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4-28 17:02 (일)
[단독] 한라산 탐방객 앞에 벼락 ... 대응도, 보고도 제대로 안돼?
[단독] 한라산 탐방객 앞에 벼락 ... 대응도, 보고도 제대로 안돼?
  • 고원상 기자
  • 승인 2023.06.12 15: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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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5일 한라산 하산 하던 탐방객들 앞에 벼락
"통제관련 문의했지만 통제 안내는 뒤늦게 이뤄져"
국립공원 내부에서도 "당시 상황 전해듣지 못했다"
한라산 정상 부근과 관음사 탐방로 등에 벼락이 떨어진 지난달 15일 한라산 관음사 탐방로 일대. 탐방객들이 등산로를 따라 오르내리고 있다. /사진=독자제공.
한라산 정상 부근과 관음사 탐방로 등에 벼락이 떨어진 지난달 15일 한라산 관음사 탐방로 일대. 탐방객들이 등산로를 따라 오르내리고 있다. /사진=독자제공.

[미디어제주 고원상 기자] 강원도 양양시 해변에 벼락이 떨어진 사고가 이슈가 되고 있는 가운데, 제주 한라산 탐방로 인근에서도 벼락이 떨어졌던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당시 탐방로를 오르내리던 탐방객들도 있었던 만큼 매우 위험한 상황이 펼쳐졌지만, 한라산국립공원 관리소 내부에서는 이와 관련한 보고체계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한라산에서 탐방로 인근에 벼락이 떨어진 날은 지난달 15일이었다. 그 날 오전 7시30분경, 일부 트레일러닝 선수들이 한라산국립공원에서 관음사탐방로를 통해 등산에 나섰다. 이들이 산을 오르기 시작했을 때에는 하늘에 구름이 다소 많기는 했지만 등산에 나서지 못할 정도의 날씨는 아니었다.

이들은 관음사 탐방로 중간에 있는 삼각봉 대피소도 빠르게 통과했다. 하지만 그 이후 날씨가 급변하기 시작했다. 이들이 삼각봉 대피소를 지나 정상까지 불과 10~20여분을 남겨둔 시점에서 안개가 자욱하게 깔리기 시작했고, 급작스러운 폭우에 우박까지 떨어졌다.

이들은 이와 같은 기상상황 속에서 정상을 향해 나아가는 것은 무리라고 판단, 결국 정상을 앞에 두고 발길을 돌려 하산하기 시작했다.

하산에 나선 이들이 관음사 탐방로 중 헬기 착륙장이 있는 ‘왕관릉’ 부근에 도착했을 때 갑자기 탐방로 인근에 벼락이 떨어졌다.

당시 현장에서 등산에 나서고 있었던 A(37)씨는 “벼락이 인근 나무에 떨어지는 것을 봤다. 벼락을 맞은 나무는 갈라졌고, 이어 벼락이 탐방로 인근에 연달아 떨어졌다”고 증언했다. A씨는 “현장에서 꼼짝도 할 수 없었고, 가만히 있다가 벼락이 잠잠해지는 것 같자 빠르게 하산했다”고 덧붙였다.

이런 상황에서도 한라산 정상을 향해 오르는 일부 등산객들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기상상황이 급격하게 안 좋아지자, 하산을 하면서 마주치는 등산객들에 ‘더 이상 올라가시면 안될 것 같다’고 만류를 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그냥 올라가는 등산객들이 있었다”고 말했다.

A씨는 벼락까지 떨어지는 악천후 속에서 등산객들이 지속적으로 올라오는 것을 보고 한라산국립공원 측에 “통제가 필요한 것이 아니냐”며 문의 전화를 했다.

일반적으로 탐방로 입구에서 탐방이 이뤄지더라도, 기상상황이 급격하게 안 좋아지면 삼각봉 대피소 등에서 탐방객들이 더 이상 올라가지 못하게 통제한다. 하지만 이 날은 벼락까지 떨어지는 상황까지 펼쳐졌지만 이에 따른 통제가 이뤄지지 않았고, 탐방객들은 정상을 향해 갔다.

당시에는 한라산 정상에도 벼락이 떨어졌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라산국립공원 관리소 관계자는 <미디어제주>와의 통화에서 “당시에는 한라산 정상에 국립공원 직원이 근무하고 있었는데, 이 직원도 낙뢰 등의 영향으로 외부로 나가지 못할 정도로 기상상황이 좋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이런 상황에서도 이에 따른 통제가 신속하게 이뤄지지 못한 것이다. A씨는 “국립공원 관리소에 문의 전화를 한 뒤 10분에서 15분 정도가 지나 삼각봉대피소에서 통제 안내 방송이 나왔다. 탐방객들에게 전송되는 탐방 통제 문자는 전화문의 후 30분에서 40분이 흐른 뒤에나 발송이 됐다. 기상상황이 탐방객들의 안전에 심각한 위협이 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국립공원 측의 대응이 너무 늦었던 것 같다”고 지적했다.

한라산국립공원 관리소 측도 대응이 다소 늦었던 점에 대해 어느 정도 시인했다. 국립공원 관리소 관계자는 “선제적으로 통제가 이뤄지지 않은 부분은 있지만 벼락이 떨어진 이후 통제는 이뤄졌다”며 “다만 통제가 이뤄지기 이전에 현장상황을 정확하게 판단하기 위해 현장을 육안관측을 한 직원들의 의견수렴이 필요했다. 이 부분에서 시간이 걸린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었다. 당시 벼락 상황과 관련해서 한라산국립공원 관리소 내부에서도 보고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던 것으로 보이는 정황이 나타났다.

벼락상황과 관련해서는 한라산 보호관리팀과 공원관리팀 등 대부분의 국립공원 부서에 내용이 공유돼야 한다. 하지만 <미디어제주>와의 통화에서 보호관리팀 관계자는 “당시 상황에 대해 전달 받은 바가 없다”는 답변을 내놨다.

제주도정의 대응에서도 문제가 나타나고 있다. 제주도에서는 지난 11일 한라산 등 제주산간에서 벼락과 관련된 재난문자가 제주도내 모든 이들에게 전달됐다. 산간에 벼락이 떨어질 수 있으니 주의를 하라는 것이다. 제주도는 기상청의 예보를 바탕으로 이와 같은 재난문자를 발송했다.

하지만 한라산 탐방로 인근에 실제로 다수의 벼락이 떨어졌던 지난달 15일에는 기상청에서 “돌풍과 함께 천둥·번개가 치고, 우박이 떨어지는 곳도 있겠다”는 예보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당시에는 관련 재난문자 등이 발송되진 않았다.

A씨는 이와 같은 상황에 대해 “지난달 초 한라산에서 악천후 속에서의 등산으로 고등학생들이 저체온증에 걸려 119가 출동하는 사고도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기상상황이 악화되고 벼락이 떨어졌을 때 국립공원 측과 제주도정의 대응이 너무 늦었던 것 같다. 한라산의 기상상황이 언제 어떻게 변할지 예측하는 것이 힘들기 때문에, 국립공원 측에서도 이와 관련해 보다 신속하게 대응하는 등 대책이 필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 10일에는 강원도 양양군 해변에 벼락이 떨어지면서 이를 맞고 쓰려진 30대 남성이 숨을 거두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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