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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로 승화한 제주4.3 … 이제 다시 삶 속으로
예술로 승화한 제주4.3 … 이제 다시 삶 속으로
  • 조보영 기자
  • 승인 2016.04.03 23: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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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4.3문화예술축전 ‘역사 맞이 거리굿, 애기동백꽃의 노래’ 성료
3일 제주시청 앞마당에서 펼쳐진 4.3역사맞이 거리굿 '애기동백꽃의 노래'를 지켜보는 관중들

3일 오후 5시 제주시청 앞마당에서는 68년 전, 이 땅 위에서 영문도 모른채 희생당한 4.3의 원혼들을 위로하는 문화예술축전이 열렸다.

‘애기동백꽃의 노래’라는 제목의 ‘역사맞이 거리굿’은 현기영의 소설 ‘순이 삼촌’과 강요배의 4.3연작 그림 ‘동백꽃 지다’를 하나로 엮어 4.3의 전 과정을 집단 예술 작품으로 풀어냈다.

(사)제주민예총 4.3사업단이 주관한 이날 행사는 궂은 비 날씨 속에서도 4.3 영령들의 못다한 울음과 관객들의 뜨거운 눈물이 뒤섞인 해원의 한마당으로 펼쳐졌다.

제주작가회의와 마임이스트 이경식, 무용수 김한결, 조애란, 놀이패 한라산, 민요패 소리왓, 풍물굿패 신나락, 제주두루나누, 볍씨 학교, 타악 퍼포먼스, 화이어퍼포먼스, 제라진 어린이합창단, 뚜인, 김강곤, 한라산회, 김광철 제주평화나비 대표 등 도내 대표 예술팀이 총출동했다.

3일 제주시청 앞마당에서 펼쳐진 4.3역사맞이 거리굿 '애기동백꽃의 노래' 공연 모습
 

음악과 춤, 영상으로 재탄생한 종합 퍼포먼스 ‘순이 삼촌’

1945년 해방 후 8년 만에 고향땅을 밟은 ‘나’는 ‘순이 삼촌’이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리고 한 달 전에 순이 삼촌이 일주도로변에서 약을 먹고 자살했다는 소식을 전해 듣는다. 유서도 없이 밭에서 발견된 순이 삼촌. 마을 사람들은 그녀의 죽음이 ‘신경쇠약’ 때문이었다고 말한다.

‘나’는 무엇이 삼촌을 죽음으로 몰아넣었는지, 삼촌은 왜 신경쇠약에 걸릴 수밖에 없었는지, 군인과 파출소를 피해 다녔던 그녀의 결벽증은 어디에서 온 것인지 그녀의 죽음을 둘러싼 의문을 하나하나 파헤치기 시작한다.

이야기는 30년 전, 섣달 여드레 날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날 군인들의 명령에 따라 마을 사람들은 모두 초등학교 운동장에 모여들고 마을은 곧 불바다가 된다.

그후 순이 삼촌은 두 아이를 잃고 홀로 학살 현장에서 살아남아 겨우 목숨을 부지하지만 그날부터 환청에 시달리며 후유증을 겪게 된다. 그로부터 30년이 지난 후 자식 둘이 묻혀있는 옴팡밭에서 약을 먹고 자살을 한다.

‘나’는 그제야 순이 삼촌의 자살이 한 달 전이 아닌 30년 전의 아픔이란 것을 깨닫는다.

4.3의 정신을 다시 삶으로, 이 땅에 전쟁 없는 평화를 위하여

제주 4.3은 아픔과 수난의 시대를 넘어 치유와 회복의 가치로 퍼져나가고 있다. 그러나 완전한 해결을 이루지 못한 채 시시때때로 불거지는 이념의 잣대에 갇혀있는, 아직도 진행 중인 역사다.

청년들을 대신해 이날 무대에 선 김광쳘(제주대학교 사회교육과 4학년) 평화나비 대표는 68년의 시간을 맞이하는 감회와 함께 우리가 기억해야 할 역사적 교훈에 대한 자신의 소신을 밝혔다.

“제주 4.3은 제대로 된 이름을 갖지 못한 채 사건, 사태, 학살로 불리며 치유되어야 할 트라우마로만 존재하고 있습니다. 제주의 평화는 4.3희생자들 위로하고 추념하는 것만으로는 실현되지 않습니다. 역사정의는 기억에서 한발 더 나아간 행동과 실천으로 바로 세울 수 있습니다.”

꼭꼭 숨겨온 4.3의 참극을 소설로, 이어 그림으로 표현한 작가들과 그들이 그토록 말하고자 했던 역사적 진실을 오늘날의 종합 예술로 승화시킨 '애기동백꽃의 노래'는 또다른 과제를 남기고 마무리됐다.

4.3의 정신은 이제 우리 각자의 삶 속으로 피어올라야 한다. 30년 전의 아픔과 응어리를 풀어내지 못한 채 끝내 한떨기 꽃으로 져버린 이 땅의 수많은 순이 삼촌을 가슴에 새기며, 전쟁 없는 평화를 위해 멈춰서지 말고 한걸음 더.

<조보영 기자 / 저작권자 ⓒ 미디어제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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