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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바다→평화바다로' 강정, 평화에 물들다
'강정바다→평화바다로' 강정, 평화에 물들다
  • 박소정 기자
  • 승인 2008.08.24 00: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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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2008 강정 생명평화 축제 평화바다 선포식

강정마을을 군사기지가 없는 생명평화의 마을로 만들기 위해 지난 22일부터 3일간 강정마을 일대에서 '강정에서 평화와 놀자'라는 주제로 열리고 있는 '2008 강정 생명평화 축제'. 둘째날인 23일 축제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다름 아닌 강정해안을 평화바다로 선포한다는 것이다.

이날 오후 7시 강정해안 '중덕'에서 열리는 '평화바다' 선포식을 취재하기 위해 강정마을로 발걸음을 향했다. 처음 발을 내딘 곳은 강정초등학교 사거리였다. 이 곳에서부터 약500m정도 걸어야 평화바다 선포식이 열리는 강정해안 '중덕'에 도착할 수 있다.

이날 강정마을의 모습은 축제 첫째날에 진행했던 '평화바다 가는 길 꾸미기'행사로 인해 길 담벼락, 전봇대 등에 그림이 그려져 있거나 길바닥에 평화바다 선포식이 열리는 장소를 알리는 이정표 및 평화메시지 등의 아기자기한 흔적들이 마을 곳곳에 묻어나 있었다.

또, '해군기지 반대'라고 적힌 깃발을 집마다 꽂아놓은 풍경도 볼수 있었다.

200m정도의 거리를 걸으면 '환경부지정 자연생태우수마을 강정 명상체험장'이라고 적힌 곳에 도착하게 되는데, 그 옆 도로에 그려진 길다란 화살표를 따라 들어가면 한지, 나무판자 등을 이용, 설치된 연등이 있는 좁은 시골길에 들어선다.

'해군기지 절대 결사 반대', '해군 들어오지 마여' 등 해군기지 반대와 관련한 글들이 하나의 띠처럼 연결돼 있어 글들을 읽으면서 걸어가는 재미 또한 쏠쏠했다.

#"강정바다 보지도 않았으면서 우리 마음을 안다고 할수 있겠어?"

"직접 강정마을 와보니깐 바다가 너무 아름답지? 직접 강정바다를 보지 않은 사람은 우리가 왜 이렇게까지 해군기지 건설을 반대하고 있는지 아무리 말해도 모를꺼야. 이 아름다운 강정바다를 보지도 않았으면서 우리 마음을 안다고 할수 있겠어?"

강정해안에 거의 도착할 무렵 만난 강정주민 이모 할아버지(72)는 이렇게 말했다. 63년동안 강정마을을 지켜온 이 할아버지는 기자에게 강정해안의 아름다움에 대해 열변(?)을 토한 뒤 "강정마을에 해군기지가 들어오면 아마도 사람들이 마을을 떠날 꺼야"라며 다소 씁쓸한 미소를 보였다.

이모할아버지와 이야기를 하면 오다보니 어느덧 강정해안 '중덕'에 도착했다. '중덕'해안에서는 범섬, 섶섬, 문섬 등 서귀포 대표 섬들이 한 눈에 다 보였다. 주상절리를 연상케 하는 풍경 또한 눈에 들어온다.

중덕해안가에는 산호, 소라, 전복 등을 표현한 솟대 및 전시품들과 '생명평화의 마을 강정'이라고 적힌 방사탑, 'NO'라고 적힌 배 모형의 전시품들이 있었다.

'평화바다' 선포식에 참여하기 위해 모인 마을주민들은 삼삼오오 모여 이야기를 나누며 행사시작을 기다리고 있었다.

#'평화에 물들다' 평화바다 선포식 열려

'평화에 물들다'라는 주제로 열린 이날 행사는 마루 풍물패와 강정마을민속보존회의 길놀이를 시작으로 조성진 한국마임협의회 회장의 마임공연, 마루 풍물패의 공연, 평화바다 선포식, 풍등날리기, 모다정, 허설, 양호진과 이루후제, 최상돈, 원 등의 노래공연, 영화 '섬의 하루' 상영 등으로 진행됐다.

이날 해군기지 반대와 관련해 맨발로 마임공연을 선보인 조성진 한국마임협의회 회장은 마을주민들로부터 큰 호응을 받았다.

이와관련해 조성진 회장은 "바다를 두고 생명이나 평화에 동의할 수 있는게 무엇일까를 생각하다가, 제주도가 바다로부터 생명을 얻어 일어났다고 판단, 생명을 구해 평화를 누리고 있는 마을이라는 점을 고려해서 발전,국익을 생각해야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에 마임공연을 준비하게됐다"고 말했다.

이어서 진행된 평화바다 선포식에서 강동균 강정마을회 회장은 대회사를 통해 "제주도의 자연을 제주도를 기점으로 동북아 세계로 평화를 물들게 하는 발전의 기회로 삼을 것"이라며 "위기는 곧 기회라는 말이 있듯이 강정주민들이 슬기롭게 이겨내고 강정마을을 세계평화의 마을로 만들고 함께 이 길을 걸어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이날 선포식에 참가한 윤용택 제주대 교수는 "지난 수개월동안 육체적, 정신적, 경제적으로 얼마나 고통이 심했는지 알수 있다"며 "우리는 이젠 더이상 외롭지 않다. 강정은 강정만의 강정이 아니다. 제주도 전체가 우리를 주시하고 있으며 세계가 우리를 바라보고 있기 때문에 생명 평화의 마을로 잘 지켜나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강정바다, 평화바다로 선포...풍등날리기에 마을주민들 환호

발언이 끝난 뒤, 양홍찬 강정해군기지 반대대책위원장은 강정해안을 평화바다로 선포한다며 평화바다 기원문을 낭독했다.

양 위원장은 평화바다 기원문을 통해 "소라, 전복 등 어릴적 돌김을 채취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한 우리의 바다 이제 우리의 바다를 해치려는 무리들은 모두가 떠날 것을 명한다"며 "이땅의 평화를 가져가려는 자 모두가 떠나야 하며 누구도 이 땅의 평화를 해칠 자격이 없으며 누구도 이 바다를 가질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이제 우리 모든 이들의 뜻을 모아 평화를 사랑하는 모든 사람들의 힘을 모아 이제 이후로 이 바다를 평화 바다라 선포한다"고 말했다.  

양 위원장의 평화바다를 선포한다는 말과 동시에 강정주민들은 갖고 있던 풍등을 하나씩 둘씩 하늘로 날려보내며 박수와 함께 환호를 보냈다.

밤하늘의 올려보낸 풍등은 제각기 다양한 색깔을 보이며 아름다운 경관을 연출했는데, 이를 바라보던 강정주민들은 풍등을 향해 손을 흔들거나 환호성을 지르기도 했다.

이어서 모다정, 허설, 양호진과 이루후제, 최상돈, 원 등의 노래공연이 이뤄졌는데, 참석한 모든 사람들이 함께 노래를 부르며 축제의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또, 영화 '섬의 하루' 상영을 마지막으로 축제 둘째날의 밤을 장식했다.

한편, 셋째날인 24일에는 오전10시부터 강정포구에서 중턱을 거쳐, 강정천까지 맨발로 걸어가는 '영화 예술인과 함께하는 평화기행-맨발로 평화와 걷다'를 진행할 계획이다. 맨발걷기행사가 끝난 후에는 이날 오후 4시 강정의례회관에서 '강정마을은 생명평화마을'강정마을 어울림마당을 열어 축제를 마무리 할 예정이다.<미디어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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