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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시 원도심에는 ‘땅과 하늘 그리고 바다’가 있다
제주시 원도심에는 ‘땅과 하늘 그리고 바다’가 있다
  • 조보영 기자
  • 승인 2016.03.27 16:3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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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제주국제문화교류협회 주최, 17번째 ‘제주시 원도심 옛길 탐험’ 성료
제17회 제주시 원도심 옛길 탐험. (사)제주국제문화교류협회가 주최하는 이 행사는 제주시라는 도시공간의 역사적, 문화적, 지리적 의미를 발견하는 과정의 테마 답사로 진행되고 있다.
 

봄기운이 성큼 다가온 화창한 주말, 제주시 원도심 옛길을 둘러보며 “제주의 땅, 하늘 그리고 바다”의 의미를 되새기는 인문 교류의 장이 열렸다.

27일 오전 10시부터 시작된 ‘제주시 원도심 옛길 탐험’은 고영림 (사)제주국제문화교류협회장과 미국 UCLA대학교 한국학 박사과정 타미 트란 씨의 한국어와 영어 안내로 진행됐다. 이날 답사에는 제주도민은 물론 도내 거주 외국인과 도외인 등 다양한 문화와 세대가 어우러진 약 25명의 참가자가 함께했다.

(사)제주국제문화교류협회가 주관하는 원도심 투어는 지난 2013년 2월을 시작으로 오늘(27일)로 17회째를 맞았다.

특히 이번 답사의 주제인 '땅, 하늘 그리고 바다'는 제주의 자연 환경을 이루고 있는 가장 근본적인 요소들이 제주인들의 도시 공간에서 어떤 관계를 맺으면서 공존해왔는지를 살펴보자는 의미를 담고 있다.

삼도2동과 이도1동 용담동을 무대로 관덕정→탐라여관→무근성→탑동광장, 해녀의 집→헌덕이모르→성황당→서문터→성내교회→현대극장→제주읍성 터→각시당→한짓골 입구→박씨 초가→“더 도어즈” 등 약2시간에 걸친 답사가 이뤄졌다.

1438년에 지어진 관덕정은 제주에서 가장 오래된 건축물로 알려져 있다. 관덕 즉 “덕을 보다”라는 뜻을 가진 이 정자는 활쏘기 훈련 장소였다. 조선시대 연회장, 공공의례의 장소로도 사용됐으며 제주도 역사는 물론 현대사의 가장 큰 비극인 4·3사건의 발발지이기도 하다.

‘오래된 성’ 또는 ‘인근 주택가’라는 두 가지 의미를 담고 있는 '무근성'. 이 지역은 일제강점기부터 1980년대까지 제주시의 공무원, 법조인, 지식인, 기업인들의 거주지로 1980년대 유행했던 타운하우스식 건축 양식이 남아 있는 곳이다.

탑동 광장은 1980년대와 1990년대에 걸쳐 이루어진 대형 매립공사의 결과물이다. 환경적으로 볼 때 여전히 논란이 많은 광장으로 매년 태풍이 불 때마다 방파제가 부서지곤 한다. 삼도2동의 해녀들은 매립된 탑동광장 앞바다에서 여전히 물질을 하고 있다.

일제강점기 당시 제주시는 성으로 둘러싸여 있었으나 동문, 서문, 남문이 파괴됐고 약간의 흔적만 남아있다. 서문의 자취로는 주춧돌 하나가 간신히 남겨져 있을 뿐이다. 서문은 병문천 서쪽 마을과 이어져있으며 동문은 화북 포구에서 제주시로 들어오는 관문이었다.

각시당은 옥황상제의 둘째 딸을 모시는 당으로 제주의 많은 신들처럼 부모의 말을 거역한 죄로 인간세계로 추방당한 신이다. 스님 복장을 한 각시는 삼대고을(삼도동)에 있는 각시당에 좌정했다. 전설에 의하면 1702년 이형상 목사가 당들을 파괴하면서 지진이 일고 큰 바람이 불었다고 한다.

지어진지 200~300년된 것으로 추정되는 박씨 초가는 제주의 전통 건축 양식을 가장 잘 보여주고 있는 가옥이다. 풍수학적으로 좋은 자리에 위치한 이집은 안커리, 밧커리는 물론 텃밭인 우영팟 등 원형을 그대로 보존하고 있다.

이번 행사를 주최한 고영림 (사)제주국제문화교류협회 회장은 “현재 제주시 원도심 개발은 70~80년대의 경제 논리가 그대로 이어져오는 상황”이라면서 “당장의 이익이 아닌 다음 세대에게 전해줄 수 있는 지속가능한 가치를 찾아야 한다”고 지적, 급격한 도시화에 따른 대안 마련을 촉구했다.

제주시에서 원어민 강사로 활동 중인 Melody Rozenkrantz 씨는 “건물이나 장소에 깃든 이야기를 들으며 그 의미가 새롭게 다가왔다. 한번 더 주변을 바라볼 수 있는 계기가 된 뜻깊은 시간이었다”고 답사를 마친 소회를 밝히기도 했다.

문화 전도사가 꿈이라는 제주대학교 사회교육과 지리교육 전공 김미리(22세) 씨는 “요즘 20대는 제주도의 유명 관광지를 돌아보며 사진을 찍는 여행을 즐기는 편”이라면서 “제주도민으로서 많은 반성을 했다. 오늘 답사를 계기로 제주의 숨은 가치를 찾아내는 역할에 일조하고 싶다”고 당찬 포부를 남겼다.

한편 (사)제주국제문화교류협회는 제주 원도심 탐방을 비롯해 제주 씨네클럽, 제주프랑스영화제 등 제주의 지속가능한 미래 실현을 위한 지역주민참여형 문화 활성화 사업을 지원해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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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인택 2016-03-28 08:50:19
원도심은 제주의심장입니다
제주인의 옛 문화와 생활의 모습들이 가득합니다
잘 보전돼야 제주가 영원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