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4-28 00:55 (일)
“아이들을 지켜줘야 하는 건 바로 어른들입니다”
“아이들을 지켜줘야 하는 건 바로 어른들입니다”
  • 김형훈 기자
  • 승인 2016.05.05 08:4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인터뷰] 가습기 살균제 문제 불씨 살린 ‘베이비뉴스’ 소장섭 편집국장
2011년부터 지속 보도…“유해환경에서 어린이 지켜줄 법안 만들어져야”
2011년부터 가습기 살균제 문제를 지속적으로 보도, 불씨를 살려낸 <베이비뉴스>의 소장섭 편집국장. ⓒ김형훈

어린이날이다. 어린이날이면 어린이들은 건강하고 씩씩하게 커야 된다고 떠든다. 그러나 세상은 어린이들에게 온통 위험투성이다. 우리나라를 떠들썩하게 만들고 있는 가습기 살균제 사태는 결코 정부도, 어른들도 어린이들의 안전을 지켜주려 하지 않고 있다는 걸 대변하고 있다.

그래도 이 문제를 끝까지 물고 늘어지며 지금까지 오게 한 이들이 있다. <베이비뉴스>를 첫 손에 꼽을 만하다. <베이비뉴스> 소장섭 편집국장을 직접 만났다.

“2011년 5월 관련 보도가 나가기 시작했어요. 처음엔 산모만 걸리는 병으로 알았죠. 가습기 살균제가 원인이라는 건 그해 8월 발표됩니다. 이후 탐사보도를 시작하게 됐죠.”

가습기 살균제가 폐손상을 일으키는 원인으로 발표되면서 가습기 살균제 사용중단과 회수 조치가 이뤄진다. 하지만 현실은 그러지 않았다.

“발표 이후에도 가습기 살균제는 팔렸어요. 저희가 직접 쇼핑몰을 통해 구매를 하기도 했죠. 아직도 팔리고 있다는 보도를 이어갔죠. 가습기 살균제는 살인독성물질입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 관심이 없어지기 시작했어요.”

소장섭 편집국장의 얘기처럼 언론의 관심은 멀어져갔다. 피해자들이 기자회견을 하는 자리도, 1인시위를 벌이는 현장의 이야기도 서서히 묻혀갔다. 그러나 <베이비뉴스>만큼은 보도를 접을 수 없었다.

“아이와 엄마의 생명이 달린 문제잖아요. 우리만이라도 불씨를 살려서 가자고 했습니다. 다행히 조금씩 알려지고, 피해자 구제방안도 논의되고, 국정감사에서도 다뤄집니다.”

<베이비뉴스>의 이런 노력은 2012 환경피해시민대회에서 환경보건시민센터로부터 감사패도 받게 된다. 포털 다음으로부터 ‘뉴스펀딩’ 제의도 들어왔다. 2014년 10월부터 12회에 걸쳐 ‘누가 우리 아이에게 독을 먹이나’를 주제로, 생활용품의 유해물질 등 어린이들을 위협하는 사회현상을 알려나갔다. 관련 보도물 등을 엮은 <해독엄마>(나무발전소 출판)라는 책도 내놓았다. <해독엄마>는 책으로는 가습기 살균제 문제를 처음으로 접하게 한 책이면서, 유해물질을 제대로 들여다봐야 하는 이유를 담고 있다.

<베이비뉴스>가 생산해 낸 각종 보도물은 <해독엄마>라는 책으로도 나왔다. 이 책은 중국어판으로도 발간되기도 했다. ⓒ김형훈

관심이라는 건 지속적일 때 더욱 빛을 발한다. 세상 어느 언론도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지만 소장섭 편집국장의 말마따나 ‘불씨’를 살리는 일이 중요한 건 관심을 살려냈기 때문이다. 늦었지만 올해들어 정부가 관심을 기울이고, 다른 언론도 이 문제를 접근하고 있다. 그래도 그는 여전히 가습기 살균제에 대해 할 말이 많다.

“누구나 피해자가 될 수 있고, 가습기 살균제 때문에 죽은지도 모르는 사람도 많아요. 어처구니없죠. 아이를 가슴에 묻고 수목장을 한 이들의 이야기를 담기도 했어요.”

그는 올해 초등생이 된 아이를 둔 아빠이기도 하다. <베이비뉴스>는 지금의 아이가 돌이 될 때 창간했다. 엄마와 아이를 위한 전문지가 없었고, 아이를 키우면서 각종 유해환경에 노출되는 문제를 지적하고 싶었다. 그는 가습기 살균제뿐 아니라 널린 게 위험물질이라고 한다.

<베이비뉴스> 소장섭 편집국장이 가습기 살균제 관련 보도를 펼쳐보여주고 있다.

“일회용 기저귀는 화학물질복합체입니다. <베이비뉴스>가 해외연구사례를 통해 기저귀 발진원인을 보도하기도 했어요. 사탕에 색을 내는 타르는 사용을 금지하는 나라도 있지만 우리는 아니죠. 사용량 기준조차 없어요. 우리는 피해자가 나와야 중단을 한다고 하죠. 그 전까지는 ‘당장 문제가 없지 않느냐’는 반응이죠.”

일회용 기저귀, 사탕만 문제가 있나. 아니다. 숱하다. 과자와 음료도 마찬가지이다. 정제가공유지인 경우는 몸에 들어가면 배출이 되지 않는다. 그건 성인병의 원인이 된다.

“환경호르몬이 우리를 습격하고 있습니다. 생식기 선천기형이 2005년 586건에서 2011년엔 1395건으로 늘었어요. 성조숙증도 2005년 6400건에서 2010년엔 2만8000건으로 늘어납니다. 우리 부모세대들은 화학물질에 덜 노출됐지만 지금 세대는 그렇지 않아요. 가장 많이 노출된 시대입니다.”

어린이는 민감하다. 어린이는 또한 약하다. 어린이는 스스로를 방어하지 못한다. 그가 바라는 건 어린이를 위한 엄격한 기준 마련이다.

“어린이들은 면역력이 약하죠. 그러기에 어린이를 위한 기준은 더 엄격해야 합니다. 지금은 그런 게 없어요. 수많은 법안들이 발의되지만 어린이와 관련된 것들은 묻혀버립니다. 아이들은 스스로 목소리를 내질 못해요. 어른들이 지켜주고 보호해줘야 합니다.”

<김형훈 기자 / 저작권자 ⓒ 미디어제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딥페이크등(영상‧음향‧이미지)을 이용한 선거운동 및 후보자 등에 대한 허위사실공표‧비방은 공직선거법에 위반되므로 유의하시기 바랍니다.(삭제 또는 고발될 수 있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