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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내 청소년들이 만든 건축은 “상상 이상의 건축”
제주도내 청소년들이 만든 건축은 “상상 이상의 건축”
  • 김형훈 기자
  • 승인 2017.08.06 14: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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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건축가회, 올해 처음 1박 2일 ‘제주청소년건축학교’ 운영
도내 6개 학교서 참가…전통민가 공간 해석하며 미래건축 제시
제주청소년건축학교가 8월 4일과 5일, 1박 2일 일정으로 열렸다. 참가 학생들이 일정을 마감하고 조별 작품 발표를 하고 있다. ©미디어제주

“안거리, 밖거리만 있는데 윗거리와 아랫거리도 생각해봤어요. 팀원 5명이 모두 살 수 있는 3층의 공간을 꾸며보려고 했어요.”

 

안거리와 밖거리는 제주 건축의 전통적인 공간 구성이다. 한 울타리에 있으면서도 서로 간섭을 하지 않는 독립적 공간이 안거리와 밖거리로 통칭된다. 그런데 윗거리와 아랫거리라니. 안거리와 밖거리는 수평 형태에서의 공간이라면, 윗거리와 아랫거리는 수직형태에서의 새로운 공간구성이라는 말인가. 그게 가능할까.

 

# 청소년들이 바라보는 미래건축은?

 

그런 가능성을 제시한 이들은 다름 아닌 고등학생들이다. 지난 4일과 5일, 한국건축가협회 제주건축가회 주최·주관으로 열린 ‘2017 제주청소년건축학교’. 여기에 참가한 학생들은 1박 2일을 밤새우며 자신들이 원하는 제주건축의 그림을 그려갔다. 윗거리와 아랫거리라는 공간 창출 등 다양한 청소년들의 의견이 쏟아졌다.

 

1박 2일의 일정으로 학생들이 만들어낸 작품. ©미디어제주
제주청소년건축학교에 참가한 학생들이 1박 2일의 일정으로 결과물을 만든 뒤 발표회를 가졌다. 심사위원으로 참가한 제주도내 건축인들이 학생들의 발표를 진지하게 듣고 있다. ©미디어제주

올해 처음 열린 제주청소년건축학교는 ‘제주 전통민가의 공간구조를 해석한 미래주택 만들기’라는 프로젝트를 수행, 결과물을 도출하는 작업이었다. 첫날은 전통건축을 직접 둘러보고, 신석하 제주국제대 교수로부터 강의를 들으며 전통건축에 대한 이미지를 담았다. 이후 조별로 1박을 하며 미래주택을 직접 만들어보고, 자신이 만든 작품을 발표하는 자리도 만들었다.

 

올해는 제주시내 6개 고등학교에서 30명의 학생에게만 기회가 주어졌다. 일부 학교는 신청자가 몰려 곤혹을 치르기도 했다는 후문도 있다.

 

특히 올해 도내 3개 건축단체가 진행할 건축대전에는 청소년 부문도 포함시킬 예정이어서 1박 2일 일정으로 진행된 제주청소년건축학교에 대한 기대감은 컸다. 1박 2일의 짧은 일정임에도 청소년들이 만든 결과물은 건축현장에서 활동하는 도내 건축인들의 사고방식을 뛰어넘을 정도로 좋은 작품이 나왔다. 1박 2일의 제주청소년건축학교 운영을 맡은 강경훈씨(건축사사무소 네모 대표)는 올해 청소년학교의 의미를 다음처럼 설명했다.

 

“건축에 대한 생각을 넓히고 저변을 확대하려는 뜻도 있죠. 애들에겐 하고 싶은 마음이 생기도록 하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그래야 스스로 잘 하죠. 결과도 좋았고요.”

 

제주의 전통 건축구조는 가장 선진적인 구조를 지녔다. 현대를 사는 이들에게도 어울린다. 미래건축엔 어떻게 적용될지는 해석 나름이긴 하지만.

 

# ‘르 꼬르뷔지에’ 작품을 직접 만들어보기도

 

30명 학생들 가운데 제주여고에서 온 5명의 학생들을 한꺼번에 만났다. 이들은 1박 2일의 청소년건축학교에 참가하기 전에 도내 5곳의 건축사사무소에 흩어져 건축설계를 미리 경험했다. 근대 건축의 아버지로 불리는 르 꼬르뷔지에의 작품을 직접 손으로 만들어본 이들이다. 그것도 유네스코 유산으로 등재돼 있는 ‘빌라 사보아’를 만들며 건축에 대한 감을 익혔다. 강지수 박지윤 양수은 박건아 송륜경 등 5명의 학생들은 미래의 건축가답게 자신들의 생각을 술술 풀어냈다.

 

올해 처음으로 제주청소년건축학교가 열렸다. 사진 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강경훈 건축사사무소 네모 대표, 강지수 박지윤 송륜경 박건아 양수은 학생. ©미디어제주

그들의 입에서 세계적 건축가의 이름이 쏟아졌다. 르 꼬르뷔지에는 물론이고, 안도 다다오, 안토니 가우디, 자하 하디드, 김수근 등…. 그만큼 건축에 대한 생각이 있다는 말이다.

 

박건아 학생은 초등학교 때 건축을 접했다고 한다. 표선초등학교에서 영화 <건축학개론>을 찍은 게 관심의 시작이었다. 송륜경 학생은 시드니의 오페라하우스에 감명을 받았다고 한다. 박지윤 학생은 ‘집은 주거를 위한 기계’라는 르 꼬르뷔지에의 명언을 들며, 인간을 위한 집을 만들겠다는 자신만의 건축관을 설명했다. 양수은 학생은 제주 전통건축에서 챗방이 지금의 부엌기능을 하는데 놀랐다고 한다.

 

그렇다면 그들이 생각하는 미래건축은 어떨까. 20년 후에, 아니 빠르면 15년내에 건축가가 될 그들로부터 미래건축에 대한 생각을 들어봤다.

 

“좁은 면적이지만 삶의 여유를 즐길 수 있는 단독주택이 필요하겠죠. 마을 단위로 만들면 더 좋고요.”(송륜경)

 

“친환경적이면서 자급자족할 수 있는 그런 공간을 만들고 싶어요.”(박지윤)

 

“부모와의 교류가 점차 사라지고 있잖아요. 가족들이 교류할 수 있는 가족공간을 만들겠어요.”(강지수)

 

“점차 땅이 좁아지잖아요. 작은 땅을 이용해서 한가정이 살만한 집을 짓겠어요. 땅콩주택 같은거요.”(양수은)

 

“앞으로는 인공지능시대인데, 그걸 이용해서 집을 설계할래요.”(박건아)

 

제주청소년건축학교에 참가한 학생들이 만든 작품들이 전시돼 있다. ©미디어제주

1박 2일은 결코 길지 않다. 그럼에도 뜻깊은 결과물을 만들어낸 청소년들이다. 미래의 건축가인 그들에겐 낯선 제주 전통건축이 아주 가깝게 다가오는 기회이기도 했다. 다음 제주청소년건축학교의 모습은 어떨까. 벌써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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