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4-28 00:55 (일)
코로나19 속 제주 동네 병·의원, 급증한 업무에 "병원 마비"
코로나19 속 제주 동네 병·의원, 급증한 업무에 "병원 마비"
  • 고원상 기자
  • 승인 2022.03.18 10: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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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속항원검사 확진 판정 이후 동네 병·의원 인파 몰려
"서류작업 급증, 새벽 1~2시까지 업무 끝나질 않아"
환자들도 "일반 진료 대기 시간 너무 길어졌다"
제주도 "어려움은 충분히 알아 ... 도울 여력 부족"
사진은 제주도보건환경연구원에서 이뤄지고 있는 오미크론 변이바이러스 관련 검사 장면./사진=제주특별자치도
사진은 제주도보건환경연구원에서 이뤄지고 있는 오미크론 변이바이러스 관련 검사 장면./사진=제주특별자치도

[미디어제주 고원상 기자] 신속항원검사(RAT) 결과가 최종 확진판정에 반영되기 시작한 후 동네 병·의원에서의 업무량이 급증하면서 제주도내 일부 병·의원에서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행정당국에서도 이런 병·의원의 과다한 업무량 급증에 대해서 파악하고 있지만 “현재로서는 도울 수 있는 방법이 많지 않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지난 11일 전국 7588개 호흡기 전담클리닉 및 호흡기 진료지정 의료기관에서 전문가용 신속항원검사를 받아 양성이 확인될 시 보건소 등에서 유전자 증폭(PCR) 검사를 받지 않아도 바로 확진 판정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발표했다.

이는 오미크론 변이바이러스의 확산으로 인해 코로나19 환자가 급속하게 늘어나자 신속한 진단 및 치료를 통해 환자를 신속하게 분류하고 조기 처방과 치료를 하기 위해 나온 방안이다. 방역당국은 아울러 전문가용 신속항원검사 결과의 정확도가 높고 거짓 양성률도 낮다고 판단해 이와 같은 결정을 내렸다.

제주도내에서는 이에 따라 지난 14일부터 호흡기 진료지정 의료기관으로 신청된 제주도내 97개 동네 병·의원(18일 기준)에서 전문가용 신속항원 검사를 통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을 수 있게 됐다.   

기존 PCR검사에 비해 신속항원검사의 확진 판정이 빠르게 나오고 검사를 받기 위한 대기 시간도 더욱 짧다는 점 때문에 이후 기존 PCR검사 수요의 상당수가 동네 병·의원으로 빠졌다.

실제 지난 9일 도내 PCR 검사 건수는 8420건이었고 15일에도 7905건의 검사가 이뤄지는 등 최근 8000건 안팎의 PCR검사가 이뤄졌지만 신속항원검사 확진 판정이 시작된 14일에는 6580건의 검사만 이뤄졌다. 16일에는 PCR검사 건수가 더욱 줄어 3910건의 검사만 이뤄졌다.

확진자도 지난 16일 기준 PCR검사에서 1338명이 나왔다. 하지만 신속항원검사에서는 그 두배를 뛰어넘는 3233명이 나오면서 PCR검사보다는 신속항원검사를 받는 이들이 더욱 많아지고 있다는 점을 방증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동네 병·의원의 업무량이 이전에 비해 급격하게 늘어나게 됐다. 동네 병·의원에서는 입을 모아 “환자들이 더욱 편하게 검사 결과를 받고 진료를 받을 수 있게 되면서 코로나19 방역에 도움을 주는 것 같아 보람을 느낀다”면서도 “다만 업무량이 과다하게 늘어나 매우 힘든 상황”이라고 토로하고 있다.

제주도내 A병원의 원장은 <미디어제주>와의 통화에서 “하루에 병원에 검사를 받으러 오는 인원이 400명에서 많게는 500명 수준”이라며 “이렇게 인파가 몰려들고 있고 코로나19 관련 업무도 늘어났는데 인력은 부족해 많이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원장은 “가장 많이 어려운 것이 코로나19와 관련된 행정업무”라며 “보건소에 확진자를 신고하고 관련 서류 등을 작성하는 내용이 기존에 없던 추가된 업무인데 이 때문에 원래 병원 업무가 마비될 정도”라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정부에서 뚜렷한 대책을 마련하지 않고 신속항원검사 결과를 확진판정으로 풀어버리니 일선 병원에서는 갑자기 과도한 업무를 떠안게 된 것”이라며 “14일 이후 코로나19 검사를 위해 아르바이트까지 새로 고용했다. 차차 자리를 잡아가고 있긴 하지만 보건당국에서 동네 병·의원에 대한 지원책 등에 대해 조금만 더 신경을 써주었으면 한다”라고 말했다.

제주도내 또다른 호흡기 지정 의료기관인 B의원의 관계자 역시 “하루에 300명에서 많게는 500명의 사람들이 다녀가는 데 하루종일 정신없이 바쁜 상황”이라며 “서류작업이 가장 힘들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자정까지 질병관리청에 보고가 들어가야하는 점때문에 서류작업하다 새벽 1~2시에 퇴근하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며 “병원에서 준비가 안된 상황에서 갑자기 신속항원검사 확진 판정을 시행해버리니 인력도 부족하고 시간도 부족하다”라고 말했다.

또 “환자들의 문의도 많이 들어오는데 일반 진료를 받는 병원이다보니 대응에도 한계가 있다”며 “기존 병원업무가 마비되는 것 같다. 이런 부분이 어느 정도라도 해소됐으면 싶다”라고 덧붙였다.

코로나19와 상관없이 일반진료를 받는 이들의 불편도 나오고 있다. 한 도민은 “아이가 배가 아프다고 해서 병원에 대리고 갔는데 신속항원검사가 이뤄지는 병원이었다”며 “접수를 하긴 했는데 사람들이 너무 많아 한참을 기다리다 그냥 발길을 돌려 다른 병원을 갈 수 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또 "한편에서는 병원에 있다가 오히려 코로나19에 걸리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도 있었다"고 덧붙였다. 

제주도 보건당국에서도 이런 상황에 대해서는 파악하고 있지만 “지금으로서는 도움을 줄 수 있는 여력이 없는 상황”이라고 밝히고 있다.

제주도 관계자는 “일반 병·의원에서 새벽 1시에서 2시까지 서류작업을 해야하는게 가장 큰 애로사항일 것”이라며 “어려운 상황은 이해가 된다. 하지만 제주도도 여력이 없는 상황이다. 다만 일반 병·의원과 계속 소통을 하면서 작게나마 도움을 줄 수 있는 부분을 살펴보고 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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