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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정말 어려운 상황인가? 아니면 일시적?
경제, 정말 어려운 상황인가? 아니면 일시적?
  • 윤철수 기자
  • 승인 2008.11.04 17: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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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한 금융인이 바라보는 제주경제의 문제, 그리고 대안

제주경제는 어느 정도 어려운 상황일까. 또 지역경기 침체는 과연 일시적인 현상인가. 그렇다면 왜 지역경기 침체현상은 계속되고 있는가.

세계적 금융위기 속에서 현 제주지역 경제상황에 대한 나름대로의 진단과 앞으로의 과제에 대한 한 금융권 종사자의 '연구보고서'가 제시돼 눈길을 끈다. 제주특별자치도가 '신경제혁명'이란 타이틀로 거창하게 지역경제살리기에 나서고 있지만, '페이퍼 계획'으로 전락된 채 실효를 보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연구보고서는 그 의미를 더하게 했다.

제주도내 금융기관에 근무하는 김모 차장은 4일 오후 7시 제주주민자치연대 사무실에서 열린 제주대안연구공동체와 제주주민자치연대 공동주최 정책 아카데미 '10년 후 제주 무엇으로 살아갈 것인가'에서 <현 제주지역 경제상황과 향후 과제>이란 주제의 발표를 했다.

#제주경제, 얼마나 어려운 상황일까

그는 먼저 요즘 제주경제 어느 정도 어려운 상황일까 라는 질문을 던지며, 실질 성장지표상으로도 경기악화 추세가 뚜렷하며, 급격한 물가상승 부담 등으로 인해 현장에서 느끼는 체감경기는 더욱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이라고 강조했다. 1인당 지역내 총생산 성장률은 2000년을 정점으로 침체일로를 걷고 있고,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최근 유가 및 환율 급등 등의 요인으로 큰 부담으로 작용하는 점을 그 근거로 제시했다.

제주지역 GRDP의 14%를 차지하는 농림어업이 침체된 상태로 감귤산업의 조수입 감소, 그리고 유가상승 등의 영향에 따른 어업침체 상황도 계속되고 있다. 소비와 투자에 있어서는 양극화가 극명히 나타난다. 최근 소비는 대형매장과 유명브랜드 체인점 위주로만 증가하고 있고, 지역업체의 매출은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는 것이다.

건설은 수주물량이 감소한 반면 대규모 투자로 인한 허가실적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최근 부동산 경기의 침체는 지역경기 침체에 중요한 요인 중 하나로 작용하고 있다. 2002년 국제자유도시 출범 후 개발 기대감 등으로 토지거래가 급증했으나, 경기여건의 변화와 다른 지역의 대체투자 여건 등의 출현으로 투자성과에 대한 의구심 등이 증폭되면서 토지거래가 감소했다는 것이다. 부동사 경기의 침체는 지역의 경기침체에도 중요한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판단된다.

금융권도 마찬가지다. 제주지역 은행 연체율 추세로 볼 때 지역의 최근 실질경기가 크게 악화되고 있는데, 지역 연체율은 전국평균 수준을 크게 상회한 상황이다. 기업 및 가계대출 연체율이 모두 상승한 가운데 가계대출 연체율 상승폭이 큰 것이 특징이다.

민간업종에 있어서도 문제가 심각하다. 건설, 음식.숙박업 등 경기에 민감한 부문의 연체율이 높아지는 등 대외 의존적 경제구조를 가진 지역경제의 특성이 노출되고 있다. 업종별로는 건설업과 음식숙박업의 연체율이 큰 폭으로 상승하고 있다.

다행히 제조업 연체율은 연초 일시 상승한 후 하향 안정세를 보이고 있으며, 도.소매업의 연체율도 1% 내외에서 안정되고 있다. 차주별로는 중소기업과 개인사업자의 연체율이 모두 상승한 가운데 개인사업자 대출 연체율이 보다 큰 폭으로 상승하는 추세다.

여기에 금리상승도 부담요인으로 작용한다. 실세금리의 인상으로 대출이자 부담이 증가하는 등 서민경제를 어렵게 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2005년 하반기 이후 대출금리가 꾸준히 상승하면서 은행대출을 사용하는 기업 및 가계의 이자 부담이 증가하고 있다.

#경기침체 일시적 현상일까

그럼, 이같은 지역경기 침체는 과연 일시적인 현상일까. 이 부분에 있어 김 차장은 여러가지 지표를 근거로 해 그에 대한 설명을 한다. 먼저 경제성장률에 있어, 제주의 경제성장률은 최근들어 전국 성장률을 크게 하회하며, 점차 둔화되고 있는 점을 주목했다. 제주도내 총생산(GRDP) 성장률이 국내 총생산 성장률에 크게 미달하는 추세며, 최근들어서는 이의 성장률이 더욱 저조하다는 것이다.

체감경기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지역경제의 성장 둔화와 더불어 지역경제 현장 곳곳에서 느껴지는 체감경기 역시 지표수준 이상으로 어려운 상태다. 그렇다면 지역경기 침체현상은 얼마나 지속될까.

