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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의 반대말은 ‘하나'…'천개'의 희망, 강정평화영화제
평화의 반대말은 ‘하나'…'천개'의 희망, 강정평화영화제
  • 조보영 기자
  • 승인 2016.04.24 15: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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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서귀포 성당서 약1000여명의 시민 '평화의 첫걸음' 함께 내딛어
23일 저녁 6시 서귀포 성당에서 열린 제1회 강정국제평화영화제에는 1000여명의 시민이 운집해 대성황을 이뤘다.
 

‘평화’의 이름으로 국내에서 열리는 첫 영화제이자 가장 가난한 국제 영화제인 제1회 '강정국제평화영화제'가 23일 개막했다. 궂은 날씨에도 불구하고 개막식이 열린 서귀포 성당에는 약1000여명의 시민들이 운집, 손에 손을 잡고 '평화의 첫걸음'을 내디뎠다.

부지영 영화감독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개막식은 영화제의 공동조직위원장 3인의 개막선언과 함께 양윤모 집행위원장과 채현국 명예조직위원장, 천주교 제주교구장 강우일 주교의 축사가 이어졌다.

그 외 이석문 제주도교육감과 김용범‧강경식 도의원, 정지영‧김성제‧임순례 영화 감독과 영화 배우 김부선 등 각계각층의 인사들과 영화인들도 평화의 장을 찾았다. 개막작 ‘업사이드 다운’의 김동빈 감독과 세월호 유가족들도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무엇보다 이날 영화제의 가장 큰 손님은 ‘시민’이었다. 강정국제평화영화제는 기업 후원금이 아닌 시민들이 십시일반으로 모은 기금으로 탄생한 영화제다. 아울러 서귀포 예술의 전당의 ‘대관 불허’ 사태를 딛고 오직 시민의 힘으로 열린 문화 축전인만큼 시민들의 관심은 여느 행사보다 뜨거웠다.

서귀포 성당을 가득 매운 1000여명의 인파는 ‘진정한 평화’는 시민의 순수한 마음으로, 시민의 자발적 참여로부터 시작된다는 것을 보란듯이 증명해냈다.

'단' 하나의 욕망이 만들어낸 비극, 전쟁과 폭력

우리 모두는 평화로운 세상을 꿈꾼다. 심지어 전쟁을 일으키는 당사자들조차 평화를 이야기한다. '전쟁과 폭력'은 수단일 뿐, 다수의 ‘평화와 정의'를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 나름의 변을 내놓기도 한다. ‘평화를 위한 폭력’은 지금 이 시간에도 지구촌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다.

그렇다고 폭력이 정당화될 수 있을까. 인간은 누구나 자신의 ‘욕망’대로 살고 싶어한다. 더러 그 욕망은 단순한 사로잡힘에서 벗어나 극단적인 의지와 행동으로 확산된다. 역사의 비극은 늘 ‘자신’만의 가치를 '모두'의 가치로 확대하는 오류로부터 시작됐다.

결국 폭력은 나의 행복이 곧 모두의 행복이라는 '절대성'의 표출이다. 자신의 행복을 모두에게 똑같이 적용시키려는 욕망에 사로잡히는 순간 모든 갈등과 출돌은 나름의 정당성을 확보한다. 모두를 '하나'로 만들기 위한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 ‘폭력과 전쟁’인 것이다.

제주의 역사는 이러한 비극과 맞닿아있다. 국가의 대량학살로 수많은 민간인이 희생된 4.3에 이어 국가 공권력에 의해 삶의 터전을 짓밟힌 강정 마을의 해군기지 문제, 304명의 무고한 학생과 시민이 진도 앞바다에 수장된 세월호 참사의 목적지도 제주도였다.

제주 4.3과 강정마을 해군기지, 세월호 참사는 각각의 문제가 아니다. 다른 상황에서 일어난 같은 비극이다. ‘단 하나의 가치’만을 내세운 폭력이 얼마나 큰 희생의 결과로 직결되는지를 보여준 극단의 실상이다.

한편 ‘강정국제평화영화제’는 그 ‘하나’의 욕구를 거부하는 시민들의 문화 축제다. 이날 모인 1000여명의 시민들은 세상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살고 있고, 얼마나 많은 생각들이 존재하고, 얼마나 많은 움직임이 일어나는지를 다른 발자국으로 내보였다.

강정 마을은 더 이상 피해와 아픔의 땅에 머물지 않는다. 단 ‘하나’의 가치가 아닌 ‘천개’의 희망을 기르는 문화의 밭으로, 진정한 평화의 꽃으로 이미 활짝 그 꽃망울을 터뜨렸다.

<조보영 기자 / 저작권자 ⓒ 미디어제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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