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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도지사와 소통이 간절했던 어느 촌로의 사연
[특별기고] 도지사와 소통이 간절했던 어느 촌로의 사연
  • 미디어제주
  • 승인 2016.01.11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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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2공항 개발 온평리와 난산리,신산리,수산리 주민권익찾기' 카페지기 현관명씨
지난 7일 성산국민체육센터에서 열린 제2공항 용역 결과 설명회 때 모습.

오늘 저에게 전화가 왔습니다. 제주공항 반대 카페를 운영하는걸 어떻게 아시고, 카페에 사연을 소개해달라고 전화가 왔습니다.

공항부지에 포함된 어르신의 전화 였습니다. 첫 마디부터 제 부모님과의 인연을 소개했습니다. 당연히 제주도는 다들 친척이지요. 친척이 아니어도 삼촌이지요.

“삼촌 무슨일이십니까?”

사연은 이렇습니다.

제주2공항 입지 후보로 선정된 후부터 잠을 이룰 수 없는 불면증과 때때로 밀어닥치는 미래에 대한 불안과 공항정책에 대한 분노가 솟구쳐 올라서 70평생 살아온 인생 중에 가장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는 얘기를 하십니다.

지난 7일 제주공항 확충 예비타당성 조사 결과 발표를 성산읍체육관에서 한다고 해서 길을 나섰다고 합니다.

원희룡 도지사와 말이라도 나누고 싶고, 의견을 전달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셨다고 합니다. 결과적으로 이 모든 일은 물거품처럼 사라지고 말았답니다.

온평, 수산, 난산, 신산 비대위에서 발표회 단상을 점거하고 설명회 개최가 안된것은 이미 알고 있는 사실입니다.

삼촌께서 울분을 토로하시는 일은, 이 일이 아닙니다.

체육관에서 발표가 무산된 원희룡도지사와 국토부는 성산읍사무소로 자리를 옮겨서 주민발표회를 이어가려 했습니다. 그 자리에 부랴부랴 쫒아가셨더랍니다.

하지만 성산읍사무소 현장에 도착해보니 경찰이 출입을 통제하고, 사복경찰이 자리를 메우고 있고, 제주도청 공무원들이 이미 주민설명회 자리를 채우고 있었다고 합니다. 주민들은 현장에 들어가지도 못하고….

결국 도지사와 국토부는 자치경찰과 공무원, 기자들을 대상으로 서둘러 발표회를 진행하고 휘리릭~ 제 갈길을 가시더랍니다.

연로하신 삼촌께서는 너무 속상하고, 너무 화나서 어찌 할 바를 모르시겠더랍니다.

도대체, 주민들과 소통을 그렇게 강조할 때는 언제이고, 정작 주민 소통장에 와서는, 주민 항의가 심하다고 경찰과 공무원에 둘러싸여 기자회견식으로 발표회를 마감해버리는 그 작태가 열받는다는 겁니다.

공항 후보지 발표 초기만 해도 '주민들의 의견을 듣겠다' ' 억울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면서 그렇게 소통을 강조해대더니 정작 소통의 자리에 와서 보여주는 행태는 삼촌을 화나게 하는 행동이란 겁니다.

정확히 표현하면 '약 올라서 죽겠다'는 표현이 맞습니다. 도지사가 말은 번지르르하게 하고, 정작 행동은 주민을 무시하는 행보를 보이니 약올라서 미치겠다는 것이지요.

국책사업이라서 정해진 입지 변경은 불가능하다고 얘기하면서, 소통을 강조하면서 정작 소통을 해야 하는 순간에는 미꾸라지처럼 쏘옥 빠져나가버리는 겁니다. 7일 발표회도 이런 식이었으니 삼촌께서 열받고 화날 만하지요.

세상에 어떤 사람이, 조상님들이 일구어 주신 땅과 재산을 공공사업이라고 선선히 갖다 바치는 사람이 있단 말인가요. 평생을 일구어 온 밭과 과실을, '왜 이곳이 후보지로 선정되었는지도 이해가 안가는 판'에, 나라에 그냥 바치는 사람이 있단 말인가요.

원 지사와 제주도 공무원들은 욕먹을 각오하고, 얻어맞을 각오하고, 온평리, 난산리, 수산리, 신산리 마을에 들어가서 주민들과 살면서 대화를 해야 합니다. 한 사람 한 사람 모든 주민들의 이야기를, 주민들이 수용당할 처지에 놓인 토지와 주택과 삶의 이야기를 다 들어야 합니다. 한 번,두 번, 세 번, 네 번… 원할 때까지 들어야 합니다. 그냥 들어야 합니다.

공항부지 결정된거 못바꾼다고만 얘기하지 말고, 국토부 주장을 앵무새처럼 되풀이만 하지 말고…주민들의 사연을, 주민들의 억울한 이야기를 들어줘야 합니다.

그 이야기를 다 듣고 나서도, 주민들이 삶의 터전이 지켜줘야할 가치가 없는 것인지 판단해보기 바랍니다.

공공사업이란 탈을 쓰고, 순수한 주민들을 겁박하려는 자세를 버리고 이야기를 듣고 판단하기 바랍니다.

그래야 인터넷 카페도 잘 모르시는 삼촌께서, 육지에 사는 자식과 통화를 하다가, 이 카페를 알게 되서 어렵사리 제 연락처를 찾는 수고를 하시고 저에게 하소연을 하시는 경우가 없어집니다.

성산읍사무소에 주민 소통방을 만든다고 합니다. 상설 운영한다고 합니다. 소통방 근무하는 공무원은 죽을 맛일 겁니다. 공무원이 할 수 있는 대답이 있을 턱이 없으니까요. 원희룡 지사는 애초에 약속했던대로 수천번이라도 소통하겠다는 약속을 지켜주기 바랍니다.

현관명씨

현재 제가 가장 우려하는 문제는 나이드신 어르신들에게 나타나는 ‘상실감. 분노. 우울감’ 등이 건강을 해치는 문제입니다. 이미 지역 주민들에게 이 현상은 나타나고 있는데, 제주도정과 보건당국 어디에도 이런 심리 정신적인 문제를 돌 볼 생각을 안하는 것 같습니다.

“공항 보상 계획이 2~3년후에 진행되니, 그때 시세로 평가해서 보상을 더 잘해줄 것”이라고 얘기하는 부지사의 발언이 참으로 안타깝고, “공항 입지 변경 없다”고 자신있게 얘기하는 국토부 행정관료의 발언에 아연실색할 뿐입니다.

정신건강에 이상이 생기면 전신질환에 문제가 생기는 건 당연한 일입니다. 그 점이 가장 우려됩니다.

제주2공항 문제는 투명하게 진행하고, 주민 의사를 반영하는 사업으로 재추진돼야 합니다. 원점에서 재검토되야 합니다.

“삼촌 건강하십시요. 잠 주무시고, 자꾸 화를 내리셔야 합니다. 아직 안끝난 싸움이니 건강지키셔야 합니다.”

이 인사로 통화를 끝내는 제 마음도 답답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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