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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대는 그 고상한 상아탑을 버릴 때도 됐다”
“제주대는 그 고상한 상아탑을 버릴 때도 됐다”
  • 김형훈 기자
  • 승인 2017.11.22 09: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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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窓] 23일 치러지는 제주대 직선제 총장 선거를 보며

[미디어제주 김형훈 기자] 내일(23일)은 무척 중요한 날이다. 포항 일대 지진으로 1주일 연기된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치러진다. 그동안 애써온 수험생들의 노고는 이루 말할 수 없다. 수험생을 둔 가정도 마찬가지이다. 올해는 지진에다 날씨까지 좋지 않지만 ‘비온 뒤에 땅이 굳는다’고, 앞으로는 수험생과 수험생 가정에 좋은 일이 가득하지 않을까 내심 기대해본다.

내일은 이렇듯 중요한 날인 건 분명하다. 수능에 가려지기는 했으나 제주도 전체로 봤을 때 매우 중요한 선거가 내일 치러진다. 바로 제주대 총장 선거이다. 겨우 직선제로 부활한 총장 선거라는 점을 눈여겨봐야 한다. 하지만 대학은 그럴만한 지성을 가지고 있을까.

지난주 제주대 대학원생들이 내놓은 성명을 들여다보면 공감이 간다. 성명은 대학이 지성의 장인지를 묻고 있다.

대학은 학문을 연구하는 상아탑이긴 하지만 상아탑만 내세워서는 안 될 일이다. 상아탑이라는 그 고고함을 간혹 벗어던지고 사회에 눈을 돌릴 줄도 알아야 한다. 대학이 상아탑의 고상함만 지키는 사이에 제주도는 중병이 들었다. 환경문제도 그렇고 경제문제도 그렇다. 갈등은 더 심각하다. 아직도 제대로 치유되지 않은 강정문제가 있고, 이젠 제2공항으로 인한 갈등도 폭발직전이다.

대학원생들이 내놓은 성명은 “제주대학교가 도민들을 위한 공공적인 지성의 장으로 바로 섰다면 지금과 같은 상황은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라고 진단한다. 맞는 말이다.

직선제 대학 총장은 어떤 사람이 맞을까. 성명을 참고한다면 ‘돈을 잘 굴리는’ 인물이 아니라 ‘시대를 읽고 사회문제에 실천’하는 그런 인물이어야 한다. 그렇다면 직선제가 후자를 택해줄까. 천만의 말씀이다. 그러지 못하는 이유는 대학 자체가 교수집단이기 때문이다.

대학의 주인은 누구인가. 수업을 듣는 자일까, 수업을 가르치는 자일까. 초·중·고교였으면 어땠을까. 교사보다는 학생에게 맞춰진다. 초·중·고교에 대해 ‘학교의 주인은 교사’라면 뭇매를 맞는다. 학교의 주인은 교사이기 이전에 학생이 먼저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대학은? 학생이 주인일까?

지난주 내놓은 대학원생들의 성명은 학문공동체의 부활을 말하고 있다. 물론 대학 교수들이 학문에 정진하는 걸 모르는 건 아니다. 교수를 탓할 건 아니다. 교수 위주로만 돌아가는 시스템이 문제인 것이다. 대학원생도 엄연한 학문공동체에 포함이 되고, 대학생도 학문 후속세대인데, 그들이 참여할 여지는 너무 적다. 우선 총장 선거에 대학원생은 배제되고, 대학생도 비율은 극히 적다.

이젠 상아탑만 품고 있지 말자. 간혹 상아탑의 원래 의미를 버릴 줄도 알아야 한다. 그래야 지성을 갖춘 대학이 되고, 사회문제도 제대로 들여다 볼 수 있다. 내일은 그런 총장이 뽑혔으면 좋겠다. 아니 새로운 총장은 그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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