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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인권영화제, 아직도 낯선가요?
장애인 인권영화제, 아직도 낯선가요?
  • 박소정 기자
  • 승인 2008.10.24 15: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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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회 장애인 인권영화제 집행위원회 김정훈,이혜정씨.

'인권 영화제는 무겁고, 지루하고, 어렵다...?'.

'인권 영화제'라는 말을 들으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괜히 어려운 이야기를 한다며 고개를 절레절레 거린다. 그러다가도 마음 한 켠에는 '인권은 중요하다'라는 남모른 생각이 자꾸만 맴돌아, 한 번쯤은 인권과 관련된 영화제에 가고 싶다는 생각을 했을 지도 모른다.

날로 '인권'에 대한 관심이 점점 높아지면서, 전국적으로 인권과 관련된 영화제가 많이 열리고 있다. 제주에서도 유일하게 '인권'을 다룬 영화제가 하나 있는데, 바로 장애인들의 인권을 다룬 '장애인 인권영화제'다.

가을비가 보슬보슬 내리던 24일 오후 3시, '제9회 장애인 인권 영화제' 준비로 한창 분주한 한국장애인연맹 제주 DPI사무실에 찾아가, 장애인 인권영화제 집행위원장인 김정훈씨를 만났다. 그는 하루앞둔 영화제 때문에 정신없이 바빴지만, 환한 미소를 띠며 취재에 적극 응했다. 그리고는 24일부터 25일까지 제주영상미디어센터에서 열릴 '제9회 장애인 인권영화제'에 대한 이야기를 서슴없이 들려줬다.

#장애인 인권영화제 9년...그리고 또 다른 시작, '세상아 덤벼라'

"지난 2000년, 우리 사회에서 겪는 장애인들의 인권의 문제에 대해 제주 도민에게 어떻게 알려야 할지, 방법적인 고민을 많이 했어요. 그러다가 영상이라는 다소 대중들과 친근한 매체를 통해 장애인 인권을 알려야 겠다고 생각해, '장애인 인권영화제'를 시작하게 됐죠."

그가 말한 '장애인 인권영화제'의 시작은 '장애인 인권'을 낯설어 하는 일반 대중들에게 친근한 매체인 '영상'을 통해 장애인 인권에 대한 접근을 시도했다는 것이다. 그는 장애인 인권영화제 초창기 단원은 아니였다. 하지만 3회 때부터 9회 때까지 7년동안 줄곧 영화제와 함께 걸어왔기 때문에, 이 영화제에 대한 남다른 포부와 애정을 갖고 있었다.

"'장애인 인권영화제'가 우리나라 최초의 장애인 인권을 주제로 한 영화제인 건 아시죠?...우리 영화제가 전국의 장애인 인권영화제의 밑거름이 되지 않았나 싶어요. 당연히 영화제 작품의 질도 좋지 않겠어요? "

김 위원장이 주저 없이 이번 영화제의 특징 3가지를 말했다. 그는 우선 우리나라 최초의 장애인 인권영화제라는 의미에서 '대표성'에 강점을 뒀고, 이어서 지금까지는 영화제를 제주시 건입동 국립제주박물관에서 개최했는데, 일반시민들이 이동성이 좋은 '제주영상미디어센터'에서 열린다는 점도 특징으로 내세웠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장애인의 인권을 다룬 영화를 쉽게 접할수 없다는 점에서 일년에 한번 밖에 열지 않은 '장애인 인권 영화제'에 오면 좋은 경험을 하게 되고, 작품의 질 역시 어느 곳에 내놓아도 빠지지 않은 실력이라고 말했다. 또, 비경쟁 영화제이기 때문에 영화도 무료로 볼수 있다는 점도 특징이라고 덧붙였다.

#장애인 인권영화제 집행위원회 전담인력은 2명뿐?

장애인 인권영화제 집행위원회의 전담인력은 2명이다. 김정훈 위원장과 이혜정 사무국장이다. 물론 제주DPI식구들이 도와주지만, 기획.홍보 등 모든 영화제와 관련해서는 이 두명이 전담해 하고 있다. 턱없이 모자른 인력이지만, 이들은 영화제를 준비하는 내내 행복하다.

