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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실 교과서 “우릴 바보로 아나”
밀실 교과서 “우릴 바보로 아나”
  • 미디어제주
  • 승인 2015.11.13 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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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송창권 (사)자치분권연구소장
송창권 (사)자치분권연구소장

박근혜 대통령은 최근 “역사 가치관 확립이 선행되지 않으면 통일이 되어도 우리의 정신은 큰 혼란을 겪게 되고, 결국 사상적으로 지배를 받게 된다“고 했다.

언뜻 들으면 그럴듯한 말이다. 그런데 정작 국론을 분열시켜 놓고선, 냉전적 사고로 혼란을 불 질러 놓고는 멀찍이서 쳐다보듯 하고 있다. 또 한번의 유체이탈이다. 번지르한 말로 국정교과서 강행을 강변하고 있다. 어떤 역사 가치관을 말하는지 뻔히 짐작은 간다. 소위 수구들의 보도인 ‘색깔론’이다.

황교안 국무총리는 국정화 확정고시를 발표하면서, "99.9%가 편향된 교과서로 공부하고 있다"고 했다. 그 얘기는 0.1%의 사람들인 현 박근혜 정권이 99.9%가 쓰는 교과서를 바꿔 놓겠다고 하는 것인데, 이런 독재가 어디 있는가? 그야말로 리바이어던이다. 국가폭력이고 전체주의적 발상이다.

“하나의 역사는 역사가 아니다” 라는 말이 있다. 이는 획일화되고 단편적인 국정화가 독선과 오만과 왜곡으로 인해, 나쁜 역사책이 된다는 것을 경계하는 말일 게다. 절대자 하나님의 말씀이라는 성경도 수십종이 된다. 우리나라에 소개된 영어 성경도 십 여종이 있다. 일점일획이라도 더하지도 덜하지도 말도록 되어 있는 성경조차도, 좀 더 하나님의 뜻을 올바로 깨닫기 위해 서로의 해석을 존중하며 이해하다보니 여러 책이 있는 것이다. 절대선을 추구하되 인간의 능력에는 한계가 있기에 사상, 학문의 자유와 양심의 자유가 보장되어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역사교과서 국정화 추진의 정점에 있는 박근혜 대통령은 유한한 정권의 조급함과 아집과 몰염치로 국민을 무시하며, 어렵게 쟁취한 민주적 역사를 또다시 독재적 역사로 바꾸어 나가고 있다. 손 놓고 그냥 둘 수는 없다.

도올 김용옥 한신대 석좌교수는 이러한 박근혜 정권의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강행에 대해 “단 하나의 국정화로 돌리는 이런 우매한 것은 이슬람 근본주의 국가에서의 이야기”라고 질책하며, 안타까움과 분노로 눈물이 난다 했다.

그리 쏙 마음에 와 닿지는 않지만, 보수적 자유주의자들이 좋아하는 칼 포퍼는 ‘열린사회와 그 적들’이라는 책에서 전체주의적 결정주의를 비판했다. 즉, 국가가 시민생활 전체를 규제하고 개인의 판단이나 책임을 무시하는 것을 ‘닫힌 사회’라 했다. 그러면서 개인의 자유와 권리가 확보된 사회를 옹호하며, 이를 ‘열린 사회’라 한 것이다. 그런데 보주주의자라하는 박근혜 정권은 오히려 그들이 절대시하는 자유와 권리를 오히려 절대적으로 침해하고 있는 것이다. 다양성과 창의성을 뭉개며, 역사해석을 독점하는 전체주의적 국정화를 교조적으로 강행하고 있다.

참 아이러니하다. 시대착오적이고 퇴행적이다. 해서도 안 되고, 될 수도 없는 역사교과서 국정화에 국정을 올인 하며, 국가 에너지를 탕진하고 있다. 또한 극단적 시장 절대주의자들인 박근혜 정권과 새누리당이 자유시장 경쟁을 통한 교과서 발행을 포기하며, 자가당착의 모순된 언행을 파렴치하게 벌이고 있는 것이다. 현 정권과 새누리당은 공동묘지 속의 침묵을 원하는 듯 하다.

역사교과서의 국정화는 북한, 스리랑카, 몽골, 베트남 등 소위 ‘후진국’들이나 하고 있는 일인데, 왜 그럴까? 그것은 우리 국민을 후진국민으로 인식하며, 계몽의 대상으로만 보고 있기 때문이다. 아주 독선적이다. 합리적 보수주의자들은 다 어디가고 그저 딸랑댈 뿐인가? 오직 이유는 박근혜 대통령이 원하고 있고 기뻐하는 일이기에 그런 것으로 보인다. 보수주의자들이 늘 선망이 대상으로 여기는 미국 그리고 영국, 프랑스, 스웨덴 등 선진국들은 검정제를 넘어서서 자유발행제를 선택하고 있다고 한다. 배워야 할 것을 배워야 한다.

 교육인적자원의 국정교과서 행정예고 기간에 팩스로 반대 의견을 제출했다. 절대다수가 반대의견을 제출했다고 하는데, 그런데도 아랑곳하지 않고 강행하고 있다. 무엇 하러 예고 기간을 두었는지, 팩스도 꺼 놓았다는 얘기도 있던데, 참 환장할 노릇이고 참담할 뿐이다.

 아무리 역사가 과거와 현재의 대화이고, 현 지배자들의 주물럭 댈 수도 있다한들 이리 제멋대로 몰아 부쳐도 되는가? 이긴 자들의 향연이라 해도 너무한다.

황교안 국무총리의 말대로 99.9%의 교과서가 잘못되었다면, 그 교과서를 검인해준 공무원과 장관과 대통령이 책임져야 한다. 그게 맞다면 직무유기이고 부작위에 의한 불법행위이다. 탄핵 사유에 해당한다. 염치가 있어야 한다. 교과서 국정화가 학생들의 생각을 좌지우지 할 수 있다고 착각하고 있는 듯하다. 마치 일제가 우리나라에 와서 우리나라 역사를 왜곡하며, 군말 없는 예속자를 만들려는 행위와 하나도 다르지 않다. 하지만 우리 아이들은 우리 기성세대들이 커 올 때, 박정희 정권에게 그리 쉽게 세뇌 당했던 것과는 아주 다르다. 그리 어리숙하지 않다. 다 보고 있다. 누가 국정화로 자기들을 바보로 취급하는지!

등교할 때, 라디오에서 역사 교과서 국정화 논쟁을 들으며 가는 고2 딸이 말한다. “지금의 역사교과서로 국사를 배운다고, 김일성을 좋게 보는 사람이 어디 있겠으며, 소위 종북과 주체사상을 따를 학생이 누구 있겠냐?”며, “우릴 바보로 아나”라 한다.

최근 김정배 국사편찬위원장은 대한민국의 역사학자 90%가 넘게 국정화에 반대하여 집필진 구성에 어려워지자, 한 술 더 떠서, “성추행 논란으로 국정교과서 대표집필자에서 사퇴한 최몽룡 전 서울대 명예교수가 언론에 공개됐기 때문에 낙마했다”며, “나머지 집필진을 공개하지 않겠다“고 한다.

새누리당과 정부는 “우리나라 역사학자 90% 좌편향 되었다”며, 10%에 우편향된 교과서를 만들겠다 한다. 왜곡하며 은밀하게 역사교과서를 만들겠단다. 밀실 교과서를 만든단다. 진짜 국민을 바보로 아는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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