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4-27 09:10 (토)
제주 행정구역, 3~4개로 나눠? 억지·부실 용역 비판 우려
제주 행정구역, 3~4개로 나눠? 억지·부실 용역 비판 우려
  • 고원상 기자
  • 승인 2023.10.10 11:4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제주 행정체제 구역안 연구용역 중간보고회 진행돼
3~4개 행정구역안 높은 점수 ... 우선순위로 제시돼
억지 끼워 맞추기 결과 아니냐는 지적 가능성도 있어
제주도 전경. /사진=미디어제주.
제주도 전경. /사진=미디어제주.

[미디어제주 고원상 기자] 제주형 행정체제 개편과 관련된 용역이 진행 중인 가운데, 향후 제주도내 행정구역을 국회의원 선거구에 따라 3개 구역으로 나누는 안과, 제주시 및 서귀포시에 더해 동·서제주군 등 4개 구역으로 나누는 안이 현실적으로 우선순위 대안으로 제시됐다.

하지만 한편에서는 이번 용역이 특정 대안으로 분위기를 몰아가기 위해 억지로 끼워 맞춰진 결과를 만들어내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제주도는 10일 오전 제주도청 4층 탐라홀에서 ‘행정체제 구역안 연구용역 중간보고회’를 갖고 행정구역 대안에 대한 검토 결과와 우선순위 대안 등을 제시했다.

먼저 이번 연구용역을 진행한 한국지방자치학회는 모두 8개의 제주도의 행정구역 대안을 제시했다. 크게 2개 행정구역안과 3개 행정구역안, 4개 행정구역안, 5개 행정구역안 등 4개의 안으로 나누고, 각 안에서 2개의 대안을 제시했다.

2개 행정구역안은 현행과 동일한 남·북 행정구역안과 제주를 동서 2개의 행정구역으로 나누는 안이 제시됐다. 3개 행정구역안은 국회의원 선거구 안과 경찰서 관할구역 안으로 나누는 안이 제시됐다.

4개 행정구역안은 동지역을 제주시와 서귀포시으로 나누고 읍면지역을 동제주군, 서제주군 등으로 나누는 안과, 2006년 이전으로 회귀하는 제주시·서귀포시·북제주군·남제주군 안이 제시됐다. 5개 행정구역안은 4개 행정구역안에서 제시된 2개의 대안 중 제주시만 동·서제주시로 나누는 안이다.

이 중 현행 2개의 행정구역을 유지하는 안은 행정체제 개편의 목적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논의에서 제외됐다. 그 외 동·서 제주시 분리안은 인구를 기준으로 지역형평성이 확보되지만, 지역 정체성이 낮고 현재 제주시와 서귀포시 동지역의 동·서 분할로 도시 생활권이 훼손되기 때문에 행정구역 설계의 기본원칙이 확보되지 않을 것으로 나타났다.

3개 행정구역으로 나누는 안은 경제 효과성이 상대적으로 높고, 행정구역의 증가에 따라 지역경쟁의 기반을 구축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됐다. 다만 주민들의 정치 참여나 생활 편의성 등은 4개 행정구역으로 나누는 것에 비해 상대적으로 약한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이 중 국회의원 선거구로 나누는 경우 인구 기준에 따라 지역 형평성도 확보되고, 지역 정체성도 어느 정도 유지되나, 제주시의 경우는 동·서분할에 따라 행정효율성이 다소 감소될 것으로 예상됐다.

4개 행정구역으로 나누는 경우는 3개 행정구역과 달리 정치의 참여도와 생활편의성이 높아지지만, 경제 효과성이 상대적으로 미흡하고, 도시와 농촌의 격차가 커질 수 있다는 점이 단점으로 제시됐다.

이 중 정치참여도와 경제효과성, 생활편의성, 지역형평성, 지역정체성 등을 점수화했을 경우 국회의원 선거구에 따른 3개 행정구역으로 나누는 안이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다. 특히 경제효과성과 행정기관 접근성 등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다음으로 제주시와 서귀포시, 동제주군, 서제주군 등 4개 행정구역으로 나누는 안은 경제효과성에서는 국회의원 선거구에 따라 나누는 안에 비해 낮았지만, 주민들의 정치참여도와 행정기관 접근성에서 더욱 높은 점수를 받으면서 국회의원 선거구에 따라 나누는 안에 이어 효과적인 대안으로 제시됐다.

