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4-28 00:55 (일)
“악의 군대 몰아내고 참 평화 이루는 하늘의 군대를”
“악의 군대 몰아내고 참 평화 이루는 하늘의 군대를”
  • 홍석준 기자
  • 승인 2017.12.23 09: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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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우일 주교 성탄절 사목서한 “폭력적인 언어, 미움과 대결 증폭시킬 뿐”
‘선제공격 불사하겠다’는 국가 지도자들의 무절제한 표현에 통렬한 경고
강우일 주교가 2017년 성탄절 사목서한을 통해 최근 전쟁 위기를 부추기고 있는 국가 지도자들의 무절제한 언어 표현에 심각한 우려의 뜻을 전했다. 사진은 올 9월 이시돌길 개장 미사 때 강론 모습. ⓒ 미디어제주
강우일 주교가 2017년 성탄절 사목서한을 통해 최근 전쟁 위기를 부추기고 있는 국가 지도자들의 무절제한 언어 표현에 심각한 우려의 뜻을 전했다. 사진은 올 9월 이시돌길 개장 미사 때 강론 모습. ⓒ 미디어제주

[미디어제주 홍석준 기자] 강우일 주교가 최근 한반도를 중심으로 고조되고 있는 군사적 긴장 상황과 관련, 서로를 위협하는 언어 때문에 갈수록 상황이 악화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나섰다.

강우일 주교는 2017년 성탄절 사목서한을 통해 식민지 백성이었던 성 요셉과 마리아가 로마 황제의 군대가 시키는 대로 본적지로 가서 신고할 수밖에 없었던 당시 상황을 설명하면서 무소불위의 군대로 수많은 나라를 식민지로 만들고 수탈과 억압의 역사를 반복하던 고대 제국들이 모두 멸망한 데서 교훈을 찾을 것을 권고했다.

성탄절을 앞두고 당시 마리아가 만삭의 몸을 끌고 요셉과 함께 나자렛을 떠나 베들레헴까지 장거리 여행을 해야 했던 이유가 로마 황제 아우구스투스의 인구조사 칙령 때문이었다는 점을 상기시킨 것이다.

강 주교는 “제국의 메카니즘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비슷하게 작동한다”면서 세계 1차대전을 시작한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과 세계 2차대전을 일으킨 나치의 제3제국과 일본 제국의 사례를 들었다.

이어 그는 “동서 냉전 이후에도 기다리던 평화가 좀처럼 오지 않고 있다”면서 “미국이 냉전 후에도 군비를 계속 확장하면서 여러 동맹국에 끊임없이 새로 개발한 고가의 첨단무기 구입을 유도하고 분쟁을 부추기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그는 “지금 한반도 북쪽에서는 핵무기와 미사일 실험을 되풀이하고 있고, 이에 맞서는 남측에서도 한국과 미국이 엄청난 화력을 총동원한 한미 연합 군사훈련을 계속함으로써 금방이라도 전쟁이 터질 것 같은 일촉즉발의 위기 상황에 다가서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 대목에서 그는 “냉전 시대 이후 세계 최강국으로 군림하고 있는 미국이 천문학적인 재원을 투입, 세계 곳곳에서 여러 차례 가공할 파괴력을 과시했지만 베트남 전쟁, 쿠웨이트 전쟁, 이라크 전쟁, 아프간 전쟁 등 어디에서도 온전한 승리를 거두거나 평화를 실현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고 지적했다.

오히려 무고한 민간인과 노약자들의 억울한 죽음과 젊은 군인들의 전사가 이어질 뿐이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그는 미국이 주도한 전쟁들이 오로지 미국을 비롯한 강대국들이 자국의 군수산업을 성장시키는 돈벌이 수단이었으며, 국제사회에서 자신들의 패권을 유지하기 위한 발판이었다는 점을 통렬히 비판했다.

특히 그는 “최근 한반도를 중심으로 고조되는 군사적 긴장에는 무력의 대치만이 아니라 서로를 위협하는 언어의 난무로 갈수록 상황이 악화되고 있다”면서 “선제공격을 불사하는 국가 지도자들의 절제 없는 표현이 실제로 전쟁 가능성을 고조시키는 위기감을 크게 조장하고 있다”고 크게 우려하기도 했다.

그는 “폭력적인 언어는 상대의 마음을 얼어붙게 하고 미움과 대결을 증폭시킬 뿐”이라면서 “미움이 축적되고 싸우려는 의지가 굳어지면 충돌이 일어난다”고 경고의 뜻을 전했다.

세계의 외교정책 전문가들이 지금 한반도에서 핵전쟁이 일어난다면 한국은 한 세대 전, 또는 그 이전의 세대로 되돌아갈 것이고, 북한은 한국전쟁 중 겪었던 ‘완전한 파괴’를 또 다시 경험하게 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는 얘기를 전하기도 했다.

이에 그는 “전쟁은 역사 속에서 인간이 저질러 온 최대의 죄악이며, 어떤 명분으로도 정당화될 수 없는 최고의 악”이라면서 “국가 지도자들은 상대측을 악마로 매도하기 전에 자신들 안의 미움과 폭력을 부채질하는 악의 군대를 먼저 몰아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는 어느 때보다도 하늘의 도우심을 필요로 하고 있다”면서 “포대기에 싸여 구유에 누워계신 가장 작고 힘없는 갓난아기 예수를 둘러싸고 그 분의 영광을 노래하던 수많은 하늘의 군대를 오늘 이 시대에도 보내주시도록 소리 높여 외쳐야 한다”고 성탄을 맞이하는 기도의 지향을 제시했다.

아기 예수님의 탄생을 맞이하면서 “사람들의 마음 속에 미움과 폭력을 부추기는 악의 군대를 몰아내고 참 평화를 이루는 하늘의 군대를 파견해 주시도록 한 목소리로 하느님 아버지께 부르짖어야 한다”는 강 주교의 절절한 메시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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