 시장장사를 했지만, 이렇게 장사가 안된 적은 없었어요. 지난해 추석때까지만 해도 대목이었는데..."라며 말끝을 흐렸다.

어물전 장수 진모 씨(52) 역시 오랜만에 붐비는 손님들로 기분이 좋지만, '장사는 잘되고 있냐'라는 기자의 질문에 고개를 떨구었다.

"사람이 북적거려도 장사는 안되고 있어요. 매상도 안오르고, 오늘 준비한 물품 반도 못 팔았어요...지난해 추석때보다도 지갑을 열지 않으니, 정말 너무 힘들어요..."

지갑을 열지 않은 시민들의 속사정 역시 마찬가지다. 설 제수용품을 구입해야 하는 소비자들 역시 높아진 물가와 경기침체로 인해 울상을 짓는 건 똑같다.

제수용품을 사러나온 주부 김모 씨(50,여)는 "경제가 어려워서..."라는 말과 함께 쓴웃음을 내보였다.

그는 "경제 불황이에요. 지난해 설날때와 마찬가지로 제수용품 구입비를 25만원 정도를 생각하고 있어요"라며 "물가가 오르니깐 돈은 똑같아도 음식의 양이 적어지는 건 당연한 거 아니겠어요. 25만원도 적지 않은 돈이라고 생각해요. 어려워도 준비를 안 할 수 없으니..."라고 토로했다.

수첩에 일일히 가격을 적어가며 시장을 보고 있던 주부 박모 씨(39.여)도 어려운 건 마찬가지다.

박 씨는 "지난해 설날때보다 5만원 정도를 줄여서 20만원으로 제수용품을 구입하려고 하고 있어요"며 "서민경제가 어려워요. 들어오는 돈이 없는 데, 어떻게 설 음식을 풍성하게 할 수 있겠어요."라고 말했다.

설 앞둔 제주시 오일시장은 모처럼 웃음 꽃이 핀 날이었지만, 여전히 서민들과 상인들은 한숨은 깊어지고 있었다. 높은 물가로 인해 설 제수용품을 파는 상인이나 이를 구매하는 서민들의 장바구니와 마음은 여전히 무겁다. 그래도 설을 맞이하기 위해 이들은 자신들이 준비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부지런히 설을 준비하고 있었다. <미디어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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