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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내려 간 닭 사진 어떻게 찍어요"
태풍 피해민 두 번 울리는 '보상기준'
"떠내려 간 닭 사진 어떻게 찍어요"
태풍 피해민 두 번 울리는 '보상기준'
  • 한애리 기자
  • 승인 2007.10.01 16: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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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시 인터넷신문고, 연일 피해보상 촉구 민원 글 잇따라
지난 16일 제11호 태풍 '나리'가 제주를 훑고 지나간 후 보름동안 제주도민과 공무원, 군경 등이 한 마음, 한 뜻으로 피해복구 현장에서 연일 구슬땀을 흘린 결과 제주 곳곳이 태풍 전의 모습으로 빠르게 회복해 가고 있다.

진흙과 쓰레기로 뒤범벅이 됐던 시내 거리도 어느정도 정리가 된 상태며 외곽지역 무너졌던 하우스 시설들도 대부분 원상복구됐다.

그러나 태풍 전 원래 모습이란 겉으로만 보이는 외형적인 모습일 뿐, 태풍 피해를 입은 주민들이 태풍 이전 생활로 돌아가기까지에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태풍으로 인해 삶의 터전을 잃은 사람들은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내면의 생활고와 앞이 보이지 않는 미래의 막연함, 보상을 받지 못하는 억울함 등에 생활을 제대로 할 수 없다고 호소한다.

제주시 홈페이지 인터넷신문고에는 연일 태풍으로 시름에 잠긴 피해주민들의 사연과 태풍이 제주를 강타한 이후 피해현장 풍경을 담은 사진들이 게재되고 있다.

사연을 게재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주택과 건물 침수 보상 이외 불어난 물에 떠내려 간 가재도구와 농작물 피해보상에 대한 지원책을 강구해 달라고 촉구했다.

# "물에 떠내려 간 닭 사진을 어떻게 찍나"

제주시 도련1동에서 감귤의 시세폭락으로 감귤나무를 뽑아내고 올해 매실묘목 1년생을 기르며 방목 토종닭 농장을 운영하고 있다는 이남열씨는 이번 태풍으로 키우던 닭 500여 마리와 축사를 모두 잃었지만 닭들이 폐사했다는 사진 등의 증거가 없기 때문에 보상을 받을 수 없다는 행정당국의 설명에 격분했다.

이씨는 9월 30일 인터넷 신문고를 통해 "키우던 닭 500여 마리와 축사가 다 날아가 버렸다"며 "옆 과수원에서 쏟아지는 물과 쓰러지는 돌담들로 인해 닭들은 다 떠내려 가고 축사는 뽑혀서 건너편 과수원에 날아가 엿가락처럼 형태를 알아볼수 조차 없게 파손이 되고 말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피해신고 접수 후 현장 조사를 왔던 공무원의 설명에 더욱 망연자실해 있었다.

그는 "닭이 폐사된 사진이 없으면 보상이 곤란하다고 하는데 황당하다"며 "물에 떠내려 간 닭들의 사진을 어떻게 찍는단 말이냐"며 울분을 토했다.

그는 또 "100평 미만 농장을 경영할 때는 신고를 하지 않아도 된다고 해서 신고를 하지 않았는데 비바람에 날아간 축사는 가설 건축물로 신고가 되지 않아서 보상대상에서 제외된다고 들었다"며 "규모가 큰 농장은 부자농장이고 작은 농장은 그렇지 못한 농장인데, 작아도 생업이기 때문에 규모가 큰 그 누구의 농장보다 중요한데 정말이지 억울하다"고 하소연했다.

이씨는 또 "근처 농장에는 사람이 지원되어 복구를 하는 것이 보였는데 그것도 사람에 따라서 지원이 되는거냐. 아니면 규모에 따라서 인력 등이 우선 지원되는거냐"며 복구지원 대상에서 제외된 것에 대한 서러움도 토로했다.

