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4-27 09:10 (토)
논란의 제주 지하차도 … 갑작스런 변화로 혼란 가중시킨 행정
논란의 제주 지하차도 … 갑작스런 변화로 혼란 가중시킨 행정
  • 고원상 기자
  • 승인 2023.08.17 14: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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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항·용담 모두 갈 수 있었던 지하차도, 갑자기 공항만
제주시 "교통사고 위험에 체계 변경" 하지만 공지는 없어
정보 알지 못한 도민 및 관광객들 혼란 가중에 "미숙했다"
지난 16일 임시개통 이후 논란이 커지는 제주의 첫 지하차도. 당초 이 지하차도를 이용할 경우 공항과 용담 모든 방면으로 갈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정작 문을 연 지하차도는 공항방면으로만 차선이 향했다. 이로 인해 이용자들의 혼란이 가중됐다. /사진=제주시.
지난 16일 임시개통 이후 논란이 커지는 제주의 첫 지하차도. 당초 이 지하차도를 이용할 경우 공항과 용담 모든 방면으로 갈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정작 문을 연 지하차도는 공항방면으로만 차선이 향했다. 이로 인해 이용자들의 혼란이 가중됐다. /사진=제주시.

[미디어제주 고원상 기자] 대대적인 교통체계의 변화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별다른 홍보 없이 제주의 첫 지하차도가 임시개통돼 이로 인해 혼란이 가중되고 있는 가운데, 제주시가 임시개통 직전에 알려진 것과 다른 추가적인 다른 교통체계 변화를 아무런 공지 없이 시행한 사실이 드러났다.

당초 지하차도를 통해 공항과 용담 방면으로 모두 갈 수 있는 것으로 홍보가 됐지만, 임시 개통 직전에 지하차도를 이용할 경우 공항만 갈 수 있도록 교통체계를 바꾼 것이다. 이와 같은 점을 도민사회에 전혀 알리지 않고 시행하면서 혼란을 더욱 가중시켰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제주시에 따르면 지난 16일 임시개통된 제주의 첫 지하차도는 당초 서쪽에서 동쪽 방면으로 공항을 가려는 이들과 용담쪽으로 가려는 이들이 모두 이용할 수 있게 할 계획이었다.

지난 14일 제주시가 공개한 보도자료에도 “용담지역과 신제주 지역을 오가는 차량은 공항입구 교차로를 거치지 않고 지하차도를 이용하게 되면서 극심했던 공항 주변 교통난이 많이 해소될 것”이라고 소개했다.

하지만 임시개통으로 문을 연 지하차도의 서쪽 입구에서 들어선 차량들은 용담으로 갈 수가 없었다. 제주도의 당초 계획이 변경돼 지하차도의 서쪽에서 동쪽 방면으로 향하는 모든 차선이 공항 방면으로만 향하도록 됐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와 같은 계획의 변경 시점이다. 제주시는 지하차도의 운영과 관련해 국가경찰 및 자치경찰, 도로교통공단 등과 임시개통 이전부터 지속적으로 합동점검을 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과정에서 이 지하차도의 서쪽에서 동쪽 방면 차선을 공항으로만 향하게 알지, 아니면 공항과 용담 모든 방향으로 향하게 할지가 논의됐다.

특히 이 지하차도 차선을 공항과 용담 모든 방향으로 향하게 할 때 사고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지하차도의 바로 옆으로 지상차도가 나란히 붙어 있는데, 지하차도와 지상차도 모두에서 공항과 용담쪽으로 갈 수 있게 된다면 중간 지점에서 혼선이 생겨 사고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우려가 계속해서 지속되다가 마지막 합동점검이었던 8월4일을 전후로 지하차도의 서쪽에서 동쪽으로 향하는 차선의 경우 공항 방면으로만 갈 수 있게 하자는 의견이 사실상 확정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이와 같은 내용은 언론은 물론 도민들에게 전혀 알려지지 않았다. 심지어 14일 공개된 보도자료에서도 ‘용담과 신제주를 오가는 차량은 지하차도를 이용하게 된다’고 명시해놨을 정도다. 이날 공개된 사진에서도 지하차도의 동쪽으로 향하는 2개 차선 중 1차선은 ‘공항’으로 가는 차선, 2차선은 ‘용담’으로 가는 차선이라는 점이 표시돼 있었다. 변경된 내용을 도민들에게 알리기는 커녕 변경 이전의 내용을 공지한 것이다. 행정이 혼란을 부추긴 꼴이다.

이번 차선 변경은 행정이 혼란을 부추긴 꼴을 연출한 것에 더해, 지하차도의 본래 목적을 퇴색시키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까지 받고 있다.

지하차도의 목적은 노형 등 제주시 서부에서 구제주로 향하려는 많은 차량들을 지하를 통해 이동할 수 있게 하고, 이를 통해 공항을 이용하는 차량으로 심화된 공항 주변 교통량을 줄이려는 것이었다. 하지만 막상 문을 연 지하차도로는 제주시 서부에서 용담으로 갈 수 없었다. 지상차도를 이용할 수 밖에 없게 되면서 사실상 지하차도 개통 이전과 크게 다를 바 없는 상황이 되어버린 것이다.

더군다나 노형 등에서 공항으로 가려는 이들이 지하차도를 이용할 경우 지하차도 개통 이전보다 약 1km 정도를 더 돌아가야하는 상황이 되어버리고 말았다. 이 때문에 기존처럼 지상의 다호마을 입구 교차로에서 불법 좌회전을 통해 공항으로 진입하려는 차량들이 상당해 혼란이 더욱 가중되고 있다.

제주시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3개 교차로에서 교통체계가 달라지는 등의 대대적인 교통체계 변화가 이뤄진 것은 사실상 제주에서 처음 있는 일이었는데, 이에 대한 홍보가 부족했던 것은 인정한다”며 “미숙한 부분이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18일부터 새롭개 변경된 교통체계에 대한 교통량과 교통흐름 분석이 24시간 이뤄질 예정이다. 이를 통해 향후 이 일대에서 더욱 나은 방향의 교통체계를 찾고 이를 적용시켜 나갈 예정이다. 이를 통해 지하차도에서 용담으로 갈 수 있게 하는 것이 더욱 나은 방향이라는 결과가 나온다면 정식 개통 이전에 변경이 이뤄질 수도 있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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