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4-28 00:55 (일)
북극점 마라톤 우승자, 안병식은...
"실패하더라도 도전하는게 의미있다"
북극점 마라톤 우승자, 안병식은...
"실패하더라도 도전하는게 의미있다"
  • 강태유 기자
  • 승인 2008.04.16 08:4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온라인 인터뷰] 한국 최초 북극점 마라톤 우승자 안병식씨

북위 89도에서 북위 90도 사이에서 열리는 북극점 마라톤대회(2008 Northpole Marathon). 3월 평균 기온이 영하 25-35도의 극한의 추위와 싸워야하는 북극점 마라톤 대회는 지구상(세계)에서 가장 추운 대회로 세계기네스북에도 등재돼 있다. 상상을 불허하는 추위 속에 지난 1일 열린 올해 대회에서 안병식씨(33ㆍ제주대학교 대학원)가 한국인 최초로 우승했다.

안씨는 지난해 남극마라톤을 완주해 사막마라톤 그랜드슬램을 달성했고 이번 대회 참가로 남ㆍ북극을 완주한 최초의 한국인이 됐다. 당연히 우승도 한국인으로서는 처음이다. ‘최초’라는 단어가 주는 매력 때문인지 그의 우승은 이미 언론 등을 통해 떠들썩하게 보도된 바 있다.

말이 영하 25-35도이지 영하 10도의 추위도 그리 경험하지 못한 우리로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추위다. 오죽하면 안병식씨가 우승 후 소감으로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이렇게 추운 경험은 처음이어고 모든 것이 얼어버리는 마치 냉동창고에 들어가 있는 기분이었다”고 말했을까.

대회를 우승하고 제주에 돌아온 안병식씨를 14일 만났다. 인터뷰는 14ㆍ15일 만남과 전자우편을 통해 이뤄졌다. 안병식씨와는 일전에 한두번 만남이 있었다. 만날 때마다 느끼지만 불굴의 의지와 강철 체력을 가졌을 것이라는 이미지와는 달리 깡마른 체격에 보통 사람과는 별반 다를 것 없다는 인상을 주는 그다.

사막과 남ㆍ북극 등 전세계 오지를 돌아다니며 보통 마라톤보다 몇배는 더 먼 거리를 완주하는 그와는 잘 어울리지 않아 보인다. 오지마라톤에 선입견(?)을 갖고 있는 기자에게 안씨는 “오지마라톤은 어는 특정인만이 할 수 있는 운동이 아니라  누구나 할 수 있다”며 “해볼 것”을 권하기도 한다.

운동만 아니라면 맘껏 친구들과 어울려 놀고 싶기도 하고 술도 마시고 싶다는 안병식씨. ‘나만의 달리는 이유를 찾기 위해 뛴다’는 그를 만나 마라톤과 인간 ‘안병식’에 대해 이야기를 들어봤다.

참고로 안병식씨는 운영하는 개인블로그에 대회 사진 등을 올려놓고 있다. 오지마라톤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그의 블로그(http://blog.naver.com/tolerance__)에 방문하면 사진 등 오지마라톤을 조금이나마 접할 수 있다.

 

■다음은 일문 일답.

▲지난 1일일 ‘한국인 최초’로 2008 북극점 마라톤대회에서 우승했다. 그것도 말 그대로 극한인 영하 25~35도의 상상하기 힘든 추위 속에서 장장 42㎞를 뛰어 누구보다도 먼저 결승선을 통과했다. 기분이 어떤가?

-내가  우승할 거라고는 정말 상상도 못했다. 그동안의 사막이나 남극, 정글 등 오지마라톤 경험이 많은 도움이 됐다. 그리고 우승이라는 타이틀 못지않게 북극점 한가운데에 서있다는 게 믿을 수 없을 만큼 설레고 흥분됐다.

▲우승도 놀랄만하지만 이번 대회로 얻은 타이틀도 거창하다. 남북극 마라톤을 완주한 최초의 한국인이 됐다. 지난 남극 마라톤 대회 때도 언론의 조명을 많이 받은 것으로 알고 있다. 이번에는 더했을 것 같은데 많은 사람의 주목을 받은 느낌이 어떤가?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져주시는 것에 대해서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 특히 제주도민들이 많은 더 많은 관심을 가져주시는 것에 대해서 너무 고맙게 생각하고 있다

▲주목받기 전과 받은 후의 차이점은 있나?
-많은 관심이 오히려 더 부담이 될 때가 많다.

▲마라톤 이야기를 해보자. 왜 뛰나?
-‘왜 달리는가?’ 에 대한 나만의 멋있는 대답을 찾기 위해서다.

▲우승 후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가장 추운 경험’이라고 우승 소감을 밝힌 바 있다. 또 안선수의 마라톤 경력을 살피다보니 세계 3대 ‘죽음의 레이스’라 불리는 고비마라톤, 아타카마마라톤, 사하라마라톤에 참가했음을 알 수 있었다. 맞는가? 그 외에도 많은 오지나 극지 마라톤에 참가한 걸로 알고 있다. 왜 일반 마라톤도 있는데 이렇게 힘든 마라톤을 하고 있나?

-세계의 여러 곳을 여행하며 많은 것을 보고 사람들을 만나면서 많은 것을 배우고 느낀다. 그리고 힘든 만큼 내 자신의 한계도 느낄 수 있고 자연의 위대함도 느끼고 그러면서 더 많이 성숙해지고 겸손해진다.

