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4-27 09:10 (토)
"여론 있으면 법적 절차 필요없다?" 곶자왈 설문조사 비판 이어져
"여론 있으면 법적 절차 필요없다?" 곶자왈 설문조사 비판 이어져
  • 고원상 기자
  • 승인 2023.10.27 13: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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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의회 환도위, 제주도가 진행한 '곶자왈 설문조사' 비판
"도민 여론만 가지고 정당성 확보하려는 것으로 보여"
제주도의회 전경.
제주도의회 전경.

[미디어제주 고원상 기자] 제주도가 곶자왈의 보전과 관련해 도민 및 방문객 등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의중을 두고 제주도의회에서도 질타가 이어졌다. 제주도의회에서 ‘상위법 위반’ 논란을 불러일으키며 두 차례나 심의가 보류된 사항을 두고, 제주도가 논란이 됐던 사항에 대한 설명은 일언반구도 하지 않은 채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 처럼 설문조사를 진행했기 때문이다.

제주도의회 환경도시위원회는 27일 오전 제421회 제주도의회 임시회 제1차 회의를 갖고 각종 조례안과 동의안, 보고안 등에 대해 심사했다. 이 자리에서 제주도 기후환경국을 대상으로 제주도가 진행한 곶자왈 관련 설문조사에 대한 지적이 이어졌다.

제주도는 앞서 지난 9월20일부터 22일까지 사흘 동안 제주도민 1000명과 곶자왈 방문객 312명을 대상으로 ‘곶자왈 보전 관련 도민 및 방문객 인식조사’를 진행했고, 그 결과를 26일 공개했다.

이 조사는 응답자들을 대상으로 ▲곶자왈이 제주의 환경적 가치를 대표하는 자원이 될 수 있는지 ▲곶자왈의 가장 중요한 환경적 가치는 무엇인지 ▲곶자왈 보전을 위한 정책으로 알맞은 것은 무엇인지 ▲곶자왈을 보호지역, 관리지역, 원형훼손지역으로 구분해 차등 관리하려는 계획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등을 물었다.

이 중에서 문제가 된 질의는 ‘곶자왈을 보호지역, 관리지역, 원형훼손지역으로 구분해 차등 관리하려는 계획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물어보는 것이었다. 이 질의에 응답자들은 도민 96.8%, 방문객 99.4%가 찬성한다고 답했다.

하지만 정작 곶자왈은 3개 지역으로 구분해 차등관리하는 방안은 관련 내용을 담은 조례 개정안인 ‘곶자왈 보전 및 관리에 관한 조례 개정안’은 상위법인 ‘제주특별법’을 위반한다는 지적을 연달아 받으면서 도의회에서 두 차례나 심의가 보류된 바 있다. 즉 곶자왈을 3개 지역으로 구분해 차등 관리하는 방안은 현재 상황에서는 법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아무런 설명도 없이 도민과 방문객들의 의견을 물었고, 응답자의 대다수는 이에 찬성하는 입장을 보였다. 이 때문에 “논란에 대해 자세히 알고 있지 않은 이들의 경우 ‘곶자왈을 3개로 나눠 관리하려고 하는데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어봤을 때 ‘보다 체계적으로 관리하려는 것’으로 인식해 그 필요성에 공감할 가능성이 높다”는 취지의 지적이 도내 언론에서 쏟아졌다.

이에 대해서는 도의회에서도 지적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김기환 의원(더불어민주당, 이도2동갑)은 “이번 설문조사에 대해 언론사별로 ‘엉망’이나 ‘수상한’, ‘선동’, ‘의구심’ 등의 단어를 쓰고 있다”며 “기사들을 보면서 왜 이런 조사를 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고 지적했다.

강경문 의원(국민의힘, 비례대표)도 이에 대해 강도 높은 비판을 내놨다. 강 의원은 “설문조사에 대한 기사들을 보는 순간 멍해졌다”며 “(법적인 문제가 있더라도) 제주도정은 (조례 개정을) 추진하겠다는 의지같았다. 개가 짖어도 기차는 간다는 말처럼, 법률적 근거는 빼고 설문조사를 바탕으로 갈 길을 가겠다는 것으로 보였다”고 지적했다.

강 의원은 또 “설문조사에서 ‘보호지역, 관리지역, 원형훼손지역 등 3개로 차등해 관리하려는데 어떻게 생각하느냐’라고 물어보면 저도 반대할 이유가 없다고 보인다”며 “그 문항에서 ‘보호지역을 3개로 세분화하는 것에 대해 법령의 법위를 벗어나면서까지 규정하고 싶은데 어떻게 생각하느냐’라는 내용이 있어야 했다. 또 의회에서 조례 개정안에 대해 지적한 내용이 덧붙여 졌을 때 과연 해당 설문에 대한 긍정적 응답이 50%가 넘었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고 말하기도 했다.

강 의원은 그러면서 “해당 설문조사 결과가 공개되기 전에 의회에 관련 내용이 먼저 공지가 됐으면 더욱 좋지 않았을까 싶다”고 덧붙였다.

임정은 의원(더불어민주당, 대천·중문·예래동) 역시 이번 설문조사를 두고 “곶자왈 보전 및 관리에 관한 조례 개정에 대해 도민들의 여론을 가지고 정당성을 확보하려는 것이 아닌가 하는 문제 제기를 할 수 밖에 없다”며 “의회와 소통을 안하면서 도정에서 일방통행으로 가려고 하는 것인지 의심 밖에 안든다”고 비판했다.

현기종 의원(국민의힘, 성산읍)도 이번 설문조사에 대해 “정책적 의지만 있으면 법적인 절차도 필요없고, 의회의 의견도 필요없다는 신호를 도민사회에 던지고 있는 꼴”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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