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4-26 12:56 (금)
"입양, 인생의 가장 아름다운 선택"
"입양, 인생의 가장 아름다운 선택"
  • 한애리 기자
  • 승인 2007.05.11 09:00
  • 댓글 2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가정의 달 기획②]입양가족 라인영-한유리미씨를 만나다

'하하호호''까르르''우히히히'
라인영씨(51) 부부 일곱살 난 아들 형준이와 한창 재롱을 떠는 3살박이 딸 혜원이 때문에 인생 '사는 맛'이 난다.

형준이와 혜원이가 씰룩쌜룩 율동을 하며 노래부르는 모습도 즐겁고, "엄마" "아빠"를 부르는 아이들의 소리만 들어도 세상 부러울 것이 없는, 행복이 이런 것이 아니면 무엇이겠냐고 물어온다.

11일 입양의 날을 하루 앞둔 10일 낮 형준이와 혜원이의 엄마 한유리미씨(51)를 만났다.

사실 형준이와 혜원이는 한씨가 가슴으로 낳은 아이들이다. 쉽게 말하면 이들은 입양가정이다.

# 해외 입양되는 아이들 차마 두고 보지 못해 결심한 '입양'

"TV를 통해 해외 입양되는 아이들을 보고 있으면 하루 종일 우울할 정도로 슬프고 그렇게 안 될 수가 없더라고요. 해외 입양되는 그 아이들의 울타리를 만들어 주고 싶은 생각이 간절했어요. 그리고는 제주도에는 부모없는 아이들을 보호하고 있는 곳을 찾으려고 전화번호부를 뒤졌지요. 홍익아동복지센터라고 있더라고요. 무작정 택시를 타고 그곳으로 가달라고 했지요."

6년 전 홍익아동복지센터를 찾아간 한씨는 그냥 아이들이 노는 모습만 지켜보다가 아이들 후원금 10만원을 내밀고 집으로 돌아왔다.

그런데 그날부터 잠을 잘 때나, 밥을 먹을 때나 마치 자신의 아이를 홍익아동복지센터에 맡겨두고 온 것 마냥 그날 본 아이들이 떠올랐다고 한다.

"남편은 부부사이에 자식은 낳지 말자고 했었어요. 젊은 시절부터 늙으면 고아원을 차려서 의지할데 없는 아이들을 돌보며 살자고 했었죠. 그래서 입양 얘기를 했더니 흔쾌히 수락을 하더라고요. 그때부터 정식 절차를 밟기 시작했고 3년이 지나서야 지금의 형준이를 품에 안을 수 있었죠."

# "밥상에 숟가락 하나 더 놓으면 된다는 간단한 마음이 입양의 시작"

형준이 크는 재미에 또 욕심을 내고 1년 뒤 당시 생후 50일 된 혜원이까지 입양했다.

한씨는 "많이 넉넉하진 않더라도 밥상에 숟가락 하나 더 놓으면 된다는 단순한 생각으로 아이들과 새로운 가정을 꾸렸다"면서 "요즘은 아이들이 영어, 수학, 미술 못하는 것 없이 다 잘하는 다재다능하게 키워야 한다지만 사람은 사람으로서 가치가 중요한 것이지 사람을 상품으로 만드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보세요. 우리 어머니네들. 그때는 지금보다 더 못 먹고 못 입고 가난한 시절이었다고 아이를 안 키우고 안 길렀나요? 어려웠지만 자식들 다 훌륭하게 키워냈잖아요."

아이들을 입양하는 조건이 넉넉한 형편이 아니라 중요한 것은 아이들의 커서 독립할 수 있을 때까지 버팀목이 돼 주겠다는 의지와 애정이라는 것을 한씨는 다시금 강조했다.

한씨가 입양을 마음먹기까지 썩 수월치만은 않았다. 한씨는 한 번의 결혼 실패 경험이 있었다. 한씨가 낳은 두 아이도 있었다. 두 아이들은 전 남편과 살면서 이제 성년이 됐다.

# 입양을 바라보는 '사회의 눈'부터 달라져야

"사실 주의의 시선이 두려운 거죠. 낳은 자식도 못키우면서 입양한 아이들은 잘 키우겠냐고...그렇게 바라볼 시선이 신경쓰여서 스스로 주눅이 들었던거에요. 하지만 지금은 괜찮아요. 부모님이나 친척들도 격려해주고 더 응원을 해주는 편이죠."

오히려 지금은 주변에서 행복한 형준이네 가족을 부러워한다고 한다. 그래서 최근에는 아이가 없는 친구네에도 입양을 적극 추천했다.

"지금 입양신청서를 제출하고 기다리는 중이데 꼭 딸아이여야 한다고 고집을 피우네요. 아들은 아들대로 듬직하고 딸은 귀엽고 앙증맞고 너무 예쁜데..."

입양을 바라보는 시각이 예전보다 많이 나아지긴 했지만 특히나 지역사회인 제주도에서 입양에 대한 시각이 빨리 변해야 한다고 한씨는 얘기한다.

한씨는 "11일 입양의 날을 맞아 제주도내 입양가정모임 엄마들과 제주시청 어울림마당에서 입양캠페인을 전개할 예정인데 몇 명이나 모일지 모르겠다"면서 "아이의 초등학교 입학을 시점해서 아이들이 입양가정이라는 주변 시선에 상처를 받지나 않을까 엄마들조차 활동을 잘 하지 않아서 안타깝다"고 말했다.

# "아이들이 보물이에요"

"꼭 자신의 속으로 낳은 자식만 자식인가요? 내 품으로 품으면 다 내자식이죠. 저는 입양자체를 아예 잊어버리고 살아가는 일이 더 많아요. 단 한 순간도 내자식이 아니라고, 내가 낳은 자식이 아니라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어요. 우리 부부만 살 때는 대화도 별로 없었거든요? 여유 시간에는 TV나 보고 별다른 얘기가 필요하지 않으니까요. 하지만 우리 형준이랑 혜원이가 있으니까 대화도 늘었고  집안 가득 웃음 떠날 일 없고, 애들이 우리 집 보물이에요. 보물! 내 인생 가장 아름다운 선택이랄까?"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딥페이크등(영상‧음향‧이미지)을 이용한 선거운동 및 후보자 등에 대한 허위사실공표‧비방은 공직선거법에 위반되므로 유의하시기 바랍니다.(삭제 또는 고발될 수 있음)
댓글 2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입양조건 2007-05-11 10:15:29
제 친구도 입양을 하려다가 월수입이 적다고 거부당했답니다. 물론 수입이 좋아야 아기에게 잘 대해줄 수 있지만 제주도는 제주실정에 맞는 입양조건이 만들어져야 된다고 봅니다.

2007-05-11 09:37:40
마음까지 훈훈해지는 기사입니다.
입양부모님들께 존경과 감사의 말씀도 전합니다.
아이들이 행복하고 건강하면,우리 사회의 미래도 더 건강하고 밝아진다고
믿습니다.
모든 아이들이 행복한 세상을 소망합니다.
좋은 가시 써 주신 한 기자님께 나중에 고기우동+막걸리 한 잔 사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