# "생계가 걸린 일이에요. 관심의 끈을 놓지 말아주세요"

제주시 화북 1동 이고은씨는 서울에서 거주하다 제주도에 이사를 온 지 몇 안돼 이번 난리를 겪었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씨는 "태풍이나 큰 비 피해가 있을때마다 그저 TV에서만 접할 수 있는 남의 일로만 여겨졌었는데 이곳 제주에야 제 얘기가 되었다"며 "이번 태풍으로 화북천 부근 별도봉 그린빌라가 하천부지를 매립해서 지은 건물이이라는 사실을 알았다"고 말했다.

그는 "하천뚝의 입구는 넓고 빌라 쪽에와서는 좁아져 물이 모아지는 바람에 이번에 1층까지 잠기는 참사를 불러일으켰다"며 "불과 5~10분 사이에 물이 천정까지 차올라 귀중품 같은건 챙길 새도 없이 2층 3층 사람들과 위로 위로 대피할 수 밖에 없었다"며 아찔한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이씨는 "둥둥 떠내려가는 차는 물론이거니와 1층 전체가 진흙으로 덮여 물이 빠진 뒤의 상황은 정말 아비규환이었다"며 "옷가지 몇개 빼놓고는 건질게 하나도 없어서 정말 허탈함에 눈물이 아닌 웃음 밖에 안나오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군인분들, 봉사자분들 덕에 복구는 한결 수월했지만 그 이후의 대책이 참으로 답답하다"며 "분명 세금감면등의 기사를 접했음에도 불구하고 일일히 가스, 수도, 전기, 전화국에 전화를 걸어 알아봐야하고 피해에 몇십 분의 일에도 못미치는 정보 보조금이며 말로 다 할 수 없다"며 토로했다.

이씨는 "하루를 몇 달 같이 보내고 있는 요즘"이라며 "태풍 피해로 생계는 물론이거니와 생명이 걸린 위급한 상황임을 직시하시고 제발 관심의 끈을 놓지 말아주셨음 좋겠다"고 호소했다.

# "주택침수 두 번째부터는 보상이 안된다뇨!"

9월 4일 침수피해에 이어 태풍 '나리'로 인해 주택이 또 다시 침수됐지만 주택침수 두 번째부터는 지원금을 받을 수 없는 방침에 억울함과 부당함을 주장하는 주민도 있었다.

이석준씨는 "9월초순에 주택침수 피해를 입고 이번 9월 16일에 다시 한번 주택침수 피해를 입었다"며 "초순에 침수 당할 당시에는 평일이고 일을 가느라 집을 비워둔 상태에서 침수를 당해서 일부 가재도구를 버려야했었지만 어느 안정이 되어가는 즈음에 다시 침수피해를 입었으나 이번은 정말 엄청난 피해를 입었다"고 말했다.

그는 "상하수도 역류에 빗물에 바닷물 유입, 그리고 정화조 역류, 그 물이 온 집안에 다 들어가 넘쳤고 신장이 174㎝인 제 목까지 차올랐다"며 "뒤늦게서야 간신히 집을 빠져나와 리 사무소로 피할 수 있었다"며 태풍 '나리'가 내습할 당시의 일을 떠올렸다.

이씨는 "그런데 리사무소나 읍 사무소에서는 9월 초에 이어 태풍까지 두 번 주택침수를 당한 가구에 대해서는 피해 지원금을 지급할 수 없다니 이게 무슨 일이냐"며 "두 번째부터는 보상금 지급이 안된다는 방침이 세워졌다면, 앞으로도 계속 이런 피해가 발생하더라도 그냥 손가락만 빨고 있으라는 뜻이냐"며 격분했다.

이 씨는 "우리는 누구를 믿고 이 땅 위에서 땀흘려 일하고 살아야하는지를 또한 묻고 싶다"며 참담한 심정을 얘기했다.

한편 김영훈 제주시장은 1일 "수재의연금 모금운동이 끝나면 수재의연금을 통해 농작물 등 관련 재해대책기준에 포함되지 못한 피해에 대한 보상을 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방안을 강구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미디어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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