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4-28 17:02 (일)
"군대 간다던 게 마지막 인사였던 우리 오빠..."
"군대 간다던 게 마지막 인사였던 우리 오빠..."
  • 한애리 기자
  • 승인 2007.08.02 15: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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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대.제주4.3연구소 3일까지 유가족 채혈 실시
고옥년 할머니 "유해라도 돌아오면 더 바랄 것이 없다"

4.3사건 당시 희생된 것으로 추정되는 행방불명 희생자 유가족들을 대상으로 DNA의 시료채취를 위한 채혈작업이 시작됐다.

제주대학교와 제주4.3연구소는 1일부터 제주보건소에서 4·3사건 당시 희생된 것으로 추정되는 행방불명 희생자 유가족들을 대상으로 채혈을 하고 있다. 거동이 불편한 사람들을 위해 방문 채혈도 동시에 이뤄지고 있다.

4.3당시 어디서, 언제 죽었는지도 모르는 희생자들의 '헛묘'를 만들어 잃어버린 가족들을 기억하려는 유가족들에게는 4.3진상규명에 이어 또다른 희소식이다.

고옥년(75.여) 할머니는 2일 낮 1시 30분 동생 고준호(72)씨와 함께 4.3사건 이후 실종된 '큰 오빠' 고상학씨를 찾을 수도 있지 않을까하는 실낱같은 희망을 안고 제주보건소를 찾았다.

# "우리 큰 오빠...키도 훤칠하고 잘 생긴 미남이었주"

채혈을 하고 유전자 감식 의뢰서에 동의를 하는 과정에서 고 할머니는 흐릿한 기억을 되짚었다.

"60여년 전이라 잘 기억은 안납니다만 키도 훤칠하고 치아도 고르고 잘 생긴, 예쁜 얼굴이었습니다. 그때 군인간다고 했는데...그걸로 끝입니다."

고 할머니는 "4남 2녀중 맏이였던 큰 오빠는 나보다 열 살 정도 많았다"면서 "살아있으면 지금 85세쯤 됐을까? 이젠 나이도 가물가물하다"고 말했다.

그는 "4.3에 대해 얘기하면 '빨갱이'로 오해하고 함부로 4.3에 대해 얘기도 하지 못하는데 어떻게 찾아볼 방법이 없었다"며 지긋이 눈을 감았다.

고 할머니는 "지금이라도 오빠를 찾아서 산소를 만들고 산소에 난 풀들도 베면서 '넋두리'라도 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고 할머니처럼 잃어버린 가족을 찾을 수 있다는 작은 희망으로 제주보건소를 찾은 유가족들은 1일 50명, 2일 1시까지 모두 150여명이다.

꼭 찾을 수 있다는 보장은 없지만 제주 곳곳에서 발굴되고 있는 유해들이 어쩌면 형제, 자매의 유해일 수 있다는 작은 기대로 채혈장으로 발길을 옮긴 사람들이다.

제주4.3연구소에 따르면 아버지를 찾기 위해 아들이 찾아 온 경우, 동생을 찾기 위해 서울에서 직접 찾아온 경우 등 채혈을 한 유가족의 사연도 많다.

# "유전자 검사 모계혈통이 신원확인 확률 높아...여자형제들의 적극적인 참여 필요" 

제주4.3연구소 고성만씨는 "유전자 감식을 통해 가족을 찾을 수 있는 가능성은 희생자의 여자형제가 채혈을 하는 것이 가장 좋고 그 다음  여자형제의 자녀, 여자형제 딸의 자녀"라면서 "그래서 여자형제들의 참여를 독려했지만 딸들은 다른지역으로 시집을 가는 등 '출가외인'이 된 경우도 더러 있어서 그런 부분이 조금 아쉽다"고 말했다.

모집된 혈액은 4일 오전 서울대 의과대 법의학교실에 이송돼 본격적인 유전자 감식이 이뤄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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