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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추장린(短秋長隣), 친척보다 이웃사촌이 더 낫다고 했던가
단추장린(短秋長隣), 친척보다 이웃사촌이 더 낫다고 했던가
  • 미디어제주
  • 승인 2008.11.06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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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익순 컨벤션뷰로 사무국장

                                                          
만추의 알싸한 새벽공기가 폐부 깊숙이 스미는 조용한 아침이다. 짧게만 느껴지는 가을은 벌써 스산함을 자아내며 설한의 계절을 기약하고 있다.

단추장린….

짧은 가을, 오래함께할 이웃. 오늘은 우리아파트 주민들이 함께 가을산행에 나서는 날이다.

가는 계절의 아쉬움에 이웃과 함께하는 만추의 산행은 풋풋한 삶의 정감으로 다가온다. 멀리 있는 친척보다 이웃사촌이 더 낫다고 하지 않았던가. 이웃과 함께하는 무위자연을 향한 일상의 탈출은 조그만 설렘으로 다가온다. 한라산 끝자락에 펼쳐진 서귀포 자연휴양림을 찾아 떠나는 것이다.

휴양림으로 가는 길엔 광활한 초원이 펼쳐진다.

들판 곳곳에 흩뿌려진 누런 가을빛이 푸른 목장의 초지와 소나무군락이 어우러져 봄과 가을이 공존하는 느낌이다. 길을 따라 곳곳에 지천으로 핀 억새꽃 군락이 은빛물결로 출렁인다. 이국적인 절경이 내뿜는 자연의 정취는 실로 무위자연의 목가적 풍광이다.

아름다운 풍광에 심취하여 상념에 잠기는 동안 벌써 자연휴양림에 도착했다.

진녹색 자태를 형형색색 고운 색으로 덧칠한 울긋불긋한 단풍이 우리를 반겨준다. 원시림은 무질서해보이지만 정연한 자연그대로의 순수함이다. 숲은 태곳적 숨결이 살아 숨 쉬고 있다. 나뭇잎 끝에 아직도 영롱한 아침이슬이 맺혀있다. 수분을 흠뻑 머금은 울창한 숲속은 한기마저 느껴진다.

임간의 여백을 따라 개설된 산책로는 남녀노소 누구든지 산책할 수 있도록 잘 정비되어 있다. 산책로 곳곳에 쉼터도 마련해 놓았으며, 지형을 고려한 친환경적인 데크 산책로도 만들어 놓았다. 지형을 따라 굽이도는 오르막길엔 경사가 조금 심한 등산로 구간도 있다.

등산로 구간의 정점을 지나면 사방천지를 한 눈에 내려다 볼 수 있는 전망대가 있다. 전망대에서 내려다보이는 빼어난 풍광은 정녕 대자연의 빚어낸 신비함 그 자체이다. 천혜의 절경 서귀포 앞바다가 보이고 범섬이 시야에 들어온다. 시야에 펼쳐지는 대자연의 숲은 한 폭의 수채화 같다. 그래서 예로부터 아름다운 이 산하를 금수강산이라 불렀나 보다.

청정한 공기를 폐부 깊숙이 들여 마시며 떨어진 낙엽을 밟으면 함께 걷는 산행 길. 숲속의 산책로엔 가끔씩 뜨거운 여름에 못다 핀 이름 모를 꽃들이 이제 피어있다. 대자연이 빚어낸 오묘한 자연의 신비에 나는 어느덧 무아경이 된다. 찌든 삶에 지친 심신을 달랜다.

팍팍한 세상사를 잠깐 잊은 휴식시간이고 내일을 위한 충전의 기회이다. 한 곳에 오순도순 모여앉아 맛있게 점심을 먹고 어린이들은 자연을 그렸다.

대자연의 품에 안긴 인간은 사악함이나 과욕이 없다. 가깝지만 멀다면 먼 이웃, 언제 이런 만남이 또 있을까, 아름다운 동행이었다. 

<문익순 컨벤션뷰로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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