"영화제 전담인력은 2명뿐인 곳은 아마도 없을 거예요...(웃음) 영화제 일은 사명감과 의무가 없으면 하기 힘든 일이에요. 1년 동안 집에 일찍 들어간 적이 없어요. 그래도, 장애인 인권을 알려야 한다는 그 마음과 믿음때문에 열심히 하고 있고, 보람도 있고, 재미도 있습니다..."

이밖에도 김 위원장은 영화제를 준비하면서 겪은 애로사항도 털어놓았다. 김 위원장이 말한 가장 큰 애로사항은 바로 예산문제였다.

한국장애인재단에서 영화제 예산으로 1000만원을 지원하고 있지만 영화제를 준비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예산이다. 빠듯한 예산때문에 해외작품 등을 많이 초청하기가 쉽지않고 홍보도 부족한 실정이다.

"가장 큰 문제는 예산문제입니다. 다른 영화제처럼 규모를 크게 하고 싶어도 예산이 너무 부족하기 때문에, 안타깝죠. 장애인 인권영화제는 우리나라 최초의 장애인 영화제이고, 성장할 수 있는 컨텐츠도 분명해 발전시키기에 좋은 영화제인데, 예산 문제로 그러지 못해 안타깝고, 힘들어요..."

이밖에도 장애인 인권을 다룬 영상이 많지 않다는 점, 앞으로 장애인 인권에 대한 영상을 활발히 발전시켜야 한다는 점에 대해서도 덧붙였다.

김 위원장은 관객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간단히 말하며 장애인 영화제에 꼭 놀러오라고 말했다. "장애인 인권 영화제, 아직도 낯선가요? 물론 아직도 낯설은 제주도민들이 많겠지만, 직접 한번 영화제에 와서 영화를 보면, 생각이 달라질 거에요. 주춤주춤하지 마시고요. 일단 와서 보세요. 그리고 함께 장애인 인권에대한 생각을 공유합시다!..."<미디어제주>

제9 회 장애인 인권영화제가 24일부터 25일까지 제주영상미디어센터에서 열린다. 이번 영화제에는 다큐멘터리 11편, 극영화 9편 등 총 20 편의 영화가 관객들에게 선보인다.

장애인인권영화제(DHFF : Disabled Peoples' Human rights Film Festival)는 우리나라 최초의 장애인 인권을 주제로 한 영화제로 2000년도에 제1회를 개최하여 올해로 9회째를 맞이하고 있는 비경쟁 영화제이다.

또한, 장애인인권영화제는 국내의 다른 영화제와는 달리 장애인의 전반적인 인권에 관한 이야기를 다양한 장르의 영상으로 승화시킨 장애인영상활동가들의 축제의 장으로 10월 24일(금)과 25일(토) 양일간에 걸쳐 제주영상미디어센터에서 개최하게 된다.

올해의 슬로건은 “세상아 덤벼라”이다. 이는 장애인당사자를 포함한 장애인영상활동가들의 활발한 사회참여를 유도하여, 이들로 하여금 우리네 이야기들을 사실적으로 담아내고자 하며, 이를 통해 장애인 인권에 대한 사회적 공감을 도출해내고자 하는데 의도가 있다.

올해 포스터를 보면 슬로건의 의도를 대략 짐작할 수 있으리라 본다. 한 여인이 절벽에서 다이빙하는 이미지를 담은 것으로, 이는 사회적/물리적 차별에 맞서 새로운 세상과의 만남을 형상화한 것이다.

-프로그램에 대하여

올해는 국내외 및 사전제작지원작을 포함한 총 20편의 작품이 상영작으로 선정되었으며, 예년에 비해 극영화의 비율이 상당히 높아졌다는게 올해 영화제의 특징이다. 이와 더불어 구성적인 면에서 볼 때에도, 독립영화를 비롯한 다양한 장르의 작품들과 감독과의 대화의 시간 등으로 구성되어져 있어 예년과의 차별성이 뚜렷하며, 관객의 입장에서 볼 때에도 골라보는 재미가 더할 것으로 보인다.

다음은 올해 영화제에 상영될 주요 작품들의 내용이다.

① 개막작 _ 그래도 희망은 버릴 수 없다(다큐멘터리)
: “인간이 사회에서 살아가기 위해 필요하니까...”
전화 소리에 잠이 깬 아기를 들여다보며 어르는 엄마의 몸이 불편하다. 그 옆에 그림자처럼 함께 있는 한 여인. 엄마 최주현씨를 대신해 아이를 돌보고 주현씨의 손발이 되어 주현씨가 필요로 하는 모든 것을 채워주는 활동보조인 전정순씨다. 그녀가 있어 아이를 키울 수 있고, 비장애인과 다르지 않은 삶을 살 수 있지만, 그녀가 주현씨를 도와줄 수 있는 시간은 하루에 단 4시간뿐이다. 활동보조인의 필요성에 대한 절실함을 담은 작품이다.

