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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뷔라고 주눅 들지 않았어요. 다른 무대도 오를래요”
“데뷔라고 주눅 들지 않았어요. 다른 무대도 오를래요”
  • 김형훈 기자
  • 승인 2017.09.24 11:47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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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도가족 사랑 나눔축제’서 다문화가정 핸드벨 공연 박수갈채
제주글로벌센터서 맹연습…매월 1회 어르신 대상 나눔도 펼쳐
9월 23일 이도초에서 열린 이도 나눔축제 공연 무대. 다문화가정 어린이들이 핸드벨 공연을 선보이고 있다. ©미디어제주

 

몸은 움츠러들었다. 얼굴은 굳었다. 아이들의 해맑은 표정은 어디로 갔는지, 그 많던 웃음기는 사라졌다. 얼굴엔 땀이 송골송골 맺히기도 했다. 그러나 잠시 후 달라졌다. 예전처럼 웃음이 돌아왔고, 몸을 움츠러들게 만든 긴장감도 사라졌다. 공연이 끝나자 박수갈채를 받는 스타가 됐다.

 

지난 23일 이도초 운동장. 이날 ‘이도가족 사랑 나눔축제’가 열리며 운동장은 분주했다. 운동장에는 나눔축제의 하이라이트인 공연 무대도 마련됐다. 이날 객석에서 학부모들과 학생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무대에 오른 이들은 다문화가정 어린이들이다. 초등학교 1학년부터 3학년으로 구성된 9명의 다문화가정 어린이들이 핸드벨을 들고 나왔다.

 

다문화가정 어린이들은 지난해부터 제주글로벌센터에서 핸드벨 연습을 해왔다. 핸드벨 연습을 하며 나눔도 실천하고 있다. 어르신들을 위한 공연을 매월 한차례 해오고 있다. 하지만 이런 무대는 처음이다. 무대에서의 첫 경험이어서인지, 본 무대에 앞서 예행연습을 하는 순간 몸은 굳어졌고, 밝은 표정은 사라졌다.

 

제주글로벌센터 김정림 사무국장이 본 무대에 올라 핸드벨 공연을 펼칠 어린이들에게 웃어보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미디어제주

 

첫 무대이기에 잘하고 싶었다. 그래서 마음을 다잡았다. 제주글로벌센터 김정림 사무국장은 예행연습이 끝난 뒤 “웃자, 웃으면서 하면 된다”며 아이들에게 예전 표정으로 돌아갈 것을 주문했다.

 

그 주문이 통했는지 데뷔 무대에서 제 실력을 발휘했다. 지켜보는 다문화가정 아빠·엄마들도 덩달아 좋아했다. ‘아름다운 것들’ 등 3곡의 연주가 끝나자 객석에서 박수가 쏟아졌다.

 

데뷔 무대에 오른 기분은 어떨까. 긴장될 것도 같은데 무대에 선 아이들은 그러지 않았다고 한다. 제주동초 3학년인 김승현 어린이는 이렇게 말한다.

 

“긴장되지는 않았어요. 조금 실수한 부분도 있지만 웃으면서 하니 잘 됐어요. 정말 스타가 된 것 같아요. 다음에도 이런 무대에 서고 싶어요. 특히 우리 학교(제주동초)에서 제 실력을 보여주고 싶어요.”

 

이날 데뷔 무대에 오른 다문화가정 어린이들의 학교는 다 다르다. 공통점이라면 제주글로벌센터에서 핸드벨을 함께 배운다는 점이다. 핸드벨은 혼자만 연주하는 게 아니어서 동료들과의 호흡이 중요하다. 핸드벨을 배우며 서로를 이해하게 됐고, 음악을 통해 표정도 달라지곤 한다.

데뷔 무대는 이도초 운영위원회의 고상곤 운영위원장이 적극 주선했다. 마침 이도초 사랑 나눔축제가 열리기에 무대에 아이들을 올려보자고 한 것. 고상곤 위원장 역시 다문화가정이다.

 

제주글로벌센터에서 핸드벨을 배운 다문화가정 어린이들이 이도초에서 공연을 선보이고 있다. 데뷔 무대이기도 하다. ©미디어제주

 

“공연을 계기로 애들에게 자존감을 키워주고 싶었어요. 음악을 하면서 애들이 정말 달라졌어요. 저 애를 보세요. 시무룩하던 애였는데 저렇게 밝아졌어요. 무대에 선다는 건 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거잖아요. 다문화가정 아이들은 다른 애들이랑 똑같아요. 아니 오늘 무대를 보면 더 나을 수도 있어요.”

 

하나의 구성원이 된다는 것. 이주여성들은 고국과 떨어진 곳에 와서 새로운 구성원이 됐다. 그들의 2세도 커가고 있다. 언젠가는 제주도의, 대한민국의 주역이 된다. 그런 면에서 이날 데뷔 무대는 자존감을 키우기엔 그만이다. 그들은 데뷔로 끝나지 않는다. 오는 11월 제주시 유·초·중·고 학교운영위원장 협의회 체육대회 오프닝도 그들이 장식한다.

 

공연을 마친 어린이들이 다음 무대에서는 더 좋은 모습을 보이겠다며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미디어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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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문화 2017-09-24 16:12:14
좋은 기사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