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핑크돌핀스 "돌고래의 애도, 관광선박이 방해해"
"돌고래 오락취급, 악영향 ... 해양생물보호구역 지정해야"
[미디어제주 고원상 기자] 숨을 거둔지 꽤 오랜 시간이 지난 것으로 보이는 새끼를 업고 헤엄치는 제주 남방큰돌고래가 관찰되면서 안타까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제주도내 해양환경단체인 ‘핫핑크돌핀스’는 지난 13일부터 15일에 걸쳐 서귀포시 신도리 앞바다에서 숨을 거둔 새끼 돌고래를 등에 업고 헤엄치는 어미로 추정되는 남방큰돌고래가 관찰됐다고 16일 밝혔다.
핫핑크돌핀스는 “처음에는 해양쓰레가 바다 위에 떠 있는 것으로 여겨졌지만, 자세히 살펴보니 죽은 새끼 돌고래였다”며 “그리고 그 사체를 떠나지 않고 계속 옆에서 머물며 지키는 돌고래가 있었다. 죽은 새끼를 떠나보내지 못하는 어미 남방큰돌고래로 보였다”고 전했다.
어미로 추정되는 남방큰돌고래는 ‘JTA120’으로 알려진 개체다. 해양동물생태보전연구소(마크·MARC)가 만든 제주 남방큰돌고래 등지느러미 목록표의 120번째 돌고래라는 뜻이다.
핫핑크돌핀스는 “이미 과거에도 여러 차례 죽은 돌고래를 며칠 간 수면 위로 끌어올리거나, 메고 다니는 제주 남방큰돌고래들이 관찰된 바 있다”며 “마크의 장수진 대표가 서귀포시 범섬 부근에서 관찰한 2014년 시월이의 사례, 그리고 국립 고래연구센터가 2020년 6월 제주시 구좌읍 연안에서 관찰한 사례가 그것이다. 올해 5월에도 서귀포시 대정읍 앞바다에서 비슷한 사례가 다큐제주에 의해 기록됐다. 이는 언론에서 죽은 새끼를 잊지 못하는 어미의 모성애가 지극하다고 보도된 바 있다”고 설명했다.
핫핑크돌핀스는 이어 “어미 돌고래가 새끼의 죽음을 충분히 애도하지 못하게 하는 관광선박들이 너무 많아 눈살이 찌푸려진다”며 “지난 12일부터 15일가지 광복절 연휴기간에 아침부터 해질녘까지 하루종일 관광선박들이 돌고래들을 따라다녔다”고 지적했다.
또 “15일 오후에는 서귀포시 대정읍 인근에서 관광선박 4척이 동시에 돌고래 관광을 하는 모습도 목격됐다”며 “돌고래들을 따라 몰려다니는 관광선박으로 인해 보호종인 남방큰돌고래들은 제대로 쉬지 못하고, 먹이활동에도 지장을 받는다. 죽음을 애도하는 돌고래 옆에 몰려온 선박들은 이 돌고래들을 그저 볼거리, 오락거리로 취급할 뿐”이라고 질타했다.
이들은 그러면서 “마지막 남은 제주 남방큰돌고래들의 주요 서식처인 서귀포시 대정읍 일대의 선박관광을 제한하지 않으면 이미 지역적 멸종위기에 처한 돌고래들은 제주 바다에서 영영 사라지게 될 수도 있다”며 “얼마 남지 않은 돌고래들이 제주 바다에서 인간과 오랫동안 공존할 수 있도록 지금 바로 서식처 일대를 해양생물보호구역으로 지정하고 선박관광을 금지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