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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명100세' 노후준비, 재테크만으로 가능할까
'수명100세' 노후준비, 재테크만으로 가능할까
  • 홍용석 기자
  • 승인 2008.10.20 15: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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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용석의 경제칼럼] <3> 은퇴 후에 할 일을 찾아야 한다

의학의 발달로 인해 30년쯤 후에는 인간의 평균수명이 100세에 이른다고 한다. 다시 말해서 30년 후에는 지금보다 20년을 더 산다는 얘기다. 인간의 수명이 길어지는 것은 좋은 일이다. 한 번 왔다 가는 세상, 빨리 죽고 싶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불로초를 찾아 헤맸던 중국의 진시황이 살아서 이 소식을 들었더라면 무척이나 기뻐했을 것 이다.

 그런데 수명이 길어지는 것은 과연 우리 모두에게 반가운 일일까? 수명 100세 시대의 삶을 한 번 가정해 보자.

 A씨는 30세에 결혼하여 아이를 낳았다. 그리고 열심히 일하고 또 부지런히 돈을 모았다. 30년이 지난 후 A씨는 60세 때 직장에서 은퇴를 하였다. 그 후 A씨는 은퇴 전에 노후프로그램에 따라 모아 둔 돈으로 20년을 살았다.

 A씨가 직장에서 은퇴한 후 20년이 지났을 때, 즉 A씨의 나이가 80세가 되었을 때 A씨는 가진 돈이 거의 바닥이 났다(현재의 은퇴 프로그램이 80세 수명을 기준으로 한다는 것을 전제했을 때). 그런데 A씨는 아직도 20년은 더 살아야 한다.

A씨는 별 수 없이 자식에게 손을 벌리기로 했다(이 당시 자식은 50세 이므로 아직 수입이 있다). A씨는 자식의 도움을 받으며 10년을 더 살았다. 이제 A씨는 90세가 되었다. 그런데 A씨는 앞으로도 10년을 더 살아야 한다. 인간의 수명이 100세가 되었기 때문이다.

한편, A씨가 90세가 되었을 때에는 A씨의 자식도 60세가 되어 직장에서 은퇴를 했다. 이제는 A씨의 자식도 소득이 끊기고 그간 모아 둔 돈으로 자신의 노후를 살아가야 할 처지가 되었다. 더 이상 A씨를 돌봐줄 여력이 없다. 따라서 A씨는 남은 10년의 삶을 스스로 해결해야 하는 처지에 놓이게 된다.

인간 수명 100세 시대는 과연 우리 모두에게 축복일까?  쉽게 답하기 어려운 문제다. 돈이 많고 노후준비가 잘 되어있는 사람에게는 당연 축복이겠지만, 돈 없고, 게다가 마땅한 노후대책도 없는 사람에게는 무조건 반가운 일만은 아니다.

수명 100세의 시대가 되면 노후 기간이 지금보다 두 배로 늘어난다. 그러므로 현재보다 두 배나 더 많은 돈이 은퇴 후를 위해 필요하게 된다. 따라서 예전에 10%의 재테크 수익률로 노후준비가 가능했던 사람은 이제 20%의 투자수익률을 내야한다. 만약 20%의 수익률로 노후준비를 했던 사람이라면 이제 수익률을 40%로 올려야 한다.

 그런데 투자수익률을 두 배로 올린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 재테크에서 요구수익률을 높게 잡으면 자칫하다가는 투자에 실패해 어렵게 모은 종잣돈 마저 날려버리는 불행한 결과를 맞을 수도 있다.

 40년 동안 쓸 돈을 30년 일하면서 모아둔다는 것은 평범한 보통사람들에게는 불가능한 일이다. 이는 재테크의 초고수 혹은 초고액 연봉을 받는 사람들에게나 가능한 일이다. 수명 80세 상황에서도 은퇴준비가 버거운 마당에 지금 필요한 돈 보다 두 배나 더 많은 돈을 마련해야 한다는 건 정말 큰 문제다.

 노후준비에 재테크는 필수다. 재테크를 하지 않고서는 돈을 모을 수가 없다. 하지만 재테크가 모든 것을 다 해결해 줄 수는 없다. 오히려 무모한 재테크는 노후를 절망적인 상황으로 몰고 갈 수도 있다. 요즘 주가하락으로 주식이나 펀드에 투자했다가 그나마 노후자금마저 날려버린 사람들 한 둘이 아닐 것이다(물론 부동산에 투자했던 사람들도 큰 재미는 보지 못한 상황이다).

 이제 수명 100세를 내다보는 시대에서는 재테크에 모든 걸 걸어서는 안 된다.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한다. 수명 100세 시대의 노후대책은 이전과 달라야 한다. 수명이 20년이나 더 길어진 마당에 옛날의 사고방식이나 생활패턴을 기반으로 한 노후준비 프로그램은 더 이상 의미가 없기때문이다.

 예전처럼 60세까지 열심히 일해서 돈을 모으고 또 이 돈을 잘 굴려서 목돈을 만든 다음, 은퇴이후에는 노후를 즐기겠다는 생각은 수명 100세 시대에는 통하지 않는다. 이제 노후준비의 패턴이 달라져야 한다. 노후준비에 사고의 전환이 필요하다.

 지금까지의 노후준비가 노후에 놀고먹을 수 있는 돈을 마련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면, 이제는 60세 이후에도 계속해서 일을 할 수 있도록 준비하는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100세의 삶을 궁핍하지 않게 살려면, 60세에 다니던 직장을 퇴직한 후에도 계속해서 할 일을 만들어 두어야 한다. 60세 이후에도 일을 해야만 100세의 삶을 어려움 없이 꾸려나갈 수 있다. 따라서 60세 이후에도 뭔가 일을 할 수 있도록 미리미리 자기개발을 하고 준비해야 한다.

 ‘은퇴 후에 할 일을 찾아 두는 것. 그래서 일하는 기간을 늘리는 것.’ 이것이야 말로 수명 100세 시대의 노후준비에 꼭 필요한 준비물이 아닐까. /<미디어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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