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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 재팬 시국에, 재일동포들은 어떻게 사나요”
“노 재팬 시국에, 재일동포들은 어떻게 사나요”
  • 김형훈 기자
  • 승인 2019.08.27 09: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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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집 <가나에 아줌마>를 통해 본 재일동포의 삶

[미디어제주 김형훈 기자] 책 한 권을 집었다. 재일동포 출신이 쓴 재일동포 이야기이다. 저자는 일본에서 가장 주목받는 작가로 후카자와 우시오라는 일본 이름을 쓴다. 그는 비록 일본 이름을 가지고 있지만 누구보다도 재일동포의 삶을 잘 옮기고 있다.

그의 작품은 지난해 아르띠잔의 누벨바그 시리즈 <소설 도쿄>에 ‘사주팔자’라는 단편이 우리나라에 소개되면서 알려졌다. 올해는 단편집 한 권이 우리말로 나왔다. <가나에 아줌마>라는 단편집이다.

<가나에 아줌마>는 맞선 상대를 선보이게 해주는 중매쟁이, 즉 가나에 아줌마와 인연이 닿은 이들의 이야기이다. 가나에 아줌마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단편도 있고, 가나에 아줌마가 주선한 이들이 주인공이 된 단편도 있다. 옴니버스 형태의 단편집 <가나에 아줌마>는 맞선으로 짝을 찾고, 그 짝과 얽히고 설킨 이야기를 마치 그림을 보듯 그려내고 있다.

<가나에 아줌마>에 등장하는 이들은 한결같이 정체성을 고민한다. 자신이 누구인지, 스스로를 드러내야 하는지를 고민하는 이들의 이야기이다.

재일동포는 누구인지 애매하다. 일본인도 아니고, 한국인도 아닌 경우가 허다하다. 국적도 다양하다. ‘재일한국인’으로 불릴 때는 국적이 대한민국이지만, ‘재일조선인’으로 불리면 달라진다. 조선인민주의공화국을 말하는 북쪽의 ‘조선’인 경우도 있지만, 1945년 해방 전의 재일동포 조국인 ‘조선’을 의미하기도 한다.

<가나에 아줌마>에 담긴 단편 ‘사주팔자’엔 재일조선인 김철태의 삶이 잠깐 등장한다. 소설속 김철태는 1925년 생으로, 경성 출신이다. 경성은 지금의 서울이다. 하지만 김철태의 국적은 ‘조선’으로 등장한다. 고향은 남쪽이지만 여전히 그는 이방인인 셈이다. 더욱이 아들은 북한에 보낸 상태이고, 생사 여부도 확인하지 못하고 있다. 김철태는 가나에 아줌마의 남편이기도 하다. 가나에 아줌마가 필사적으로 재일동포들의 혼인을 주선해주려는 숨겨진 이야기도 책에서 만날 수 있다.

<가나에 아줌마>를 읽다 보면 한반도의 지역 차별도 읽힌다. 맞선 상대로 특정 지역을 거부하는 그들만의 삶이 있다. 왜 그런지 모르겠지만, 재일동포 사회는 지역 구분을 해온 한반도의 삶을 오히려 더 따라가는 모양새다.

<가나에 아줌마>는 재일동포를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가나에 아줌마의 주선으로 재일동포끼리 인연을 맺고 사는 사람들, 그런 삶을 거부하고 일본인과 인연을 맺은 이야기, 귀화를 준비하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있다.

한국, 조선, 일본…. 다양한 국적을 지닌 재일동포. 그 때문일까. 국적을 강조하는 대신 그냥 일본에 살고 있는 사람을 강조하는 의미에서 ‘자이니치(在日)’라고만 불리기도 하는 그들이다.

재일동포 그들은 과연 누구일까. 이 책은 여러 상황에 얽히며 생존을 벌이는 재일동포들의 삶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다. 최근 ‘노 재팬(NO JAPAN)’이 불어닥친 상황에서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 그들의 삶이 더 궁금하다. 책은 아르띠잔에서 펴냈으며, 일본에서 활동하는 소설가 김민정씨가 번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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