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여년 전 설촌 당시 심은 동백나무, 소중한 관광자원으로
[미디어제주 홍석준 기자] 서귀포시 남원읍 신흥2리는 300여 년 전 설촌 당시 집터 인근에 심은 동백나무가 소중한 관광자원으로 활용되고 있는 곳이다.
마을 안 1159-11번지 과수원 안에 있는 동백나무 숲은 입목중심 반경 3m까지 지방기념물 제27호로 지정돼 보호를 받고 있다. 동백나무 고목들이 집단을 이루고 있는 동백나무 군락지다.
제주시 조천읍 선흘리 동백동산의 경우 정작 동백나무가 많지 않지만, 이 곳이야말로 동백나무의 본고장이라고 할 수 있다. 신흥2리라는 마을 명칭보다 오히려 ‘제주 동백마을’이라는 이름으로 유명세를 타고 있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신흥2리 제주 동백마을에서는 제주 토종 동백나무에서 얻은 동백을 이용한 동백 비누 만들기와 주민들이 직접 재래식으로 압착해 짜낸 동백기름을 맛볼 수 있는 동백비빔밥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특히 이 마을에서 생산하고 있는 동백기름은 마을 주민들이 낮에 감귤농사를 짓다가 저녁에 동백마을 방앗간에 모여 동백 열매를 하나하나 정성스럽게 골라낸 뒤 재래식으로 생산하고 있다. 그 품질의 우수성을 인정받아 국내 대형 화장품 업체와 계약을 맺고 납품하고 있을 정도다.
동백 열매가 무르익어 나무에서 저절로 떨어지면 주민들이 열매를 한 알 한 알 주워 모으는데, 열매가 한번에 떨어지지 않기 때문에 두 달간 이어진다. 작업을 하려면 매일 아침 저녁으로 동백 열매를 주워 모아야 원료로 쓸 수 있는 정도의 양이 된다. 또 수확 시기가 감귤 수확시기와 겹치기 때문에 동백 열매를 모으는 일은 마을 할머니들이 맡는다.
일반적으로 동백기름은 옛날 아녀자들의 머리 단장용으로 알려져 있고 식용으로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제주에서는 기름집에 동백열매를 맡겨 기름을 짜내 먹었다고 한다. 특히 식용 동백기름은 천식이나 기침 가래 증상에 효과가 있고, 동백방앗간에서 주민들이 직접 손으로 골라낸 엄선된 씨앗으로만 기름을 얻기 때문에 제주의 토종 동백 고유의 색과 향, 영양이 살아있다.
(사)동백고장보전연구회(회장 오동정)가 관리 운영을 맡고 있는 이 마을은 가족 단위 방문객들이 주로 찾는다고 한다.
특히 동백비누 만들기는 아이들과 여성들에게 맞춤형인 체험 프로그램으로, 제주동백마을 방앗간에서 마을 주민들이 직접 생산한 동백기름을 생활에서 활용하는 방법과 효능을 배운 뒤 직접 천연 동백비누를 만들어 볼 수 있다.
진피, 녹차, 백련초 등 천연 재료를 피부 타입에 맞게 첨가해 직접 만든 천연비누를 가져갈 수 있어 참가한 가족들의 만족도도 높은 편이다.
또 동백음식 체험은 동백나무 군락지 인근에 있는 제주동백마을 방앗간에서 마을 주민들이 직접 생산한 식용 동백기름 제조과정 등에 대한 설명을 들은 뒤 식용 동백기름을 이용해 조리한다양한 동백 요리를 먹어보는 프로그램으로 운영되고 있다. 다만 식당으로 운영하고 있는 게 아니기 때문에 미리 예약을 해야 동백음식 한 상을 맛볼 수 있다.
주민들이 직접 채취한 제주고사리와 동백기름이 첨가된 드레싱 야채샐러드, 동백기름으로 양념한 톳을 넣어 지은 톳밥 등으로 구성된 한 상 차림으로 든든한 식사를 마치고 나면 제주의 맛과 향을 오롯이 느낄 수 있다.
오동정 동백고장보전연구회 회장은 “1706년 마을 설촌 당시 동백나무를 심었다고 하는데 열일곱 살에 이 마을로 시집을 오셨다는 할머니가 올해 99세다. 이 할머니도 시집 올 때 300년 된 숲이라는 얘기를 들었다고 한다”고 소개했다. 이 마을 주민들이 그만큼 오랫동안 동백 숲을 가꿔왔다는 얘기다.
오 회장은 “동백마을 군락지 인근 1300평 정도의 마을 부지에 동백나무를 다시 심어 조용한 마을 길과 꾸미지 않은 숲이라는 동백마을의 장점을 앞으로도 살려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동백나무는 30년 이상 자라야 동백기름 한 병을 얻을 수 있을 만큼 성장이 느리다고 한다. 더구나 300년 된 동백나무라고 해서 그 10배 가량의 열매가 열리는 것도 아니다.
마을 주민들이 동백나무를 다시 심고 가꾸려는 것도 300년 뒤 후손들을 위해서라는 다짐이 깊은 울림을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