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4-28 17:02 (일)
“단순한 재료로 깊은 맛을 내니 놀라워요”
“단순한 재료로 깊은 맛을 내니 놀라워요”
  • 김형훈 기자
  • 승인 2016.08.20 09:4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인터뷰] 제주 음식에 푹 빠진 서양인 에릭과 핫산
제주음식에 엄지를 치켜든 핫산 헤더(왼쪽)씨와 에릭 모니한. 그들은 단순하면서 깊은 맛을 내는 제주 음식에 감탄했다. © 미디어제주.

서양 사람들은 뭘 먹고 살까. 솔직히 기자의 입맛엔 서양 음식이 별로 맞질 않았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그 맛도 즐길만해졌다. 그래도 일부러 찾아가며 서양 음식을 먹지 않는다. 여전히 서양 음식은 기자에게 고향의 맛이 될 수 없고, 남의 맛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서양 사람들이 우리나라 음식을, 그것도 제주도 음식을 찾아가며 먹는다면 이해가 될까.

실제 그런 이들이 있다. 맥파이를 운영하는 대표 에릭 모니한(36)과 제주직영점을 관리하고 있는 핫산 헤더(35)씨다. 특히 핫산씨는 우리말도 막힘없이 하는, 그야말로 겉만 서양인이다. 에릭은 캐나다 출신으로 우리나라에 정착한 건 9년째이며, 미국인 핫산은 11년째가 된다.

그들이 처음 정착한 곳은 서울. 먹어야 하는 그들에겐 서울음식이 첫 한국음식이었다. 하지만 서울맛집이 그렇게 끌리지는 않았다. 핫산은 자신의 경험담을 늘어놓았다.

“처음엔 신기하니까 먹죠. 한국사람들이 피자와 햄버거를 처음 먹듯이요. 서울에는 맛집이 있으나 그렇지 맛있지는 않아요.”

그들이 서울 이태원에 맥파이를 연 건 지난 2012년. 수제 맥주로 도전하겠다며 일을 만들기 시작했다. 제주 직영점은 지난 2014년 10월 오픈했다. 올해 5월엔 제주에 양조장까지 갖췄다. 제주에 직영점을 내고, 양조장까지 구비한터여서 제주행이 잦을 수밖에 없다. 그러다보니 제주 맛도 자연스레 그들의 입에 스며들었다. 둘 가운데 제주 음식을 처음 경험한 이는 핫산이었다.

“제주에 처음 왔을 때 술도 마시고 했어요. 다음날 제주국을 전문으로 하는 인근 음식점에 들렀죠. 장대국을 먹었는데 진~짜 맛있었죠. 해장도 되고, 진~짜 맛있어요.”

핫산은 기자와 대화를 나누며 ‘진짜’를 엄청 강조했다. 제주 맛집의 첫 경험이었고, 그 기억이 지금까지 그의 뇌를 자극한다. 그래서 제주 음식을 찾는다.

핫산에 비해서 에릭은 한국음식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그런데 핫산을 따라서 제주음식을 먹고는 그 자신도 감탄을 내질렀다. 그가 좋아하는 건 멜튀김이다.

“튀김은 전국 1위예요. 전국에서 제일 좋아하는 한국 식당이죠.”

자주 오가면 단골이 된다. 탑동에 있는 제주국 전문 식당이 첫 단골이고 연동에 있는 가브리살 전문 식당도 이젠 단골이다. 그렇다고 바닷고기와 육고기만 제주음식으로 따지느냐. 아니다. 거기에다 제주 막걸리에도 반했다. 달지 않아서 좋단다.

왜 그들은 서울음식보다 제주음식에 끌릴까. 이유는 맛의 다양성을 꼽았다. 서울에서는 식재료가 거의 비슷하지만 제주는 그렇지 않다고 입을 모았다.

“저희도 음식 장사를 하잖아요. 밥집도 싼 가격이 되려면 식재료도 싼 걸 쓸 수밖에 없어요. 제주는 서울과 재료가 달라요. 재료도 신선해요.”

제주 맛에 반한 그들. 자주 가는 식당을 두고 그들은 ‘심플’과 ‘라이트’라는 단어로 압축했다. 핫산은 자주 먹는 장대국을 향해 다음처럼 표현했다.

“투명해요. 무가 들어가죠. 생선이 있죠. 강한 맛은 없죠. MSG도 쓰지 않죠. 심플하고 라이트한데 깊은 맛이 나고, 너무 맛있는 거예요.”

제주에 맥주 양조장을 낸 이들은 제주만의 것으로만 맥주를 만들 그림을 그리고 있다. © 미디어제주.

그의 말을 빌리면 재료는 단순한데 깊은 맛이 나는 게 바로 제주 음식이란다. 그래서 더 놀란다고 한다.

그들은 이젠 제주만의 것으로 제주 맥주의 맛을 내고 싶은 게 꿈이다. 제주 음식에 반한 그들이기에 자신의 음식도 다른 이들에게 반하게 만들고 싶기 때문일게다. 맥주를 만들려면 물, 이스트, 홉, 맥아가 충족돼야 하지만 홉은 전량 수입에 의존하는 등 ‘진짜 제주 맥주’는 아니다. 그래서 이들 4가지를 모두 제주에서 나는 걸로 만드는 걸 그리고 있다. 이유는?

“우린 제주가 너무 좋아서 왔고, 여기 있어요.”

<김형훈 기자 / 저작권자 ⓒ 미디어제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딥페이크등(영상‧음향‧이미지)을 이용한 선거운동 및 후보자 등에 대한 허위사실공표‧비방은 공직선거법에 위반되므로 유의하시기 바랍니다.(삭제 또는 고발될 수 있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