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4-28 17:02 (일)
"FTA 협상 체결 목전인데,
지금 밥이 넘어갑니까?"
"FTA 협상 체결 목전인데,
지금 밥이 넘어갑니까?"
  • 문상식 기자
  • 승인 2007.03.23 13: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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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탐방] 한미 FTA저지 농축수산비대위, 단식 3일째
식사 대신 물과 소금만 섭취...30일까지 단식농성 강행

"이제 FTA협상 체결이 임박한 분위기인데, 지금 밥이 넘어갑니까?"

무엇인가를 요구하거나 항의하기 위해 단식농성을 하면 시작하는 순간부터 자신의 몸은 자신의 몸이 아니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단식농성을 강행하는 것은 제주 농업, 더 나아가 제주도민의 생존권을 지키기 위한 강한 의지 때문일 것이다.

한미 FTA저지를 위한 제주도 농축수산비상대책위원회는 지난 21일부터 제주도청 정문에서 단식농성 돌입 기자회견을 갖고, 건너편 도로에 천막을 설치해 단식농성에 들어갔다. 단식농성 3일째를 맞은 23일 농성 현장을 찾았다.

물과 소금만으로 그나마 기력을 유지하며 5평 남짓한 천막에서 하루 하루를 보내고 있는 회원들의 눈빛에는 배고픔보다 한미 FTA 저지에 대한 의지로 가득차 있었다.

23일 오후 11시 40분. 강병무 전국농민회총연맹 제주도연맹 의장, 임혁재 전국농업기술자연합회 제주도연합회장, 원정순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제주도연합회장 및 여성회원 등이 천막을 지키고 있었다.

#강병무 의장 "한미 FTA저지, 농민 생존권 지킨다"

강병무 의장은 다소 상기된 모습이었지만 기력은 여전해 보였다. 웃는 얼굴로 강 의장은 말문을 열기 시작했다.

"집에서 하루 한끼 안먹어도 배고프지만, 한미 FTA 막아보자는 일념으로 단식에 들어가니 배고픈 것은 어느새 잊고 견디말 합니다. 우리 농민들은 결코 구걸하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의 생존권을 지키기 위한 것이지요.

그런데 정부는 국익을 위한 것이라는 변명을 늘어놓고 있는데, 무엇이 국익을 위한 것인지...농민들의 생존권을 압박하고 있는 정부의 행태에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그러나 단식농성의 고된 기색은 얼굴에 그대로 묻어났다. 강 의장은 '아직 괜찮다'며 웃음을 지으며 말을 계속 이어갔다.

"한미 FTA가 체결되면 제주는 위기에 처하게 될 것입니다. 제주의 생명산업인 감귤산업의 몰락을 불 보듯 뻔한 것입니다. 노무현 대통령은 최근 농림부 업무보고 자리에서 농민들의 절박한 심정을 동냥질하는 농민으로 왜곡했습니다. 더 이상 참을 수 없는 대목이지요.

우리는 한미 FTA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면서, 제주지역 농심을 전역에 알릴 것입니다. 반드시 우리 농업을 살릴 것입니다."

강 의장과 함께 단식농성에 들어간 임혁재 회장은 생산농가들의 의식 변화를 촉구했다. 또한 언론이나 학계에서 '바른말'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임혁재 회장 "위기의식 못 느끼는 현실 더 안타깝다"

"한미 FTA가 체결되면 제주농업은 몰락할 수밖에 없습니다. 아직도 이러한 위기의식을 느끼지 못하는 도민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물론 생산농가 또한 의식을 바꿔야 합니다.

가장 우려되는 부분이지요. '어떻게 하면 되겠지' 식의 안일한 생각은 제주농업의 위기를 가져오는 요인입니다.

그리고 언론과 학계에도 문제가 있습니다. 한미 FTA를 제대로 조명하고 문제를 똑바로 꼬집어야지요. 사실을 제대로 전하지 못하고 바른말을 못하는 언론과 학자가 많다는 생각이 듭니다."

여성의 몸으로 힘든 투쟁을 벌이고 있는 원정순 회장은 어렵게 기력을 유지하고 있었다. 안경 너머로 보이는 그의 눈에서는 강한 인상이 느껴졌다.

#원정순 회장 "도민 대부분 농업 '상품'으로 인식...1차 산업 반드시 지켜야"

"그동안 농민운동을 하면서 생존권 중심으로 투쟁을 한 것을 반성했습니다. 왜냐구요?, 지난 노무현 대통령의 농업 포기 발언을 보면서 '이러한 투쟁만으로는 대통령이 아무렇지도 않게 발언을 하는구나'하는 생각이 들었지요, 더 강력한 투쟁이 필요하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습니다.

아무리 제주지역이 관광산업에 치중되어 있다고 하더라도 실제 제주시, 서귀포시 외곽지역을 가보면 1차 산업을 하는 농가들이 대부분입니다. 그러나 국민과 제주도민들은 농업에 대해 '상품'으로만 대부분 인식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우리가 제주의 생명산업인 1차 산업을 지켜야 하는 대목입니다."

어느새 점심시간이 훌쩍 지나가 있었다. 그러나 이들은 물 한모금으로 점심을 마쳤다. 따뜻한 오후 이들, 우리 농민들의 마음에도 화창한 봄날이 오길 기다려본다.

한편, 이들은 오는 30일까지 단식농성을 강행할 계획이며, 25일 제주전역 농민들이 동참해 대대적인 단식농성을 전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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