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공원, 인원 부족 및 장비 한계 등 단속 어려움 호소
[미디어제주 고원상 기자] 최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한라산 정상 부근에서 야영을 즐기는 모습이 그대로 노출되는 등 한라산국립공원 내에서의 비법정 탐방과 야영 행위가 끊이질 않고 있다. 한라산국립공원 관리소에서도 이와 같은 불법행위를 뿌리뽑기 위해 다방면으로 나서고 있지만 쉽지 않은 상황이다.
20일 한라산국립공원관리소 등에 따르면 최근 한 SNS에 “한라산 서북벽 인근에서 1박을 하고 내려왔다”는 게시글이 올라왔다.
해당 글에는 “돈네코 탐방로에서 남벽분기점을 지나 서북벽으로 올라 1박을 했다. 다음날에는 서북벽과 윗세오름을 거쳐 영실로 하산했다”며 “하룻밤을 보내면서 정상을 오르내리고, 장구목과 용진각 대피소를 바라봤다”고 적혀 있었다.
그러면서 한라산국립공원 중 서북벽 인근에 텐트가 설치된 사진과, 서북벽에서 한라산을 내려다보는 전경사진 등도 함께 올라왔다. 이어 3명의 인원이 지금은 폐쇄된 옛 서북벽 탐방로를 통해 하산을 하는 사진까지 고스란히 담겼다.
이 내용을 한라산국립공원 홈페이지 게시판에 알린 누리꾼은 “최근 SNS에 올라온 글을 보고 눈을 의심했다”며 비법정 탐방로로 한라산 탐방에 나서는 이들에 대한 지속적인 단속과 관리가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한라산국립공원관리소는 이에 해당 게시글을 확인하고 게시글을 올린 이에게 연락해 게시글을 삭제하도록 했다.
한라산국립공원 내에서의 이와 같은 불법행위가 끊이질 않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흡연과 비법정 탐방로 탐방이 지속되고 있다. 올해의 경우 5월 말 기준 모두 31건의 불법행위가 적발됐다. 흡연이 19건, 비법정 탐방로 출입이 12건 등이다.
지난해에는 모두 155건의 불법행위 단속이 이뤄졌는데, 흡연보다 비법정 탐방로 적발건수가 더 많았다. 흡연이 58건, 비법정탐방로 탐방이 63건 적발됐다. 야영 및 취사행위, 애완동물 동반 등의 기타 행위가 34건이다.
특히 지난해에는 비법정 탐방로를 통해 한라산 정상까지 오른 뒤 백록담 분화구 안까지 걸어들어갔던 이들이 적발되는가 하면, 남벽분기점 인근에 텐트 등을 설치해 야영에 나서려던 이들이 이틀 연속 적발되기도 했다.
한라산국립공원에서 이처럼 비법정 탐방에 나섰다가 적발될 경우 자연공원법에 따라 1차 적발에 20만원, 2차 적발에 30만원, 3차 적발에 50만원까지 과태료가 부과될 수 있다. 아울러 지정된 장소 밖에서 야영행위를 할 경우 역시 비법적 탐방과 과태료 수준이 같다.
다만 이처럼 상당한 액수의 과태료까지 부과될 수 있음에도 불법행위는 지속되고 있고 이에 대한 단속에도 어려움이 있는 실정이다.
먼저 이와 같은 위법사항에 대해 과태료를 부과하기 위해서는 현장적발이 이뤄져야 한다. 현장에서 확인한 후 위반일시와 장소, 위반자의 인적사항 확인이 필수적으로 이뤄져야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다. 이번 처럼 SNS를 통해 불법행위를 확인한 경우에는 불법행위를 저지른 이가 특정됨에도 불구하고 과태료 부과를 할 수 없다. 국립공원 측에서 할 수 있는 일은 ‘게시글을 내려달라’고 요청하는 것 뿐이다.
SNS 등을 통해 확인된 불법행위를 처벌하기 위해서는 관련 법의 개정이 이뤄져야 하지만 법의 개정이 실제로 이뤄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한라산국립공원의 면적이 상당히 넓지만 이를 모두 관리할 수 있는 인원이 부족한 것 역시 어려움으로 작용한다.
한라산국립공원관리소 관계자는 “한라산국립공원의 면적은 제주도 전체 면적의 20%를 차지할 정도로 넓다”며 “이처럼 넓은 장소에서 불법탐방에 나서려는 이들이 언제 어디서 어떻게 탐방에 나설지 알 수가 없다. 이런 상황에서 단속에 나서는 인원 역시 한정적이기 때문에 불법탐방을 차단하는 것이 쉽지만은 않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한라산국립공원관리소 측에서는 단속인원 부족 문제를 CCTV 설치 등을 통해 보완하려 하지만 이 역시 한계가 있다. 한라산국립공원 내에는 탐방로는 물론 사람들이 드나들지 않는 곳에도 다수의 CCTV가 설치돼 있다. 하지만 비법정탐방에 나서는 이들은 이와 같은 CCTV의 위치를 사전에 파악, CCTV가 없는 ‘사각지대’ 등산 루트를 개척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예산 문제도 있다. 한라산국립공원에서의 감시체계를 더욱 보완하기 위해 이와 관련된 예산의 반영을 지속적으로 요청하고 있지만 이 역시 부족한 수준인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문제의 해결을 위해서는 보다 촘촘한 불법행위 감시망 구축에 더해 탐방에 나서는 이들이 자연환경을 보전하려는 의식을 키우는 것이 병행돼야 하지만, 이 역시 요원하다. 결국 후대에 물려줘야 할 한라산만 지속적으로 상처를 입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