다만 제주도내 직능단체의 선호도 조사에서는 행정구역을 3개로 나누는 안보다는 4개로 나누는 안이 좀더 많은 선호도를 받았다.

이 중 행정구역을 3개로 나누는 안은 비용적인 측면에서도 다른 대안들에 비해 높은 절감을 이루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시·군 기초자치단체 도입시 3개의 행정구역으로 나누는 안은 기존 유휴시설을 청사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에 비용이 들지 않는다는 연구 결과가 제시됐다. 행정구역을 3개로 나눌 경우 새로운 청사가 1개 더 필요하지만, 현 제주도청 2청사와 구 제주경찰청 건물을 활용하면 되기 때문에 추가 비용이 들지 않는다는 것이다.

하지만 한편에서는 이번 연구결과가 분위기를 3개 행정구역안으로 몰아가기 위해 끼워 맞춰진 연구용역 결과가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먼저 시·군 기초자치단체 도입시 청사비용 추정이 문제다. 2개 행정구역으로 나누는 안은 현행안은 고려되지 않고 동·서제주시로 나누는 안만 고려됐는데, 이 경우 본청을 2개 새롭게 만들고 의회 청사 역시 2개를 새롭게 만드는 비용이 고려됐다. 각각 1307억원과 2856억원 등의 비용이 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3개 행정구역안에서는 기존 유휴시설을 활용하는 안이 고려됐지만 2개 행정구역안은 3개 행정구역안보다 필요 청사 수가 적음에도 기존 유후시설 안이 고려되지 않았다. 기존 청사는 활용하지 않고 새롭게 청사를 만드는 안만 고려됐다. 2개 행정구역안도 비용이 들어가지 않는 방법이 있지만 다뤄지지 않은 것이다. 

아울러 3개 행정구역 안의 경우 실질적으로 추가 청사 구축비용이 상당히 많이 들어갈 수 밖에 없지만 고려되지 않은 부분들이 있다. 우선 구 제주경찰청 매입 비용이 빠졌다. 현재 구 제주경찰청의 토지 및 건물 가치는 모두 374억원 정도로 분석되고 있다. 2개 행정구역 안에서 청사를 신축하는 것에 못지 않은 비용이 들어가지만 이 부분은 고려되지 않았다.

구 제주경찰청 건물을 매입하더라도 건물의 노후화가 상당히 진행돼 있기 때문에 건물을 그대로 쓸 수 없다. 사실상 신축 수준의 리모델링이 들어가야 하지만 이 비용도 고려되지 않았다.

행정기관의 접근성 점수도 문제다. 3개 행정구역으로 개편하는 안은 행정기관의 접근성 측면에서 현행체제와 비교해 상당히 높은 점수를 받았다. 하지만 용역진이 제시한 것처럼 행정기관의 청사를 기존 유휴시설로 이용하게 될 경우 행정기관 청사의 위치는 결국 제주시 동지역이 될 수 밖에 없다.

결국 제주시 읍면지역에 사는 이들이나 서귀포시 읍면지역에 사는 이들에게는 행정구역이 2개로 나뉘든 3개로 나뉘든 찾아가기 힘든 것은 마찬가지인 샘이다. 3개 행정구역안이 행정기관의 접근성 측면에서 높은 점수를 받은 것에 의구심이 들 수 밖에 없다.

이 때문에 용역진이 억지로 3개 행정구역안에 높은 점수를 주기 위해 용역결과를 끼워맞췄거나, 그것이 아니면 용역진이 연구용역 수행을 대충 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까지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더군다나 행정체제 개편에만 전례가 없던 15억원이라는 상당한 금액이 투입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렇듯 의구심이 드는 연구용역 결과가 나오면서 이에 대한 비판이 이어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딥페이크등(영상‧음향‧이미지)을 이용한 선거운동 및 후보자 등에 대한 허위사실공표‧비방은 공직선거법에 위반되므로 유의하시기 바랍니다.(삭제 또는 고발될 수 있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