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금 받아 가상화폐계좌 등 이용 자금 세탁…부동산 투자도
경찰, 첩보 인지 사건 작년 1월부터 수사 착수 30명 붙잡아
총책 등 10명 재판 중…수법 학습·분화 신생 조직 수사 확대
[미디어제주 이정민 기자] 해외에 사무실을 두고 수년간 수십억대 온라인 물품사기 행각을 벌인 조직이 제주경찰의 1년여 추적 끝에 검거됐다.
제주지방경찰청은 필리핀에 사무실을 두고 조직적으로 국내 피해자들을 상대로 49억여원을 편취한 온라인 중고장터 물품사기 조직원 등 30명을 검거, 이 중 14명을 구속송치했다고 21일 밝혔다. 경찰은 이들에 대해 ‘범죄단체조직’ 혐의를 적용했다. 총책(사장단)인 K(38)씨 등 10명은 재판에 넘겨진 상태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2014년 7월 31일부터 올해 1월 18일까지 총책(사장단), 조직원 모집책, 통장 모집책, 판매책 등을 조직하고 중고물품 인터넷 거래 사이트 등을 통해 사기행각을 벌였다. 지금까지 파악된 피해자 수만 제주 10명 등 모두 5092명에 이른다.
청년이 아르바이트로 모은 쌈짓돈과 자식이 노부모를 위해 모은 효도여행 경비, 자녀 대학교 입학 선물 비용 등을 편취했다. 단일 피해 금액으로는 상품권을 판다고 속여 가로챈 3120만원이 가장 많다.
이들은 온라인 중고거래 장터나 블로그 등에 물품 판매 글을 올려 피해자들을 유도했다. 개인 판매자인 것처럼 속이거나 전자제품 공식 판매점, 카메라 및 휴대전화 판매 업체를 사칭했다. 피해자가 연락하면 위조된 신분증이나 사업자등록증을 제시하거나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 등록된 가짜 매장 주소를 보이며 신뢰를 얻었다. 가짜 택배 영수증을 보내 피해자들을 실제 물품이 배송된 것으로 속였다.
이들은 피해자가 구매 의사를 밝히면 재택 아르바이트 형태로 모집한 사람의 계좌로 돈을 보내게 하고 이 돈을 다시 입금 받는 방식으로 돈을 가로챘다. 재택 아르바이트는 영세업체의 위탁판매를 하는 것으로 속아 피해자들이 입금하면 그 돈을 (통장)모집책 등이 지정한 계좌로 송금했다. 돈을 받은 조직원은 가상화폐계좌로 송금하고 다시 지정된 여러 가상화폐 지갑으로 나뉘어 총책에게 전달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또 장기간 범행을 하면서 경찰에 신고하는 피해자를 협박하기도 했다. 습득한 피해자 전화번호를 무료 나눔 사이트에 올리거나, 물품 배송을 미끼로 알게 된 주소를 이용해 수십만원 상당의 음식이 주거지에 배달되도록 했다.
범행 수익은 총책(사장단)이 80%를 갖고 나머지를 조직원에게 배분했다. 조직원은 수습기간 3개월 동안 월급 300만원을 받고, 수습기간이 지나면 피해금의 10~20% 상당을 인센티브로 받았다. 총책의 범죄 수익금 중 상당액이 필리핀 부동산에 투자돼 경찰이 환수를 위해 추적 중이다.
제주지방경찰청 오규식 사이버수사대장은 "가담한 조직원만 40명(재택 아르바이트 제외)이고 이 중 30명을 검거했다. 나머지는 인터폴 공조 등 추적 중이다"며 "국내 최대 규모 온라인 물품사기 조직으로 해외 물품사기 조직의 원조격이다"고 설명했다. 이어 "첩보로 사건을 인지했고 지난해 1월 수사에 착수해 지금에 이르렀다"며 "총책 3명은 지인 사이로 최초에 이 같은 범행을 구상했다"고 이야기했다. 이와 함께 "이번 수사에서 검거된 원조격 조직의 범행 수법을 학습하며 분화된 다른 신생 해외 사기조직의 존재 등도 확인돼 이에 대한 수사도 확대하고 있다"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