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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은 하나 기록되지 않는 언론, “이제는 기록할 때”
기록은 하나 기록되지 않는 언론, “이제는 기록할 때”
  • 김은애 기자
  • 승인 2021.12.17 18: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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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제주언론학회 송년세미나 및 정기총회
'언론학 연구' 관점에서 제주 지역 언론 바라보기
12월 17일 한라일보사 3층 회의실에서 '2021 제주언론학회 송년세미나 및 정기총회'를 개최했다.

[미디어제주 김은애 기자] 제주 지역 언론에서 매일 쏟아내는 기사는 수백 건에 육박한다. 이처럼 각 언론사마다 기사를 송출하고 있지만 의외로 ‘읽을 거리’는 그리 많지 않다. 행정 발 보도자료를, 동일한 내용으로, 제목만 살짝 바꾼 채 보도되는 경우가 많다. 기사를 소비하는 주민 입장에선 “무엇을 먼저 읽어야 하나”, “어떤 사안이 제주에서 현재 중요한가” 판단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 문제 해결을 위해, 어떻게 해야 하나. 이를 ‘언론학 연구’라는 관점에서 바라보는 세미나가 열렸다.

12월 17일 한라일보사 3층 회의실에서 열린 '2021 제주언론학회 송년세미나 및 정기총회 자리'.

이번 세미나의 대주제는 ‘언론학 연구방법’. 다소 거창해 보이지만, 내용을 들여다보면 막상 그렇지만은 않다. 언론학의 관점에서 제주 지역 언론을 바라보고, 현재의 위기와 극복 방안을 찾아보자는 의미다.

 

 

“기록은 하나, 기록되지 않는 언론이다.”

미디어제주 김형훈 편집국장.

<미디어제주> 김형훈 편집국장은 ‘인터넷신문사’의 관점에서 현안을 분석했다.

김 국장에 따르면, 1996년 종이신문 구독률은 69.3%에서 2020년 6.3%로 확연히 줄었다. 반면, 인터넷을 통해 기사를 접하는 비율은 계속 늘고 있다. 2020년 조사에서는 응답자의 75.8%가 ‘인터넷 포털을 통해 뉴스를 접한다는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과거 한국 언론의 생태계가 종이신문에 집중돼 있었다면,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 방송과 인터넷 매체가 주류에 편승했지만, 이에 따른 부작용이 발생한 것이다. ‘클릭 수’ 유도를 위한 가짜뉴스, 편파적 기사, 찌라시 정보에 의한 기사, 자사 이기주의 기사, 낚시성 기사 문제는 언론의 고질적인 문제가 됐다.

이런 상황에서 김 국장은 인터넷 언론을 이렇게 지칭한다. “기록은 하나, 기록되지 않는 언론”이라고.

이유는 있다. 매일 쏟아지는 수 백 건에 달하는 기사들이 한 차례 보도 이후, 인터넷 기사는 그대로 잊히기 쉽다. 역사로 남지 않는다.

김 국장은 “특정 인터넷 언론사들은 그들만의 기획기사를 양산하지만, 막상 기록되지 못하고 사장되고 있다”는 사실을 말했다. “언론사가 폐업한 경우, 가치 있는 기사들이 통째로 사라지는 경우도 있다”는 것이다.

아무리 가치 있는 기사라도 해당 언론사가 폐업한다면, 기사는 소멸한다. 후 세대는 해당 기사를 영원히 볼 수 없을 테다.

그렇다면 해결책은 없을까. 인터넷 기사가 종이신문처럼 ‘영속성’을 가질 방법 말이다.

이에 대해 김 국장은 ‘자료화’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오늘날 인터넷신문사의 대부분은 외부 서버를 통해 기사를 축적한다. 해당 언론사의 기사와 사진 등 모든 데이터는 외부 서버에 저장된다. 언론사 별도의 ‘DB(database)’ 구축이 힘든 구조다.

이 같은 사실을 알리며 김 국장은 “인터넷신문 기사를 자료화하는 작업을 해야 한다”며 “제주인터넷기자협회와 제주언론학회가 협업을 통해 서버를 구축, 기사를 기록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끝으로 김 국장은 “내가 쓴 기사가 평생 남아 후손들도 볼 수 있고, 수 세기 후에도 영구히 보존되는 인터넷 신문이 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인터넷 기사가 영속성을 가질 수 있다면, 역사적 관점에서도 그만한 가치가 있을 거라는 관점이다.

 

제주 지역 언론, ‘내부 식민지 상황’에서 벗어나야

제주대학교 언론홍보학과 정용복 강사.

제주대학교 언론홍보학과 정용복 강사는 지역 방송이 주체적으로 지역 현안을 다루지 못하는 현실을 거론했다. 지역 방송이 ‘내부 식민지 상황”에 처해있다는 지적이다.

관련해서 정 강사는 제주 지역 방송의 3가지 위기를 거론했다.

첫째, 플랫폼의 위기다. 미디어나 채널 간 무한 경쟁이 이뤄지며, 지역 방송이 설 자리가 사라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둘째, 정체성의 위기다. 지역 방송이 그 자체로 정체성을 가지지 못하고, 중앙 네트워크사에 종속된 내부 식민지 상태에 머물러 있다는 것이다.

셋째, 재정상의 위기다. 지역 방송은 중앙사의 재정 구조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아 재정상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정 강사는 중앙 언론에 의해 지역 언론이 좌지우지되는 현실을 말했다. 지역 방송이 “중앙 방송에 의해 규제를 받는 구조적 문제”를 겪고 있으며, 지역 현안의 경우에도 “중앙 언론에 시선이 집중되는” 경향이 크다는 지적이다.

그렇다면 이 같은 한계를 지역 방송이 극복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정 강사는 “이제는 지역성 개념이 변화하고 있는 점”을 알고, “지리적 공간이 아닌, 다양한 이해관계 집단들의 사회문화적 정체성으로 지역성 개념을 확대해 살펴야 한다”고 전했다.

지역 방송이 만들어내는 콘텐츠 대부분이 “지역민 관심사에만 중점을 두다 보니 다른 지역에선 관심을 두거나 관심을 갖기 어렵다는 한계”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이에 정 강사는 “지역에서는 선택과 집중을 통해 지역민의 요구를 충족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개발해 본사의 지원을 유도”하는 방안을 제시한다.

KBS제주에서 2015년부터 지역국 최초로 UHD 다큐멘터리 <먼 바당 거믄 땅(먼바다, 검은 땅)> 2부작을 기획·제작한 사례처럼, 지역 방송의 주체성을 확립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한편, 이날 세미나가 끝난 뒤에는 특별한 시상식이 진행되기도 했다. 제2회 제주언론학회 학술상 시상식이다.

이번 시상식에서 우수논문상은 제주대학교 이서현, 송철민, 이승환, 최낙진 씨가 받았다. 이들은  ‘지역언론은 제2공항 예정지 마을주민들의 이야기를 어떻게 다루고 있는가’를 주제로 논문을 작성했다.

이어 저술상은 한겨레신문 허호준 기자에게 수여됐다. 허 기자는 저서 ‘4·3, 미국에 묻다’로 이번 저술상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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