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4-28 00:55 (일)
"음악 틀어주세요~!"
"휠체어댄스요? 즐겁잖아요"
"음악 틀어주세요~!"
"휠체어댄스요? 즐겁잖아요"
  • 박소정 기자
  • 승인 2008.04.18 16:01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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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의 날 특집]<1> 강성범의 '휠체어 댄스' 열정

17일 저녁. 제주시 삼도 1동 소재 댄스스포츠연습실에 찾아갔다. 지하로 내려가는 연습실 계단을 타고 들려오는 음악소리는 빠르고 경쾌했다.

연습실에 도착한 후 눈앞에 펼쳐진 광경은 놀라움을 감출수가 없었다. 생각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광경이었기 때문이다. 혼자서 추는 휠체어 댄스가 아닌 파트너와 함께 춰야하는 댄스스포츠였기 때문이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호흡을 맞춰 춤을 추고 있었다. 춤추는 그들 사이엔 잔잔한 미소가 흐른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같은 장소에서 같은 음악에 맞춰 함께 춤을 출수 있다는 것이 그저 놀라울 따름이었다.

연습실에서 만난 그는 한국장애인댄스연맹 강성범 선수이다. 그는 얼마 안 남은 공연준비에 한창이었다. 얼마나 많이 연습을 했을까? 온몸이 땀으로 흠뻑 젖어 있었다.

휴식시간, 서로 눈인사를 나누고 잠깐 시간을 내 이야기를 걸어보려고 시도를 했으나, 그는  "한번 더 연습해요. 음악 틀어주세요"라고 스탠딩파트너에게 말한다. 그만 연습하라는 주위사람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그는 다소 강한 어조로 말을 했다. "아직 연습이 끝났지 않았는데...공연이 얼마 안 남아서 일단 연습 끝나고 이야기를 나눠요"

그런 그의 모습을 보면 다소 당황스럽기도 했지만, 그의 춤에 대한 열정을 느낄 수가 있었다. 한 30분이 지나자 그때서야 김성범 선수를 만나 이야기를 나눌 수가 있었다. 그는 41살 노총각 휠체어댄스스포츠 선수다. 그의 댄스스포츠 시작은 생각보다는 화려하지는 않았다. 어릴때부터 지체장애인 1급을 판정받은 그는 지난해 6월 초 부터 척추가 휘어진 탓에 상체운동을 시작하려고 하는 찰나, 우연히 휠체어스포츠댄스 선수를 모집한다는 것을 알고 신청을 하게 됐다.  화려한 시작일꺼라는 내 생각과는 달리, 그는 운동을 위해 시작했다.

"휠체어댄스는 장애인에겐 재활치료도 되고 비장애인에겐 장애인에 대한 편견을 없애주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해요. 휠체어 댄스라고 해서 특별한 건 아니에요. 단지 휠체어 파트너가 있다는 차이고 오히려 함께 할수 있어 더욱 더 좋은 장르겠죠"

 #춤을 추고 땀을 흘리며 하루하루 기분이 좋아요...

그는 제주대학교 재학 시절, 일반사람들이 흔히 말하는 무도회장(?)의 스테이지를 자주 방문해 열광적으로 춤을 춰본 적도 있었다며 옛기억을 떠올리며 웃으며 말했다. 대학을 졸업하고 직장생활을 하다 보니 많은 업무와 잦은 회식으로 인해 자주 가고 싶어도 못 갔다며 다소 장난스럽게 이야기를 했다.

"대학졸업이후로는 숨쉬기 운동밖에 안했어요. 나이를 먹다보니 몸관리를 해야겠다고 생각해서 휠체어댄스스포츠를 시작하게 된거구요. 몸을 움직이고 땀을 흘리며 하루하루 기분이 좋아요"

그는 현재 한국장애경제인협회 제주지회에서 사무국장을 맡고 있다. 낮에는 일을 하고 밤에는 휠체어댄스스포츠를 연습하고 있다. 그는 평소 일주일에 2-3번정도 연습을 하고 공연이 있을 경우는 1-2주전부터 집중적으로 연습에 들어간다고 했다. 얼마남지 않은 공연에서는 룸바와 차차차를 공연한다고 했다. 공연이 얼마 남지 않은 그는 계속 초초하고 긴장된 모습을 보였다.

"공연이 얼마 남지 않아 잘할 수 있을지 걱정이에요. 많은 사람들 앞에서 제대로 보여주고 싶은데 혹시 실수할까봐 걱정이 되네요. 공연 때 마다 재실력이 안나와서 너무 속상하기도 하구요."

