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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어진 유리창 이론'과 길거리에 버려진 우리의 양심
'깨어진 유리창 이론'과 길거리에 버려진 우리의 양심
  • 오승익
  • 승인 2008.09.11 11: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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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오승익 제주동부경찰서 남문지구대 경장

'깨어진 유리창 이론'이란 낙서나 유리창 파손 등 우리의 일상생활에서 흔히 발생할 수 있는 경미한 범죄를 그대로 방치해 두면 결국 더 큰 범죄로 이어지게 된다는 범죄심리학 이론으로서 '바늘 도둑이 소도둑 된다'는 우리 속담과도 일맥 상통되는 이론이라 할 수 있다.

1994년 뉴욕시장 루돌프 줄리아니가 뉴욕의 치안을 위해 지하철 무임승차, 노상방뇨, 낙서 등 경미범죄를 강력히 제제해 전체 범죄발생율을 50% 감소시키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가까운 일본, 싱가포르의 경우 기초질서가 제대로 정착되어 있고 이는 경제성장으로 이어지고 있다.

싱가포르의 경우 쓰레기를 길에다 버리는 경우 초범인 경우 1000싱가포르 달러(한화 약 762,000원)의 벌금, 재차 적발되면 2배의 벌금과 거리청소를 통한 사회봉사명령을 받게 된다. 심지어는 공중화장실에서 용변을 보고 물을 내리지 않아도 벌금이 부과된다.

싱가포르가 경제선진국으로 우뚝 서게 된 것은 어쩌면 냉혹한 형벌제도가 뒷받침된 데도 있지만 시민들의 높은 준법의식과 자발적인 참여에서 비롯된 것이라 할 수 있다.

새 정부 출범이후 확고한 법질서 확립을 국정운영의 핵심 과제로 삼고 우리 경찰에서도 법질서 정착을 위해 각종 캠페인 및 홍보, 강력한 단속을 지속적으로 실시하고 있다.

기초질서란 말 그대로 우리가 살아가는데 기본적인 지켜야 할 것으로 오물 투기, 노상 방뇨, 음주 소란, 불법 주·정차 행위 등 일상생활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일들이다.

필자는 일선현장에서 담배꽁초투기 등 기초질서위반사범을 단속하다보면 '무심코' 라는 단어를 많이 듣곤 한다.
 '무심코 버린다' 라는 말은 자신의 행동이 잘못된 행동이라는 사실 자체를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한편 요즘 사회에 만연한 법경시 풍조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어떤 사람은 길거리에 쓰레기통이 없다는 이유를 들기도 한다. 쓰레기종량제가 시행되면서 길거리에 쓰레기통이 많이 사라진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쓰레기통이 사라지게 된 가장 큰 이유는 쓰레기종량제봉투를 아끼기 위해 집에서 나온 생활쓰레기를 길거리에 있는 쓰레기통에 가져다 버리는 우리의 잘못된 행동에서 비롯된 것이다.

제주시에서는 주택가 생활쓰레기가 집집마다 대문앞에 배출돼 도시미관을 저해함에 따라 이를 거점에서 배출하고 수거하는 방식인 `클린하우스' 제도를 전국 최초로 도입, 시행되어 정착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정작 우리의 거리는 연일 담배꽁초와 침, 각종 쓰레기들로 병들어가고 있다.

기초질서는 더불어 살아가기 위한 우리의 소중한 약속임과 동시에 우리의 양심이다. 누구나 지켜야 할 가장 기본적인 일이지만, 어쩌면 모두가 지키기 힘든 것이 바로 기초질서가 아닌가 싶다. '나 하나면 괜찮겠지' 하는 생각에서 비롯된 사소한 행동이 우리 사회를 병들게 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오늘도 나는 길거리에 내 양심을 버리지 않았는지 한번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졌음 한다.

언제부턴가 법규를 준수하는 사람이 손해보는 세상이 되어버린 듯 하다. 법을 지키면 오히려 손해라는 그릇된 인식을 이제는 바로 잡고 더불어 살아가는 삶을 배워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오승익 제주동부경찰서 남문지구대 경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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