그는 이 부분에 있어 먼저 수도권에 집중된 인구 및 실물경제로 인해 핵심산업이 없거나 상대적으로 수도권에서 먼 지역일 수록 지역경제와 금융이 성장하지 못하고 불균형이 심화되고 있는 점을 지적했다.

#자금의 역외 유출 등 구조적 문제 심각

산업구조의 취약성도 이의 요인 중 하나다. 제주지역 경제의 저성장 현상은 다른 지역과 뚜렷한 차이를 보이는 대외 의존형 산업구조에 크게 기인한다. 서비스업 비중이 83%로 전국 최고 수준이며, 제조업은 전국 최저 수준으로 산업적으로 대외 환경여건에 크게 의존하는 경제구조다. 제주지역은 수출산업기반이 취약해 그동안 국내 경제가 누렸던 수출 주도형 성장의 혜택에서 소외된 반면 침체된 민간소비에 직접 영향을 받는 점도 한몫한다.

기업의 자금 사정에 있어서도 기업체의 영세성 등 산업기반이 취약해 외북환경 변화에 쉽게 영향을 받는 구조다. 특히 지역내 주요산업의 성장 침체는 지역 내 자금사정을 더욱 어렵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제주 경제의 중요한 문제 중 하나는 실물경제 부문에서 소비와 투자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지역내 자금 흐름이 원활하지 못하는데 있다고 그는 지적한다.

또한 제주지역은 민간부문에서 매년 막대한 규모의 자금이 역외로 유출되고 있으며, 이는 자금의 선 순환을 저해하는 주된 요소가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자금의 역외 유출규모와 비중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으며, 산업 및 금융부문에서 다양한 유형으로 나타나고 있다.

역외에 본사를 둔 대형 유통업체의 증가는 골목상권의 침체와 더불어 자금의 역외유출을 가속화시키고 있다. 대형 역외건설사의 지역 내 대규모의 건설수주를 통해서도 막대한 자금이 역외로 유출되고 있는 것으로 추정했다. 본사가 역외에 있는 각종 금융기관의 경우 역내에서 조달한 자금 중 많은 부분이 중앙으로 집중 운영돼 역외 자금 유출 결과를 초래한다고 그는 지적했다.

여기에 제주지역은 영세 중소기업 및 소상공인이 대부분으로 매출규모가 미미해 자금의 역내 환류를 유인하기 어려운 점도 있다.

이처럼 경제활성화를 저해하는 악순환의 연결고리를 차단하고 경제의 선순환구조를 정착시키기 위해서는 보다 본질적 차원의 접근이 필요하다고 그는 강조했다.

#제주의 가치 증대를 위한 모색 필요...자금 역외유출 방지책 마련도

그러면서 앞으로 제주 경제 활성화를 위해서는 먼저 '제주의 가치'를 증대시켜야 한다고 역설했다. 김 차장은 "제주 가치 증대를 우해서는 지역산업의 성장과 더불어 주민 삶의 질이 개선되고, 브랜드 이미지가 매력적으로 변화돼야 한다"고 말했다. 지역산업의 성장, 브랜드 이미지 개선, 지역주민 삶의 질 개선 등을 통해 제주의 가치를 증대시키자는 것이다.

세부적 내용으로는 먼저 지역산업의 성장을 위해서는 ▲시장 규모의 성장 ▲토착 기업의 경쟁력 강화 ▲우수기업 투자유치 및 경영 성과 ▲재 투자의 선순환 등 지역산업의 발전 등이 전제돼야 하며, 브랜드 이미지 개선을 위해서는 ▲외부에서 느끼는 차별화된 제주의 매력 ▲가보고 싶은 곳, 머물고 싶은 곳 이미지 구축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또 지역주민의 삶의 질 개선을 위해서는 ▲실질 소득 증대 ▲생활환경 개선 ▲자치권한 확대 등이 필요하다고 그는 강조했다.

그는 "제주의 가치를 제대로 정립하기 위해서는 경쟁력 있는 요소를 선택해 차별화된 방향으로 집중 육성할 필요가 있다"며 "제주는 섬이라는 지리적 특수성과 다른 지역에 비해 상대적 열위의 환경에 처해 있으나, 기회요인으로 얼마든지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즉, 주어진 여건을 어떻게 활용해 대처하느냐가 가장 시급한 과제라는 것이다.

위기를 기회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전략수립 단계에서부터 신 산업육성과 더불어 기존산업의 구조 및 금융 등 지원시스템의 개선과 같은 통합적 고려가 필요하다고 제시했다.또 규모성장을 위한 개발정책과 더불어 질적 측면의 산업구조 개선노력이 요구되며, 아울러 자금의 역외 유출방지대책을 마련해 자금 흐름의 선순환을 가능케 하는 일이 중요하다고 그는 설명했다.

한편 이날 지방자치아카데미에서는 중앙로지하상가상인회장과 친환경농업인 등도 자리를 함께 해 실물경제에 대한 다양한 논의가 이뤄졌다. <미디어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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