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4-27 09:10 (토)
"땅 속에서 57년만에 빛을..."
"땅 속에서 57년만에 빛을..."
  • 양호근 기자
  • 승인 2007.12.15 16: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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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공항 4.3희생자 유해발굴 마무리... 내년 봄 공항서 2차 발굴

"57년만에... 어둠 속에서 나와 빛을 보는 겁니다. 아직도 땅 속에 많은 분들이 계시지만..." 

제주북부예비검속희생자유족회 양용해(77, 4.3당시 아버지 희생) 회장은 눈시울을 붉혔다. 제주4.3연구소와 제주대가 주관하고 제주특별자치도 주최 하에 지난 8월 30일부터 지난 12일까지 107일간 진행된 제주국제공항 4.3희생자 유해발굴 작업이 결국 마무리돼 15일 최종 결과를 발표했기 때문이다.

제주국제공항에서 진행된 제주4.3유해 발굴이 15일 2시 마침내 끝나자 양용해 회장은 "우리 부모, 형제가 드디어 광명을 찾은 것"이라고 소감을 밝히며 "아직도 기대 만큼 발굴되지는 않아 아쉽지만 앞으로 어떻게 할지 모르지만 중단되면 유족들이 많이 서운할 것"이라고 지속적인 유해발굴을 기대했다.

100여일이 넘는 장기간 동안 진행된 이번 제주국제공항 4.3유해발굴 작업에서는 고고학 전문가와 법치의학, 체질인류학 분야의 전문가들을 투입해 발굴작업을 벌인 결과 유해는 두개골 기준으로 54구, 유류품은 500여 점이 발굴됐다. 특히 도장 유품이 2개가 나왔는데 각각 서귀포시 대정국민학교 교사와 남원읍 의귀국민학교 교수의 것으로 밝혀져, 4.3연구원 사이에도 큰 성과로 평가하고 있다.

제주4.3연구소에 따르면 학살, 암매장 현장은 현재 제주국제공항 남북활주로 서북측 지점에 위치해 있으며, 동서 방향의 일자형 구덩이로 밝혀졌다.

유해발굴을 마친 이날 오후 2시30분께 4.3유족들 및 관계자들은 4.3의 원혼들에게 제사를 지내고, 절을 올리는 등 의식 행사를 가졌다. 유해발굴 작업을 하느라 고생을 한 4.3유족들 뿐만 아니라 4.3연구원들과 유해발굴단은 유해 앞에 절을 하며 장기간 발굴 작업의 마무리를 지었다.

김두연 제주4.3유족회장은 "뭐라 얘기 할 수 없을 정도로 기쁘면서도 아쉬움이 많다"며 "제주국제공항 내에 여기 말고도 (유해가 뭍혀 있을 것이라고 추정되는 곳이) 아주 많은데 오늘이 만기일이라 그렇다"고 만감이 교차하는 심경을 토로했다.

김 회장은 또 "구전으로만 전해 오던 것이 이제 실제로 맞았던 것"이라며 "여기는 예비검속으로 500여명이 희생됐다고 추정되는 지역이고 이제 내년 상반기에 발굴할 지역은 제주에서 사형선고를 받은 사형수 200여명이 뭍혀 있는 곳"이라고 설명했다.

제주4.3연구소에 따르면 발굴된 유해는 제주대 의과대학에 넘겨져 DNA감식을 통해 신원을 확인할 예정이며, 유족들도 곧 채혈을 해 DNA 대조해 내년 하반기에는 결과가 나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양용해 회장은 "유전자 감식을 통해 유해 한 구라도 희생자로 밝혀지면 모두 마음을 편안하게 가져야 한다"며 "자신의 부모, 형제 시신이 안 나오더라도 어쨌거나 희생자 명단에 있는 시신이 한 구라도 나오면 거기 있는 분들이 다 우리 부모, 형제이기 때문"이라고 말하며 DNA감식 결과를 기대했다.

한편 제주4.3연구소는 앞으로 내년 상반기에 제주국제공항 2차 유해 발굴을 계획하고 있으며, 장소는 제주국제공항 남북활주로 동북측에 위치한 곳으로 제주국제공항 철조망 옆쪽이다.

김두연 회장은 "활주로 안에도 유해가 있는데 (활주로를 들어내서) 발굴하지는 못하고 있다"며 "지금은 여기 공항 확장기간이기 때문에 발굴을 하고 있다"고 제주국제공항 전체적인 발굴 작업을 못하는 것에 대해 아쉬움을 드러냈다.

<미디어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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