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부터 이틀째 원희룡 지사를 대상으로 한 제주도의회 도정질문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원 지사의 답변 태도가 구설수에 올랐다.
원희룡 지사는 18일 오후 속개된 제335회 정례회 제3차 본회의에서 김태석 의원(새정치민주연합)의 도정질문 순서가 시작되자마자 작심한 듯 사전에 질문요지서를 보내지 않은 데 대해 불만을 토로하면서 답변 거부 의사를 밝혔다.
원 지사는 김태석 의원이 쓰레기 대란의 원인이 담당 부서 공무원들의 전문성 결여에 있다고 지적하자 곧바로 “양해를 구할 사항이 있다”면서 사전에 도정질문 요지를 받지 못해 답변 준비를 하지 못한 부분에 대해서는 답변할 수 없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도정질문 48시간 전까지 질문 요지서를 보내야 하는데 자신이 받은 질문 요지서에는 제목밖에 없어 어떤 내용을 묻고자 하는 것인지 파악할 수 없었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대해 원 지사는 “48시간 전에 질문서를 송부하도록 한 취지는 관련 부서 확인을 통해 정확한 사실관계를 파악하고 책임 있는 입장을 밝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면서 “제목만으로는 어떤 내용의 업무에 관한 것인지 알 수 없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또 원 지사는 “질문 요지를 거부하면서 굳이 이렇게 상세한 질문을 하는 이유를 이해하기 어렵다. 도정질문이 지식 테스트를 하거나 도지사의 사적인 견해나 업무 파악 정도를 측정하기 위한 것이 아니지 않느냐”고 항변하기도 했다.
이에 김 의원은 다른 질문 항목인 예산 재배정 문제를 거론하면서 “담당 사무관에게 이 부분을 집중 질의한다고 다 얘기했는데 이제 와서 질의 요지서가 부족해서 답변하지 못하겠다면 지사 자격이 없는 거다”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원 지사가 “질문 요지를 보시라. 시험문제도 그렇게 출제하지는 않는다”고 굽히지 않자 김 의원은 “전문직 인력 확충 문제는 지사의 철학을 듣고자 하는 거다”라고 재차 답변을 요구했고, 원 지사는 “관련 부서와 검토해보고 추후에 답변하겠다”고 말했다.
또 원 지사가 “공무원들은 질의 내용을 추측해서 상상력을 발휘할 정도의 능력이 안된다”고 다시 질문 요지를 자세히 주지 않은 데 불만을 드러내자 김 의원은 “그건 공무원의 무능력을 지사가 스스로 인정하는 거다”라고 꼬집었다.
특히 김 의원이 “택지 개발 문제나 유원지 특별법에 대한 도지사의 철학 이런 거는 지사 스스로 이미 얘기했던 주제인데 질문 요지서를 달라고 하면 철학이 빈곤한 것 아니냐”고 질타하자 원 지사는 노골적으로 불쾌감을 드러내며 “부족하다. 그러면 들어가겠다. 왜 제목만 주고 기습질문을 하려고 하느냐”고 일촉즉발의 상황으로 몰고 갔다.
급기야 회의를 진행하던 손유원 부의장이 “지금 도민들이 지켜보고 있는데 같은 논란이 계속되는 것은 도민에 전혀 이익이 되지 않는다”면서 김 의원에게 도정질문 취지에도 어긋나는 만큼 다른 질문부터 하도록 중재에 나서기도 했다.
이에 도와 의회 주변에서는 “지사가 도정 업무 전반의 세세한 부분까지 다 챙기지 못하는 것은 당연한 일인데 혼자 도정질문을 다 감당하려는 게 문제”라며 “부지사나 기획조정실장, 담당 실국장에게 대신 답변하도록 할 수도 있는 사안인데 도민들 앞에서 갈등의 모습을 보인 것 아니냐”는 비판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홍석준 기자 / 저작권자 ⓒ 미디어제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