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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단과기단지·영어교육도시 2단계 핵심은? "무엇을 담을 텐가"
첨단과기단지·영어교육도시 2단계 핵심은? "무엇을 담을 텐가"
  • 김은애 기자
  • 승인 2021.07.23 18: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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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DC 20주년 앞에서 내일을 보다] ② '첨단'과 '교육'에 미래를 걸다

-첨단과학기술단지 및 영어교육도시 성과는?
-그릇은 완성됐다, "무엇을 담을까' 고민해야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이하 JDC)가 설립 20주년을 앞두고 기로에 서있다. 지난 2002년 JDC가 설립될 당시와 20년 가까운 세월이 지난 작금의 제주 현실은 물론, 제주를 둘러싼 국내‧외 여건이 판이하게 달라졌기 때문이다. 이에 <미디어제주>는 도민들의 삶과 직결되는 제주의 새로운 미래 비전 방향을 JDC와 함께 고민하기 위해 JDC의 과거와 현재를 진단해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만들어진 그릇이 있다면, 이제 중요한 건 '무엇을 담느냐'다. 
맛있는 음식을 담을 것인지, 쓸모없는 잡동사니를 담을 것인지. 선택은 그릇 주인의 몫이다.

[미디어제주 김은애 기자] 제주도 최상위 법정계획인 ‘제1차 국제자유도시 종합계획(2002~2011)’이 수립된 2002년 이후 19년이 흘렀다. 제3차 국제자유도시 종합계획 수립을 위한 용역이 진행 중인 2021년 오늘날이 오기까지. 19년 동안 ‘국제자유도시 종합계획’이라는 이름으로 각종 사업이 제주에서 진행됐고, 지금도 진행 중이다.

이번 기사에선 그중 JDC가 추진하는 ‘첨단’과 ‘교육’ 사업 이야기를 해보려 한다.

국제자유도시를 만들겠다 선언한 제주에서, 앞으로 다가올 미래산업에 대한 투자와 이를 위한 교육에의 투자는 필수불가결한 것이었다. 이에 JDC는 ‘첨단과학기술단지’, 그리고 ‘영어교육도시’ 조성 사업을 시작하게 된다.

제주시 아라동 일원에 위치한 첨단과학기술단지 전경. (사진=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 제공)

우선 ‘첨단과학기술단지’는 제주시 아라동 일원에 약 33만평(109만8878㎡), 사업비 5800억원 규모의 지식기반 산업단지를 조성하는 내용의 사업이다.

사업 기간은 2005년부터 2022년까지. IT(Information Technology), BT(Biotechnology Technology), R&D(Research and development) 등 관련 기업과 연구소 등을 유치해 제주 첨단지식산업을 발전시키는 중추, 일종의 ‘제주형 실리콘밸리’를 조성하겠다는 계획이었다.

성과는 있었다. 카카오 등 약 193개 첨단산업 분야 기업이 입주했고, 2020년 기준 약 3조9000억원 누적 매출액을 보이고 있다. 2021년 5월 기준, 첨단과학기술단지 내 고용인원은 2847명. 일자리 창출에도 상당 부분 기여했다는 평을 받는다.

반면, 아쉬운 점도 있다.

막상 입주한 기업들을 보면, ‘첨단과학기술’과 큰 연결고리가 없어 보이는 기업들이 다수 눈에 띈다. 나름 IT, BT 등 관련 기업으로 보이지만, 사업 내용을 보면 ‘첨단 기술’이 아닌 것들도 있다. 한국의 실리콘밸리로 꼽히는 경기도 성남 판교 지역과 비교했을 때. ‘첨단기술을 선도’하는 굵직한 기업이 부재한다는 사실도 아쉬운 점이다.

물론 ‘첨단산업 분야’라고 해서 무조건 엄청난 기술을 보유한, 대단한 무언가를 하는 회사일 필요는 없다. 작지만 알찬, 그런 기업이라면 괜찮다. 이런 점을 감안하고 보더라도, 첨단산업 분야 기업들이 모여 시너지 효과를 보이기 위해선 좀더 시장을 선도하는 Top-class 기업 유치가 필요한 실정이다.

