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발이 시려요”
“손발이 시려요”
  • 서혜진
  • 승인 2017.12.26 14:4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서혜진의 통증클리닉]<8> 수족냉증에 대해

김화연(가명, 89세) 할머니는 작년 11월쯤 할아버지 손을 꼭 붙잡고 내원한 환자분이다. 평소에도 추위를 많이 타서 집에서 전기장판을 늘 뜨겁게 틀어놓고, 솜으로 된 조끼를 입고 생활하신다는 분이었다. 특히 손발이 너무 시리고 차가워서 양말을 2~3겹씩 신고 장갑도 끼지만 전혀 효과가 없어 바깥 외출도 힘들다고 했다.

할머니는 별다른 말도 없이 무표정하셨는데, 할아버지 말씀으로는 최근 2~3년 동안 점점 심해져 집에만 있다 보니 점점 우울해하고 말수도 적어지고 반응이 없어졌고 걱정스러운 마음에 억지로 병원에 모셔 오셨다는 것이다.

우선 할머니에게 손발이 시린 증상을 완화해줄 수 있는 약물치료와 시술을 했다. 그 뒤 내원했을 때 할머니는 전혀 변한 게 없는 것 같다고 했지만, 할아버지는 이전보다 움츠러드는 것이 덜하다고 하셨다. 할머니에게 치료의 필요성을 다시 설명하고 한 주에 2회씩 꾸준히 치료하도록 권했다.

그 후 2월경에 다시 왔을 때 할머니는 시리고 아픈 게 덜해 가끔 햇빛을 보기 위해 정원에서 산책도 하게 됐다고 또렷하게 이야기하셨다. 몇 차례 치료 끝에 날씨가 따뜻해지는 여름쯤부터 오지 않으셨다. 추위가 시작된 후에도 할아버지만 가끔 물리치료를 받으러 내원하시는데, 할머니는 손발이 차가운 증상이 나아져 따뜻한 겨울을 보내고 있다고 소식을 전해 주신다.

많은 이들이 김화연 할머니처럼 얼음장처럼 차가운 손발 때문에 힘들어한다. 필자의 어머니도 항상 다리가 차갑다며 수면 양말과 핫팩 등을 옆에 두고 사신다.

수족냉증은 어떻게 생각하면 자율신경의 이상이라고 볼 수 있다. 자율 신경 실조증은 우리 몸에서 혈압이나 심장 박동과 같이 의지와 무관하게 움직이는 기관의 신경계 이상을 말한다. 이런 이상이 있으면 기립성 저혈압, 과민성 방광, 소화계 이상, 운동할 때 땀이 너무 많이 혹은 적게 난다거나 심장 박동수 조절이 잘 안돼 쓰러지는 것 등과 같은 증상이 나타난다.

하지만 수족냉증에 대한 정보를 얻기 위해 검색을 해보면 이를 치료한다는 한의원은 많이 나오지만, 병원은 잘 나오지 않는다. 현대 의학에서 수족 냉증이 없는 질환일까? 그렇지 않다. 이에 대한 정의는 추위를 느끼지 않을 만한 온도에서 손이나 발에 지나칠 정도로 냉기를 느끼는 질환이다.

이를 전문적인 표현으로 쓰자면 ‘레이노병(Raynaud’s disease. 괴저를 동반하지 않는 레이노증후군/ 괴저를 동반한 레이노증후군)’이라고 한다. 레이노 증후군(Raynaud’s phenomenon)은 추위나 감정적인 스트레스로 손이나 발의 혈관 수축으로 손발이 창백해지고 차가워지는 현상이다. 교감신경이 과흥분하므로 혈관이 수축하게 되고 반복되면 손발이 시리고 1~2년 이상 지나면 저리는 통증으로 발전한다. 더욱 심해지면 피부, 피하 조직, 근육의 위축, 궤양이 생기게 된다.

김화연 할머니는 손이 창백했고 일부는 푸르스름했다. 또한, 손톱이 두꺼워져 있고 손의 피부가 거칠었다. 보통 이 수족냉증은 일차성으로 차가운 온도에 대한 알레르기 반응으로 많이 발생한다. 여성에서 많이 나타나며, 어머니에게 수족냉증이 있었다면 딸에게도 보통 생기게 된다. 여성에서는 호르몬의 변화가 많아 이와 연관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담배와 카페인이 영향을 줄 수 있고, 또한 협심증과 편두통이 있는 경우가 많다. 이외에도 류마티스나 과민성 대장증후군, 버거씨병 등과 같이 특정 질환의 이차성으로 올 수 있다.

수족냉증으로 병원에 내원하면, 필요한 경우 류마티스내과와 혈관외과 등 필요한 관련 진료를 같이 받을 수 있다. 이후 약물치료와 함께 교감신경 차단술, 정맥주사 등의 시술을 시도해 볼 수 있다.

이와 함께 환자 스스로 생활 습관 교정을 해야 하는데, 스트레스 관리, 적절한 운동, 카페인과 흡연 금지 등이 있다. 또한, 평소에 냉장고를 열거나 차가운 것을 만질 때도 장갑을 착용하는 등 손발을 관리해 추위에 노출 피해야 한다. 은행, 생강, 부추, 호두, 귤, 땅콩 등 수족냉증에 좋은 음식들을 먹는 것도 도움이 된다.

 

서혜진의 통증 클리닉

서혜진 칼럼니스트

대구 가톨릭대학교 의과대학 졸업
통증 고위자 과정 수료 순천향대학교 서울병원 인턴 수련
순천향대학교 서울병원 레지던트 수련
미래아이 산부인과 마취통증의학과 과장
제주대학교 통증 전임의
現 한국병원 마취통증의학과 과장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