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4-20 10:04 (토)
정(情)이 고픈 아이들에게 사랑을...
정(情)이 고픈 아이들에게 사랑을...
  • 한애리 기자
  • 승인 2007.05.06 10: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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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의 달 기획 ①]지역아동센터 '우리동네'에서 만난 '명종이'

# 명종이가 그리운 엄마대신 '정' 붙인 '우리동네 지역아동센터'

올해 제주시 모 초등학교 6학년인 명종이는 매일 학교수업이 끝나자 마자 20여 분 거리를 걸어서 제주시 관덕정 부근 지역아동센터 '우리동네'에 간다.

지역아동센터 '우리동네'에 가면 명종이가 보고 싶은 역사책도 마음껏 읽을 수 있고 학교수업에서 모자란 부분도 채울 수 있다.

그보다 '우리동네'가 좋은 이유는 쓸쓸하게 텅 빈 집에 혼자 있지 않고 또래 친구들과 더불어 어울릴 수 있는 동생들이 많기 때문이다.

워낙에 말수가 없고 나서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 명종이는 먼저 말을 걸거나 다가서는 성격은 아니지만 그래도, 사람들이 여럿 있어서 대화를 할 수 있는 조건이 되지만 안 하는 것과 쓸쓸한 집처럼 아무리 대화를 하고 싶어도 말할 상대가 없어 말을 하지 못하는 것과는 상황이 다르다.

# "공부 열심히 해서 훌륭한 소방관이 될거에요"

물론 말하기 전 상황을 먼저 살피고 눈치를 보는 일이 있지만 이제 명종이는 단답형의 대답이라도 아이들과 말하는 것을 피하지는 않는다.

그만큼 아이들과 어울리고 지역아동센터 아이들과 조금씩 공감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하루도 빠지지 않고 '우리동네 지역아동센터'를 다닌지도 이달로 꼬박 14개월이 된다.

명종이는 흔히 말하는 '한 부모 가정'이다. 명종이가 기억하지 못할 정도로 어렸을 때 어머니가 집을 나가고 지금은 막노동을 하시는 아버지와 살아가고 있다.

아버지는 명종이와 둘이 살아갈 생계비를 마련하는데도 힘든 마당에 명종이의 뒷바라지를 생각할 여념이 없다.

이런 상황으로 명종이가 보육시설에 맡겨질 뻔한 것도 몇 번. 지난해 같은 경우에는 명종이가 학교도 제대로 가지 않은 일도 허다했다.

아버지가 일찍 출근한 이후 잠깐 눈만 붙인다는 게 9시를 훌쩍 넘어서 깨는 경우가 많았던 것이다.

잠에서 깬 명종이는 등교시간이 한참 지난 것에 겁을 먹고 아예 학교에 가지도 않고 방안에 꼼짝 않고 있었다고 한다. '엄마'의 빈자리였다.

하지만 명종이는 엄마가 보고 싶지 않느냐는 물음에 "아니요, 전혀 생각나지 않아요. 숙제가 너무 많아서 숙제를 하다보면 엄마 생각할 시간도 없어요"라며 엄마에 대한 그리움을 그냥 얼버무리고 만다.

그러다가 '우리동네' 안명희 선생님을 만나면서 명종이는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다.

안명희씨는 "명종이의 뒷바라지가 어렵다는 아버지가 우리센터에 명종이를 등록시키면서 명종이를 만나게 됐다"면서 "그런데 어느날 명종이가 학교에 잘 가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알고보니까 명종이가 아버지가 출근한 다음 잠을 더 잔다는 게 등교시간을 놓쳐 일어나는 바람에 선생님이 무서워서 아예 학교에 가질 않았다"면서 "그래서 며칠동안 아침마다 명종이네 집에 가서 학교도 데려다주고 했더니 조금씩 달라지면서 지금은 아주 좋아졌다"고 설명했다.

안씨는 "지금은 명종이가 공부도 잘하고 많이 밝아진 편"이라면서 "물론 지금도 의기소침하고 적극적인 성격은 아니지만 조금만 관심을 가지고 칭찬해주며 곧잘 속 얘기도 한다"고 소개했다.

# "아이들의 바른인성, 가정의 끈을 놓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

아무것도 재미없고 특별히 할 줄 아는 것도 없다던 명종이는 이제 "역사책하고 붓글씨 쓰는 게 재밌어요"라며 "공부 열심히 해서 어른이 되면 위험한 상황에 처해 있는 사람들을 돕는 훌륭한 소방관이 되고 싶어요"라고 자신있게 말한다.

그래도 아버지와 단 둘이라도 가정을 이루고 살면서 지역아동센터 내에서는 다른 여러 아이들과 어울려 살아가는 법을 배우고 있기 때문에 명종이 스스로가 밝아지고 어느정도 자심감도 찾을 수 있는 것이었다. 

안씨는 "사실 모두가 그런것은 아니지만 일부의 아이들이 방황을 하고 사회적인 문제를 일으키는 것을 보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한 부모 가정이기 때문에' '가정교육을 못받아서...' 라는 편견으로 바라본다"면서 "그런 얘기를 들을 때마다 가슴이 아프다"며 사회적 편견에 대한 아픔을 호소했다.

그래서 기초생활수급가정이나 한부모가정 아이들 37명을 돌보는 안명숙씨는 정이 고픈 아이들에게 따뜻한 말한마디를 통해서라도 정신이 바르고 따뜻한 가슴을 가진 아이들로 키우고 싶다고 말한다.

"최근 이혼이 증가하는 추세에서 우선 아이들이 보호자로부터 분리되지 않고 가정의 끈을 놓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것은 당장 학교에서도 할 수 없는 일이기 때문에 방과후 가정학습생활 등을 담당하는 지역아동센터가 하기에 적합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영어, 수학, 미술 성적으로만 아이들을 판가름하려는 것보다 지난 과거 대가족사회에서 배울 수 있었던 훈훈한 정과 바른 인성을 키워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지요"

               지역아동센터 '우리동네' 후원문의: 721-8291/011-697-6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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