첨단과학기술단지 조성 사업은 현재 마무리 단계다. JDC는 이에 대한 연장선으로 ‘제2첨단과학기술단지’ 조성 사업을 준비 중이다. 사업 면적 84만8000㎡, 사업비 2741억원 규모로 ICT, 자율주행 및 전기자동차 분야 기업 유치에 보다 집중하는 형태가 될 전망이다. 이를 위한 전기자동차 시범단지도 조성되는데, 지난 6월 26일 제주를 방문한 김부겸 국무총리는 전기차 폐배터리 활용 산업을 위한 정부 차원의 지원을 약속하기도 했다. 이에 제2첨단과학기술단지가 전기차 시장을 넘어, 폐배터리 관련 시장을 선도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다음으로 교육 사업, ‘영어교육도시’ 조성 사업을 들여다보자.

제주영어교육도시 전경.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
서귀포시 대정읍 제주영어교육도시 전경. (사진=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 제공)

영어교육도시 조성사업은 사업비 1조9256억원의 대규모 교육 및 개발 사업이다. 서귀포시 대정읍 약 115만평(379만1000㎡) 일원에 국제학교, 영어교육센터, 주거 및 상업시설 등을 조성하는 계획이 담겼다.

영어교육도시 조성사업의 총 기간은 2008년부터 2021년까지. 2021년 된 현재 4개 국제학교가 조성됐고, 5월 기준 4098명이 재학 중이다.

영어교육도시 사업이 시행된 배경에는 ‘국제자유도시종합계획’이 있었다. ‘국제’라는 타이틀을 건 계획인 만큼, ‘영어’ 교육을 비롯한 ‘세계 최고(명문사립학교) 수준의 교육’을 제주에서 받을 수 있도록 국제학교를 유치하기 시작한 것이다.

여기에는 늘어나는 해외유학 수요를 흡수하고, 동북아시아 최고의 교육 허브를 조성하겠다는 대한민국 정부의 포부도 담겨 있었다.

실제로 현재 유치된 4개 국제학교(NLCS Jeju, BHA, KIS, SJA)의 교육 수준은 상당한 편이다. 모든 수업을 영어로 진행하고, 학생 개인의 특성에 맞춰 과목을 구성한다. 과제 또한 단순히 문제를 푸는 방식이 아닌, 깊은 성찰과 사고를 할 줄 알아야 수행가능한 성격이 많다.

이들 국제학교는 현재 이석문 제주특별자치도교육감이 추구하는 IB 교육이 이미 자리잡은 곳들이다. 다만, 이석문 제주도교육감은 IB를 한국어로, 공교육에 편입시켜 시행하겠다는 계획이다. 현재 제주도내 국제학교의 기숙사비, 교육비 등을 포함한 1년 필요금액은 국내 대학의 몇 배 수준으로, 일반 가정이 소화가능한 금액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에 훗날 이 교육감이 추구하는 ‘제주형(혹은 한국형) IB’ 교육방식이 공교육에 안착된다면, 영어교육도시 내 국제학교에 대한 수요에도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것이 긍정적일 지, 부정적일 지는 아직은 예측하기 어렵다.

이런 상황에서 JDC는 영어교육도시 사업을 더 확대하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사업 부지를 추가 확보한 뒤, 신규 국제학교를 유치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를 통해 글로벌 교육환경을 공고히 만들겠다는 건데, 도교육청 측에선 신규 국제학교 설립을 인허하지 않는 입장이라 난항이 예상된다.

JDC는 영어교육도시 조성 사업 확장을 위해 “미래형 교육기관과 프로그램을 유치한 뒤, 교육-산업 간 연계 기반을 조성하겠다” 밝히고 있다.

단순히 ‘그들만의 리그’, 혹은 ‘있는(부유한) 자를 위한 학교’가 아닌, 산업과 연계해 제주의 발전도 꾀하겠다는 계획으로 보인다.

다만, ‘출산율 2년 연속 전세계 최하위’를 기록하는 대한민국에서, 학교를 신설하겠다는 계획은 신중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또 사업이 시행되는 부지가 곶자왈과 바로 인접한 곳임을 감안하면, 환경훼손 논란도 예상된다. 이에 사업 시행 전, 도민 공감대 형성을 위한 노력이 선행되어야 하겠다.

JDC의 역점 사업 중 하나인 첨단과학기술단지, 그리고 영어교육도시 조성 사업. 기존에 없던 무언가를 만드는 과정에서 '대규모 개발'은 불가피한 부분이 있었다.

하지만 '대규모 개발'을 포함한 1단계 사업을 마치고, 2단계 새로운 국면에 접어드는 지금. 이제 중요한 건 '무엇을 담을 것인가'에 있다. 훌륭한 그릇 외관에 비해, 담긴 내용이 부실하다면, 그릇 자체의 효용가치에 의문을 품게 될 수 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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