그는 일과 휠체어댄스를 병행하는 것이 힘들지 않냐는 기자의 질문에 전혀 그렇지 않다고 말하며 오히려 춤은 나에게 없어서는 안 될 존재라고 말했다.

"전혀 일하는데 지장이 없어요. 가끔 회사에서도 춤 연습할 때가 있지요...삶의 원천이죠. 댄스스포츠를 하면서 몸이 건강해졌어요. 예전보다 8kg이나 빠졌으니 금상첨화 아니겠어요."

#댄스스포츠요? 알 수 없는 매력적인 세계죠...

그는 댄스스포츠가 재활에 가장 도움이 크다고 말했다. 지체장애를 안고 있을 경우에는 다리를 사용하지 못하고 척추가 휘어져 상체가 많이 굳는다고 했다. 그래서 그는 지체장애을 갖고 있는 많은 이들이 휠체어댄스를 많이 배웠으면 좋겠다고 강력 추천했다.

"댄스스포츠는 혼자서 하는 운동이 아니라 커플의 호흡이 중요해요. 음악이 나오고 몸을 움직이며 파트너와 호흡해 춤을 춘다는 건 신기하고 재밌기도 하고 어려운 일이기도하면서 알수없는 매력적인 세계예요"

그는 댄스스포츠 중 가장 매력적인 춤을 '파소도블레'라고 했다. '파솔도블레'는 투우장에서 흔히 행진곡으로 많이 사용한다고 한다. 그는 이 춤의 매력은 투우사처럼 정열적이고 힘이 느껴져서 살아있는 느낌이 들기에 좋다고 대답했다. 또, 그는 휠체어 댄스 중 '윌리'라는 동작이 가장 어렵다고 했다. 이 동작은 스탠딩파트너가 중심을 잡고 바퀴를 휙휙돌리는 고난이도의 동작이며 잘못하면 크게 다칠 수 있기 때문에 조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 동작을 위해 2달 동안 쉬지 않고 연습을 했다고 한다.

"너무 힘든 동작이여서 척추쪽으로 허리가 휘어져서 중심을 잡기가 힘들다. 턴하다 흔들리며 정말 크게 다친다. 비장애인과 장애인을 떠나서 내 자신과의 싸움이다. 내 자신이 스스로 내 동작으로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열심히 연습해서 동작을 터득했다. 그때의 그 기분은 말로 표현할 수가 없다"

그는 지난 2006년 울산에서 열린 '제 1회 전국 장애인 댄스스포츠 프로.아마댄스스포츠 선수귄대회'에서 자이브 1위를 차지했고 지난해 '제 27회 전국장애인체육대회' 룸바부문 2위를 수상한 저력 있는 선수다. 하지만 그는 쑥쓰러운 듯 아직 많이 부족하다며 웃음을 보일 뿐이었다.  그는 아직도 댄스스포츠에 대한 갈 길이 멀다고 했다. 그아직 그의 매력을 표현할 수 있는 동작을 찾지 못해서 다른 댄서들의 동작을 유심히 살펴보고 따라하면서 나만의 동작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아직 손동작과 감정표현이 서툴고 부끄러워요. 다른 댄서들의 동작을 유심히 살펴보고 이쁘게 하려고 많이 따라하고 있는데 앞으로 꼭 나만의 동작을 만들거에요"

그는 휠체어댄스스포츠에 대한 애정과 사람을 소중히 생각하는 사람이었다.  마지막까지 가족같은 그의 주변사람들의 이야기를 끊임없이 쏟아 냈기 때문이다.

그는 혼자 힘으로 이 자리에 온 것이 아니라 항상 같이 옆에 있어준 사람들이 있었기에 지금 내가 있는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그럴만도 하다, 무엇이든지 혼자서 하기는 어려우니 말이다. 이렇게 우리의 만남은 아쉽게 여기서 끝내야만 했지만 집에 돌아오는 내내 그의 말이 머리속에 맴돌았다.

"휠체어 댄스는 혼자서는 절대로 해낼수 없다. 함께 해준 내 옆에 사람들이 있었기에 내가 이렇게 살고 있는 거예요. 댄스스스포츠를 즐기는 데에는 더 이상의 장애는 없어요. 모두 함께 세상을 걸어가고 소통하면 좀 더 나은 사회가 되지 않을까요?"<미디어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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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구단 2008-05-18 22:54:33
휠체어 댄스라 굉장히 신선하네요. 예전에 가수 강원래가 휠체어로 춤을 선보였던 게 기억이 나는데, 그때는 혼자서 춤을 줬잖아요.
휠체어 댄스스포츠라 참 매력있네요. 많이 힘들었을 텐데, 강성범 선수 표정이 밝아서 너무 좋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