▲이렇게 표현해도 될지 모르겠지만 오지나 극지 마라톤은 평범한 사람의 눈으로 보기엔 도저히 엄두가 안나는 ‘일탈’(?)같다. 안 선수가 영화 ‘포레스트 검프’의 영향을 받아 붓 대신 운동화를 선택한 이야기는 아마 많이 알려져 있을 것이다.(안 선수는 대학 때 그림을 전공했다. 때문에 어떤 보도에는 ‘화가’라는 타이틀을 붙이기도 한다)  처음 선택할 때 그래도 고민이 많았을 텐데 어떤가?

-나는 아직 그림을 포기한 게 아니다.  지금의 여행은 먼 훗날 내가 다시 붓을 들었을 때 많은 도움이 될거라 생각한다. 많은 것을 할 수 있는 능력을 가졌다면 좋은 거 아닌가?

▲오늘(14일) 어떤 뉴스를 보니 지난해 9월 여자 세계 복싱챔피언 타이틀을 획득한 대구 출신 김은영 선수의 사연이 있었다. 그는 ‘세계 챔프’라는 명성에도 불구하고 집안사정이 여의치 않고 후원자도 없어 낮에는 PC방 점원으로, 밤에는 바텐더 플레이어로 생활하고 있다. 조금 있으면 타이틀 방어전을 벌여야 하는데도 운동에 전념하고 있지 못하고 있다. 비인기 종목 선수들의 애환이라 생각된다. 안 선수도 어려운 점이 많을 것 같다.

-경기에 나가기 위해 준비과정이 힘들다. 경기에 맞춰 몸을 준비도 해야 하고 경비마련을 위해 스폰서도 구하는 작업도 해야 한다. 두 가지를 병행하는데 애로점이 있다. 특히 남극이나 북극의 경우에는 고액의 참가비 등 참가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이를 마련하는데 어려움이 있었다. 이번에는 많은 이들의 관심과 도움이 있었다. 그들에게 감사하다.

▲오지 마라톤만 참가하고 더구나 북극 마라톤에서 우승했다하니 남달리 의지도 강하고 불굴의 정신을 가진 인간처럼 느껴진다. 생활인으로서의 모습은 어떤가. 일상생활은 어떤지 궁금하다.

-조용하고 내성적인 성격이라 운동하고는 어울리지 않는 다는 소리를 많이 듣는다. 혼자 있는 걸 좋아하고 혼자 있을 때는 그림에 대한 고민도 많이 한다. 하지만 운동을 할 때는 나의 모든 열정을 쏟는다. 나는 ‘2중인격자’인 것 같다.(웃음)

▲‘꿈을 향한 도전’을 펼쳐보이는 사람들이 그렇듯 사는 게 남달라서(?) 포기하는 게 많을 것 같다.

-때론 친구도 만나고 싶고 술도 마시고 싶다. 일상의 일정부분을 포기하는 부분이 있다. 하지만 대회 참가로 얻는 게 너무 많다. 새로운 친구도 만나고 새로운 세계를 접하는 것이 좋다. 또 힘든 만큼 성취감도 크고 많이 배울 수 있어서 좋다.

▲일상을 살아가는 많은 사람들이 일탈과 탈출을 꿈꾸지만 많은 경우 꿈에서 그치는 경우가 많다. 무언가에 끊임없이 도전하고 있는 사람으로서 이야기해줄 것이 있을 것 같다.
-꿈은 간직하는 것보다 실천하는 게 중요하고 실패하더라도 도전하는 게 더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또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서는 어떤 부분에서는 포기하는 부분도 필요하고 가끔은 ‘저지르는’ 용기도 필요하다.

▲안병식이 말하는 ‘인간 안병식’은 어떤 사람인가?

-현실에 얽매이고 구속받는 걸 싫어하고 언제나 ‘일탈’을 꿈꾸며 자유를 찾아 방황하는
‘자유로운 영혼을 가진 방랑자’.

▲앞으로 이루고 싶은 꿈이 있다면 어떤 게 있나.

-지금부터가 새로운 시작이라고 생각한다. 그동안 참가하지 않았던 새로운 곳을 더 많이 경험해보고 싶고 언젠가 내가 경험했던 것들을 책으로도 만들고 싶고 사진 전시회도 하고 싶다. 그리고 지금의 내 경험들은 내가 다시 붓을 들었을 때 많은 도움이 될 거라 생각된다. 내가 듣고 보고 느낀 것들을 그림으로도 표현해보고 싶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얘기가 있다면?

-앞에도 말했지만 이번에 북극점 마라톤에 참가하면서 많은 경비가 필요했다. 대회 참가하는 데 많은 도움을 주신 제주국제개발센터(JDC) 관계자와 이사장님께 많은 감사를 드린다. 그리고 내가 참가하고 있는 오지마라톤은 어는 특정인만이 할 수 있는 운동이 아니라  누구나 할 수 있는 운동이라 생각한다. 꾸준한 준비와 노력만 있다면 이루지 못할 꿈은 없을 거라 생각한다. 그리고 꿈을 이루기 위한 가장 중요한 것은 ‘열정’이라 생각한다.<미디어제주>

<강태유 기자 / 저작권자 ⓒ 미디어제주 무단전재및 재배포 금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딥페이크등(영상‧음향‧이미지)을 이용한 선거운동 및 후보자 등에 대한 허위사실공표‧비방은 공직선거법에 위반되므로 유의하시기 바랍니다.(삭제 또는 고발될 수 있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