② 폐막작 _ The Messenger-전달자(사전제작지원작_다큐멘터리)
: 장애인들의 인권을 말하기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다. 장애라는 부분과 인권이라는 이중의 무거운 주제를 동시에 다뤄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러한 무겁고 어두울 수 있는 주제들을 좀 더 쉽고 편하게 다가갈 수 있도록 작업 중인 사람들이 있다. 그런 사람 중에는 비장애인들도 있지만, 장애인 당사자들도 많이 있다.

③ 사전제작지원작 _ 미션임파서블(감독과의 대화_다큐멘터리)
: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지하철역을 동행하기로 한다. 그들 앞에 놓여진 리프트기는 시간과 공간을 분리함으로써 인관관계까지도 장애와 비장애를 구분지어 버리는 기준이 되어 버린다. 장애인 편의시설에 대한 현실를 미션임파서블이라는 영화형식으로 패러디한 작품이다.

④ 사전제작지원작 _ 로드무비(다큐멘터리)
: 14년여 동안 정신분열증을 앓아 온 어느 정신장애인을 만나게 되면서 그와 함께 그의 주변이웃들과의 만남을 3일간의 여정으로 카메라에 담았다. 정신장애인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과 편견의 차를 좁히고, 나아가 정신장애인의 지역사회재활의 필요성에 대해서 여러분들께 화두를 던지고자 한 작품이다.

⑤ 감독과의 대화 _ 내 사랑 제제(다큐멘터리)
: 나는 4년 동안 사랑을 키워가고 있는 한 연인을 알게 되었다. 장애를 가진 그들의 사랑을 지켜나가기란 그리 쉬운 일이 아니었다. 삶과 사랑에 대한 열정이 가득한 그들을 보면서 다르다는 생각이 아닌 본 받아아야 할 사람으로 느껴졌다. 다큐멘터리 감독의 꿈을 키워나가는 우영이 사랑하는 제제를 바라보는 시선과 그 둘을 바라보는 시선을 교차시킴으로써 사랑에 대한 애틋함과 그들이 한국 사회에서 마음껏 사랑하기에는 넘어야 할 턱과 돌아가야 할 길이 너무 많음을 이야기하고자 한다.

⑥ 감독과의 대화 _ 거칠고, 힘들고, 슬프다(극영화)
: 언어장애를 가지고 있는 감독의 이야기를 극화한 작품으로서, 장애인이 가지고 있는 약점을 영화의 소재로 이용하지 않고 그 인물이 가지고 있는 감정을 충실히 따라 영화를 만들고자 하였다.

⑦ 특별추천작 _ 잠수종과 나비(극영화)
: 침묵에 빠진 육체, 자유로운 영혼... 움직일 수 있는 건 왼쪽 눈 뿐... 하지만 세상과 소통하기엔 충분했다. <엘>의 편집장이자 두 아이의 아빠인 보비는 출세가도를 달리던 중 ‘감금 증후군’으로 온몸이 마비된다. 한쪽 눈꺼풀을 깜빡여 세상과 소통하는 새로운 방식을 배우는 보비. 기억과 상상으로 자유를 향해 날아가는 그의 모습이 잊혀지지 않는 수작이다.

⑧ 특별추천작 _ 봉천9동(극영화)
: 나의 관심은 여자친구 사귀기... 결혼적령기가 된 지적 장애인 민철에게 현재 가장 큰 관심은 여자 친구를 사귀는 것이다. 민철은 세차장에서 세차 일을 하면서 활기차게 살아가고 있는 지적장애인이다. 물론 동료들도 모두 지적장애인들이다. 세차 일을 하면서 동료들은 주로 이성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한다. 진혁은 여자 친구가 생겼고, 만식은 국제결혼을 한다고 하고... 이때 미팅자리에 참석제의를 받게 도니 민철은 부푼 기대를 가지고 갔지만 돌아온 건 냉대와 무시 그리고 좌절. 주변에서 일어나는 이런 일련의 사건들은 결국 민철을 결혼소개소로 가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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