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4-28 00:55 (일)
"한라산 낭덜이 다 같은 낭이 아니구나예?"
"한라산 낭덜이 다 같은 낭이 아니구나예?"
  • 양호근
  • 승인 2007.11.24 22: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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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해설모임 '소꿈사' 의미있는 산행

제주환경운동연합에서 진행하는 자연해설모임인 '소똥구리를 꿈꾸는 사람들(약칭 소꿈사)' 회원들이 24일 토요일 오후 상쾌한 주말을 맞아 어승생악을 찾았다.

자연해설모임은 지난 2년간 제주환경운동연합이 제주자연해설에 관심있는 도민을 대상으로 자연해설을 할 수 있는 역량을 키우는 교육사업의 일환으로 이번 5기 모임은 지난 달 13일 부터 시작해 내년 2월까지 진행할 예정이다.

이들은 매주 토요일 오후 제주자연을 찾아 나서 공부하며 자연 뿐만 아니라 거기에 스며있는 제주의 문화와 역사까지 공부한다.

# "한라산에 나무 종이 이렇게 많았구나?"

이날은 한라산의 나무 종 관련 공부를 위해 해발 1169m 높이 어승생악을 찾았다.  이날 오후 어리목 광장에 모인 이들은 1.3km의 등산로를 따라 어승생악 정상까지 걸어 올라가기 시작했다.

"아! 이게 산딸나무구나.", "이 놈은 참빛살 낭이네.", "얘가 때죽낭이지예?"

어승생악을 오르면서 회원들은 한라산 자락에 이렇게 많은 나무들이 서식하고 있는 게 신기한 듯 나무들을 유심히 관찰했다. 그 중 몇몇은 전문가 수준의 나무 판별력을 지녀 다른 이들이게 설명해 주기도 했다.

얼마쯤 가자 콩알정도 크기의 작고 검은 열매가 수두룩 달린 나무가 나왔다.

"죙이 알지양? 쥐. 쥐똥 추룩 생겼덴 허영 이게 쥐똥나무우다."

한 회원이 설명하자 다른 회원들은 서로 나무를 만져 보며 신기해 했다. 이렇게 이들은 서로 정보를 공유하고 제주의 자연을 학습해 가는 것에 보람을 느끼고 있었다.

# "자연해설에 인간과 인문이 빠질 순 없죠."

얼마 후 정상에 다다른 이들은 광활하게 펼쳐진 한라산의 전경에 감탄을 금치 못했다.

"여기가 한라산 전경 보기에는 최고 마씸. 뒤로는 백록담까지 훤히 보이고 앞으로는 제주 시내가 전부 다 보이니까 끝내주죠."

하지만 정상에는 낯선 구조물들이 눈에 띄었다. 일제강점기 때 일본군이 설치한 군사건축물인 '토치카'다. 뒤에는 한라산이 방어벽을 쳐 주고 앞에는 적군의 움직임이 훤히 포착되니 이보다 훌륭한 군사기지가 없었던 것이다.

한 회원이 말을 꺼냈다.

"아시겠지만 일제시대에는 제주도 전 지역이 군사기지였습니다. 요새화된 기지가 제주 자연의 곳곳에 숨겨져 있는 것이죠. 우리는 제주 자연을 공부하는 것뿐만 아니라 그런 제주의 뼈아픈 역사를 알아야 합니다. 그 시절 군사 기지를 건설하기 위해 노동 착취를 당했던 제주도민들의 수난을 잊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죠."

제주자연해설모임 회원들은 말한다. 자연해설에는 자연뿐만 아니라 인간과 인문이 빠져서는 안 된다고. 이들은 자연 속에 속해 있는 우리들의 삶과 역사 그리고 문화를 같이 공부하며, 더 많은 사람들에게 제대로 된 정보를 줄 수 있는 자연해설가를 꿈꾸고 있었다. <미디어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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