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4-27 09:10 (토)
상위법 위반 논란에 막힌 곶자왈 차등관리, '수상한' 인식조사?
상위법 위반 논란에 막힌 곶자왈 차등관리, '수상한' 인식조사?
  • 고원상 기자
  • 승인 2023.10.26 11: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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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곶자왈 보전 관련 도민 및 방문객 인식조사 결과 발표
도민 및 방문객 대다수 "곶자왈, 제주의 대표 환경적 가치"

제주도가 원하는 방향의 조사 결과 얻기 위한 단순화 지적도
제주도내 곶자왈 전경.
제주도내 곶자왈 전경./사진=미디어제주.

[미디어제주 고원상 기자] 제주도가 제주의 허파이자 핵심 환경자산인 곶자왈과 관련한 도민 및 방문객 인식조사를 진행한 결과를 공개했다. 도민과 방문객들 대다수가 곶자왈의 원형 보전에 찬성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고, 곶자왈에서의 개발을 제한해야 한다는 의견에도 높은 찬성 의견을 보였다.

하지만 한편에서는 이 설문조사가 제주도가 원하는 방향의 조사 결과를 얻기 위해 지나치게 단순화돼 진행된 것이 아니냐는 의혹도 나오고 있다. 

제주도는 도민 1000명과 곶자왈 방문객 312명을 대상으로 지난달 20일부터 22일 사흘 동안 진행한 ‘곶자왈 보전 관련 도민 및 방문객 인식조사’ 결과를 26일 공개했다.

해당 조사의 표본 오차는 도민의 경우 95% 신뢰수준에서 ±3.1%p, 방문객 95% 신뢰수준에서 ±5.5%p이다. 조사 기관은 (주)오피니언라이브다.

이 조사에 따르면 곶자왈이 제주의 환경적 가치를 대표하는 자원의 될 수 있다고 답한 도민은 96%, 방문객 97.8%로 높은 공감을 표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도민과 방문객 모두 곶자왈의 가장 중요한 환경적 가치로 ‘생물다양성 보고’를 택했다. 도민의 경우 응답자의 36.9%가, 방문객은 40.7%가 생물다양성 보고를 중요 환경 가치로 택했다.

아울러 도민들의 19.7%가 생태계 서비스 제공이 중요한 환경적 가치로 꼽았고, 그 외 지하수 함양 19.3%, 산림휴양기능 19.1% 등을 꼽았다. 곶자왈 방문객들은 29.2%가 산림휴양기능을 중요 환경 가치로 꼽았고, 그 외에 생태계서비스 제공 16.7%, 지하수 함양 8% 정도로 나왔다.

이외에 곶자왈 보전을 위한 정책으로 도민과 방문객 모두 ‘곶자왈 개발 제한을 위한 규제 강화’를 곶자왈 보전을 위한 방안으로 꼽았다. 도민은 응답자의 61.7%가, 방문객은 응답자의 53.8%가 ‘곶자왈 개발 제한을 위한 규제 강화’를 보전을 위한 최우선 정책으로 봤다.

또 곶자왈 보전을 위한 우선 필요사항으로는 도민 응답자의 43.2%와 방문객 응답자의 46.5%가 ‘곶자왈 원형보전’을 선택했다. 아울러 ‘곶자왈 탐방 및 보전 프로그램 운영’에 대해서는 도민의 20.4%, 방문객의 24%가 꼽았다.

사유지 곶자왈 매입 추진 정책에 대해 도민 93.3%, 방문객 95.2%가 찬성했으며, 보전을 위해 기부에 참여하겠다는 의향도 도민 65.2%, 방문객 74.7%로 조사됐다.

또 곶자왈 보호지역을 보호지역, 관리지역, 원형훼손지역으로 구분해 차등 관리하려는 계획에 대해서도 도민 96.8%, 방문객 99.4%가 찬성한다고 응답했다.

하지만 이 질의에는 다소 문제가 있다.

해당 질의에서 언급된 ‘곶자왈을 보호지역, 관리지역, 원형훼손지역으로 구분해 관리하는 방안’을 담은 ‘곶자왈 보전 및 관리에 관한 조례 개정안’이 제주도의회에 제출됐지만 현재 상위법 위반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제주특별법 제354조에서는 ‘곶자왈 중 보전할 가치가 있는 지역을 도조례로 정하는 바에 따라 곶자왈 보호지역으로 지정해 필요한 조치를 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하지만 제주도가 이번에 제출한 조례 개정안에서는 곶자왈을 보호지역으로 지정하는 것 뿐만 아니라 ‘관리지역’과 ‘원형훼손지역’ 등으로 나누고 있다. 상위법인 제주특별법에 없는 개념이 조례에 명시되면서 상위법을 위반한 소지를 보인 것이다.

이와 같은 내용은 해당 조례 개정안이 제주도의회에 제출되기 이전 전문가 토론회 등에서부터 지적을 받았다. 이어 지난 6월20일 해당 조례 개정안에 대한 제주도의회 상임위 심사가 이어졌지만 상위법 위반을 포함한 각종 지적이 쏟아지면서 결국 심사가 보류됐다. 9월20일에도 심사가 다시 한 번 이어졌지만, 역시 상위법 논란 속에 심사가 보류됐다.

이처럼 곶자왈 보호지역을 3개 지역으로 구분하는 사항과 관련해선 수개월 째 상위법 위반 논란이 이어지고 있지만, 이번 설문조사에서는 이와 같은 논란에 대한 설명은 없이 단순하게 “차등관리을 하려고 하는데 어떻게 생각하느냐”라고 물어보고 있다.

결국 관련 논란을 자세히 알고 있지 않는 도민이나 관광객 등의 방문객들은 곶자왈을 3개 지역으로 나눠 차등 관리하는 방안을 두고 단순히 ‘보다 체계적으로 관리하려는 것’으로 인식해 필요성에 공감할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해당 방안에 대해 응답자의 대부분이 찬성 입장을 보였다.

일각에서는 “논란이 일고 있는 내용을 설명하지 않고 단순히 ‘3개로 나눠 관리하려고 하는데 어떻게 생각하느냐’라고 물어보면 누가 반대를 하겠느냐”며 “도민과 방문객들이 곶자왈을 3개 지역으로 나누는 것에 압도적으로 찬성한다는 내용을 갖고 제주도의회에 조례 개정을 압박하기 위해 이번 설문조사를 진행한 것으로 비춰질 수 있다”는 질타가 나오고 있다.

제주도에서는 이에 대해 “도의회를 압박하기 위한 의도는 갖고 있지 않았다”며 “단순히 곶자왈에 대해 도민들은 어떤 인식을 갖고 있는지 등에 대해 기본적인 자료를 확보하기 위해 진행한 설문조사”라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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