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해수욕장 인근에 심어져 있는 가로수들이 몸살을 앓고 있다.
여름철 성수기 관광객들에게 눈요깃거리를 제공하기 위해 주변 가로수에 조명을 설치하면서 못질을 해놓았기 때문이다.
지난 5일 늦은 오후, 제주시 한림읍에 있는 금능 으뜸원해변 인근 현장을 찾았다. 버스 승차대 뒤쪽에 가로수로 심어진 와싱톤야자수의 줄기 중간 부분에 못이 박혀 수액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줄지어 서있는 와싱톤야자수에 LED 조명을 설치하면서 못을 박은 것이었다. 수액이 흘러내리는 모습이 마치 나무가 시커먼 눈물을 흘리는 것처럼 보였다. 언뜻 보기에도 못이 박혀 수액이 흘러내린 나무가 족히 십여그루는 되는 듯했다.
현장에서 만난 이모씨(44‧여)는 “어떻게 나무에 이런 짓을 할 수 있느냐. 관광객들에게 볼거리를 제공한다고 하지만 이런 모습이라면 오히려 눈살을 찌푸리지 않겠느냐”면서 한숨을 내쉬었다.
캐나다 출신인 이씨의 남편도 이 모습을 보고 ‘어글리(ugly) 제주’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특히 이씨는 “열한살 아들이 나무를 껴안고 ‘미안해. 나무가 아파서 울고 있나 봐’라고 하는 모습을 보고 울컥했다”면서 “관광객들도 꾸미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제주가 좋아서 오는 건데 굳이 예산을 들어가면서 이렇게 나무에 못질을 해야 하는지 묻고 싶다”고 말했다.
한림읍 담당 공무원은 6일 <미디어제주>와의 전화 통화에서 “관광객들에게 볼거리를 제공하기 위해 협재우체국 서쪽에 있는 진입로에서부터 금능까지 2000만원을 들여 조명을 설치했다”면서 몇 해 전부터 계속 이어져온 사업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나무에 못이 박힌 부분에 대해서는 “자재가 남아서 인부들이 일을 쉽게 하려다 실수를 한 거 같다. 민원 전화를 받고 현장 확인 후 업체 쪽에 이번주 내로 당장 못을 빼고 조치를 취하도록 했다”고 말했다.
<홍석준 기자 / 저작권자 ⓒ 미디어제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